혈액·소변 등 검체검사 수가 조정이 추진되면서 개원가 반발이 커지는 가운데, 보완책 중 하나로 ‘심층진찰료’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동네의원 의사들이 환자를 10분 이상 진료하면 보상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의료계에서는 환자 상담과 설명에 대한 보상 확대라는 방향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획일적인 시간 기준과 환자 부담 증가 등의 우려가 나온다.
◇내과·산부인과 10분 이상 진료시 보상 확대 추진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검체검사 수가 조정으로 타격을 입을 일차 의료기관에 심층진찰료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원가 대비 수익률이 높은 소변·혈액 등 검체검사 수가를 조정해 확보한 재원을 저보상 항목에 재투자한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다만 검체검사를 주력으로 하는 내과 등 의원들은 수익 감소가 우려돼 반발하고 있다.
심층진찰료는 의사가 특정 시간 이상 진료할 경우 일반 진찰료보다 높은 수준의 수가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복합 만성질환 관리, 약물 조정, 생활습관 상담 등 시간이 많이 필요한 진료 행위를 보상하겠다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현재 심층진찰료는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희귀질환 심층진찰과 의원급의 아동 일차의료 심층상담 형태의 시범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심층진찰료 수가는 15분 이상 진료할 시 일반 진찰료의 4배 수준인 8만5720원에서 12만1450원으로 책정돼 있다.
최근 논의되는 방안은 일차 의료기관의 내과, 산부인과 전문의가 환자를 10분 이상 진료하면 초진진찰료를 두 배까지 산정하는 것이다. 내과의 경우 복합만성질환자를, 산부인과는 임산부와 폐경기 환자를 진료했을 때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과거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는 외과계 심층진찰료 사업과 달리 복잡한 동의서 작성이나 행정적 문서 작업을 최소화하고, 환자에 대한 실질적인 설명과 상담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될 전망이다.
◇“1차 의료 살리고 의료전달체계 바로잡는 계기”
현장 의료진들은 환자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다.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관리가 이뤄지면 1차 의료가 강화돼 경증 환자들이 대학병원에 쏠리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게다가 동네 의원을 찾는 만성질환자들이 점차 고령화되면서 인지 능력이 저하되거나 복합적인 만성질환을 동시에 앓는 경우가 많아 현실적으로도 진료 시간이 길어지는 상황이다. 서울의 한 내과 개원의인 A씨는 “20년째 같은 자리에서 진료하다 보니 오래 다닌 환자들 모두 고령자가 됐다”며 “귀도 잘 안 들리고 복합질환도 많아 설명해야 할 내용이 과거보다 훨씬 늘었다”고 말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역시 상담·설명 중심 진료에 대한 보상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그는 “폐경기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는 환자들은 약물 부작용이나 유방암·자궁내막암 위험성, 가족력 등에 대한 설명이 필요해 초진 상담만 10분 이상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보상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자 안 원하는 10분 진료? 본인부담금 등 해결해야
다만 심층진찰료가 도입돼 현장에 안착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환자 수용성이다. 심층진찰료가 적용되면 본인부담금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A씨는 “수입이 없는 고령 환자들은 진료비에 민감한 측면이 있다”며 “복합만성질환자들은 대부분 고령자인데 본인부담금이 크면 오히려 심층진료를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환자의 본인부담 비율을 낮춰주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경직된 시간 기준 역시 문제다. 일률적으로 특정 진료 시간을 강제할 경우 도리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박근태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8~9분 동안 충분한 설명과 상담을 했는데 단지 시간 기준에 미달했다는 이유로 수가를 인정받지 못한다면 현장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검사 대기시간이나 진료 흐름 등 실제 의원급 의료기관의 운영 현실을 반영한 유연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현선 서울시송파구의사회장은 “과거 심층진찰 시범사업 논의 당시 실제로 환자들을 10분씩 진료해봤는데 대다수 환자들이 먼저 진료실을 나가고 싶어 했다”며 “복합질환자라도 약물을 처방받기 위해 진료를 보는 환자가 많은데 10분이라는 기준을 내세우는 방식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의 대신 표시과목 중심으로 가야
의료기관 운영 측면에서의 갈등 요인도 존재한다. 현재 논의는 내과와 산부인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다양한 전문 과목 의사가 함께 근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내과 의원이라 하더라도 가정의학과나 타 과 전문의, 혹은 일반의를 봉직의로 고용해 함께 진료하는 경우가 흔하다.
심층진찰료가 내과나 산부인과 전문의에게만 한정돼 적용될 경우 혼선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박 회장은 “같은 내과 의원에서 근무해도 어떤 의사는 청구가 가능하고 어떤 의사는 불가능하다면 환자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며 “표시과목 중심으로 ‘내과’라면 전부 적용하는 식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심층진찰료가 검체검사 수가 조정에 따른 손실을 보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설명과 상담에 대한 보상은 진작부터 필요했던 제도인데 검체검사 수가를 줄인 뒤 심층진찰료를 통해 보상하겠다는 접근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 “검체검사는 단순히 채취한 혈액을 맡기는 행위가 아니라, 환자에게 검사 목적을 설명하고 임상적 판단을 통해 종목을 결정하며 결과를 해석하는 과정”이라며 “정부가 그 가치를 소홀히 다루고 있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김재연 회장은 “심층진찰료가 검체검사 수가 감소분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보상책이라 보기는 어렵다”며 “최소한 검사를 많이 시행해 손실이 큰 분야에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설계해야 하는데 산부인과는 난임 분야가 빠져있어 현재로서는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도 취지뿐 아니라 현장의 손실 규모와 진료 특성까지 함께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과·산부인과 10분 이상 진료시 보상 확대 추진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검체검사 수가 조정으로 타격을 입을 일차 의료기관에 심층진찰료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원가 대비 수익률이 높은 소변·혈액 등 검체검사 수가를 조정해 확보한 재원을 저보상 항목에 재투자한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다만 검체검사를 주력으로 하는 내과 등 의원들은 수익 감소가 우려돼 반발하고 있다.
