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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테니스 스타 노바크 조코비치가 프랑스오픈 경기 도중 얼음주머니로 얼굴 열기를 식히고 있다. /AP
지금 유럽은 전례 없이 뜨거운 초여름을 보내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5월 기온이 평년 7월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때이른 폭염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러한 무더위는 테니스 메이저대회인 프랑스오픈까지 덮쳤다. 지난 28일 체코의 야쿠브 멘시크는 아르헨티나 마리아노 나보네와 4시간 30분이 넘는 격전을 치른 뒤 그대로 코트에 쓰러졌다. 그는 경기 도중 급격한 탈수로 전해질을 제때 보충하지 못했고, 경기 막판에는 근육 경련까지 겪었다.

다른 선수들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세계 16위인 카스페르 루드(노르웨이)도 1회전을 통과한 뒤 “열사병에 걸린 느낌이었다. 어지럽고 좀비처럼 걸어 다녔다”고 말했다. 세계 1위인 얀니크 신네르는 경기 도중 경련과 어지럼증을 이겨내지 못해 2회전에서 역전패하며 일찍 짐보따리를 쌌고,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노바크 조코비치도 3회전 탈락 후 폭염으로 경기를 치르기가 너무 고통스러웠다고 하소연했다.

프랑스오픈 참가 선수들이 겪은 이러한 증상은 일반인들이 무더위 속에서 운동할 때 마주치는 전형적인 열 질환 경고 신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먼저 다리에 쥐가 나는 현상은 근육이 보내는 가장 흔한 초기 경고 신호다. 땀을 과도하게 흘리면 수분뿐 아니라 나트륨이나 칼륨 같은 체내 필수 전해질이 빠져나간다. 이에 따라 근육이 정상적인 수축·이완을 하지 못하면서 종아리·햄스트링·허벅지 앞쪽·복부 등에 극심한 통증을 동반한 근육 경련이 일어난다. 멘시크가 겪은 증상이 대표적인 열경련이다.

또 체온이 올라가면 몸은 열을 방출하기 위해 피부로 혈류를 집중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근육으로 가야 할 혈류량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평소보다 몸이 더 무겁고 쉽게 지치는 느낌이 들게 된다.

어지럼증과 멍한 느낌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경고 신호다. 루드가 언급한 ‘좀비 상태’가 바로 이 단계다. 체온 상승이 계속되면 뇌 기능에도 영향을 미쳐 집중력과 판단력, 방향감각이 저하되고, 반응 속도도 느려진다. 이 단계를 방치해 체온 조절 기능이 무너지면 생명까지 위협당할 수 있는 열사병으로 이어진다.


특히 체온 조절 기능이 무너지면 오히려 땀이 갑자기 줄어들기도 한다. 땀이 나지 않아 시원해졌다는 착각을 하기 쉬운데, 체내 체온 조절 시스템이 붕괴되고 있다는 위험 신호일 수도 있다. 다리가 꼬이거나 비틀거리는 등 몸이 말을 안 들을 때에는 단순 근육 피로가 아니라 뇌와 신경계가 과열됐다는 의미이므로 즉시 운동을 중단해야 한다. 따라서 폭염 속에서 불가피하게 야외 운동을 할 때는 종목별 특성에 맞는 대비가 필요하다.

ㆍ달리기(러닝) : 폭염시 가장 위험한 운동이다. 체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데다 지면의 복사열까지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더운 날에는 기록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평소 페이스의 70~80%로 달리는 것이 좋다. 운동 시간도 이른 새벽이나 해가 진 후로 잡는 게 바람직하다. 수분 섭취 때 맹물만 많이 마시면 체내 나트륨 농도가 지나치게 낮아지는 ‘저나트륨 혈증’이 올 수도 있으니, 갈증을 느끼기 전부터 전해질 음료를 규칙적으로 마셔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ㆍ자전거(사이클) : 바람을 맞으며 달리기 때문에 시원하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실제 땀 배출량은 매우 많다. 15~20분 간격으로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해 주어야 한다.

ㆍ골프 : 4~5시간 이상 햇빛에 노출돼 열사병 발생 위험이 높은 대표적인 야외스포츠다. 모자와 양산을 적극 활용하고, 매 홀 이동할 때마다 수분을 섭취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ㆍ테니스나 축구, 풋살처럼 폭발적인 움직임이 반복되는 구기 스포츠는 쉬는 시간마다 얼음 수건 등을 활용해 목과 얼굴 등의 체온을 강제로 식혀야 한다.

ㆍ관람석도 위험지대 : 야외 구기 종목은 선수뿐 아니라 관중도 조심해야 한다. 콘크리트 구조물인 경기장에서 뿜어내는 열기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수만 관중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으면 주변 온도가 더 올라가고 바람이 잘 통하지 않아 체온 조절이 더 어려워진다. 직사광선이 뇌와 눈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자와 선글라스는 필수. 손 선풍기, 냉스카프, 얼린 생수병을 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 경기장에서 마시는 맥주는 순간 청량감을 주는 대신 이뇨 작용을 일으켜 체내 수분을 빠르게 앗아간다. 맥주나 탄산음료를 한 잔 마셨다면, 같은 양의 생수나 이온음료를 마셔 탈수를 막아야 한다. 관람 중 갑자기 두통이 오거나 어지럽고 속이 메스껍다면, 그늘지고 시원한 곳으로 이동해 휴식을 취해야 한다.


강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