심층진찰료는 의사가 특정 시간 이상 진료할 경우 일반 진찰료보다 높은 수준의 수가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복합 만성질환 관리, 약물 조정, 생활습관 상담 등 시간이 많이 필요한 진료 행위를 보상하겠다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현재 심층진찰료는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희귀질환 심층진찰과 의원급의 아동 일차의료 심층상담 형태의 시범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 심층진찰료 수가는 15분 이상 진료할 시 일반 진찰료의 4배 수준인 8만5720원에서 12만1450원으로 책정돼 있다.
최근 논의되는 방안은 일차 의료기관의 내과, 산부인과 전문의가 환자를 10분 이상 진료하면 초진진찰료를 두 배까지 산정하는 것이다. 내과의 경우 복합만성질환자를, 산부인과는 임산부와 폐경기 환자를 진료했을 때 적용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과거 실패한 것으로 평가되는 외과계 심층진찰료 사업과 달리 복잡한 동의서 작성이나 행정적 문서 작업을 최소화하고, 환자에 대한 실질적인 설명과 상담 자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될 전망이다.
◇“1차 의료 살리고 의료전달체계 바로잡는 계기”
현장 의료진들은 환자에게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고 있다.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관리가 이뤄지면 1차 의료가 강화돼 경증 환자들이 대학병원에 쏠리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게다가 동네 의원을 찾는 만성질환자들이 점차 고령화되면서 인지 능력이 저하되거나 복합적인 만성질환을 동시에 앓는 경우가 많아 현실적으로도 진료 시간이 길어지는 상황이다. 서울의 한 내과 개원의인 A씨는 “20년째 같은 자리에서 진료하다 보니 오래 다닌 환자들 모두 고령자가 됐다”며 “귀도 잘 안 들리고 복합질환도 많아 설명해야 할 내용이 과거보다 훨씬 늘었다”고 말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 역시 상담·설명 중심 진료에 대한 보상 강화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그는 “폐경기 호르몬 치료를 시작하는 환자들은 약물 부작용이나 유방암·자궁내막암 위험성, 가족력 등에 대한 설명이 필요해 초진 상담만 10분 이상 걸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이런 부분에 대한 보상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자 안 원하는 10분 진료? 본인부담금 등 해결해야
다만 심층진찰료가 도입돼 현장에 안착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환자 수용성이다. 심층진찰료가 적용되면 본인부담금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A씨는 “수입이 없는 고령 환자들은 진료비에 민감한 측면이 있다”며 “복합만성질환자들은 대부분 고령자인데 본인부담금이 크면 오히려 심층진료를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제도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환자의 본인부담 비율을 낮춰주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경직된 시간 기준 역시 문제다. 일률적으로 특정 진료 시간을 강제할 경우 도리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박근태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8~9분 동안 충분한 설명과 상담을 했는데 단지 시간 기준에 미달했다는 이유로 수가를 인정받지 못한다면 현장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검사 대기시간이나 진료 흐름 등 실제 의원급 의료기관의 운영 현실을 반영한 유연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현선 서울시송파구의사회장은 “과거 심층진찰 시범사업 논의 당시 실제로 환자들을 10분씩 진료해봤는데 대다수 환자들이 먼저 진료실을 나가고 싶어 했다”며 “복합질환자라도 약물을 처방받기 위해 진료를 보는 환자가 많은데 10분이라는 기준을 내세우는 방식은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의 대신 표시과목 중심으로 가야
의료기관 운영 측면에서의 갈등 요인도 존재한다. 현재 논의는 내과와 산부인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실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다양한 전문 과목 의사가 함께 근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내과 의원이라 하더라도 가정의학과나 타 과 전문의, 혹은 일반의를 봉직의로 고용해 함께 진료하는 경우가 흔하다.
심층진찰료가 내과나 산부인과 전문의에게만 한정돼 적용될 경우 혼선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박 회장은 “같은 내과 의원에서 근무해도 어떤 의사는 청구가 가능하고 어떤 의사는 불가능하다면 환자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며 “표시과목 중심으로 ‘내과’라면 전부 적용하는 식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반면, 심층진찰료가 검체검사 수가 조정에 따른 손실을 보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적지 않다. 설명과 상담에 대한 보상은 진작부터 필요했던 제도인데 검체검사 수가를 줄인 뒤 심층진찰료를 통해 보상하겠다는 접근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 “검체검사는 단순히 채취한 혈액을 맡기는 행위가 아니라, 환자에게 검사 목적을 설명하고 임상적 판단을 통해 종목을 결정하며 결과를 해석하는 과정”이라며 “정부가 그 가치를 소홀히 다루고 있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김재연 회장은 “심층진찰료가 검체검사 수가 감소분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보상책이라 보기는 어렵다”며 “최소한 검사를 많이 시행해 손실이 큰 분야에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설계해야 하는데 산부인과는 난임 분야가 빠져있어 현재로서는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도 취지뿐 아니라 현장의 손실 규모와 진료 특성까지 함께 고려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