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인터뷰_필립스코리아 최낙훈 대표이사

한국 진출 50주년… '종합 헬스테크 기업' 지향
장비 넘어서 데이터·소프트웨어 연구 개발 집중
"인공지능 역량 강화로 의료진 업무 부담 완화…
신기술 검증에 최적인 한국과 협력·투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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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훈 대표는 “의료진 의사결정을 도와 환자에게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고 말했다. /김지아 헬스조선 객원기자
필립스는 1891년 네덜란드에서 전구 제조 기업으로 출발했다. 이후 생활가전·반도체 등으로 사업을 확장했고, MRI·CT·초음파 등 의료기기 사업도 오랜 기간 이어왔다. 일반 소비자에게는 면도기·전동칫솔 등 생활가전 브랜드 이미지가 익숙하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영상진단 장비와 환자 모니터링 분야의 대표적인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 시장에는 1976년에 들어와, 올해로 꼭 50주년을 맞았다. 그간 필립스코리아는 국내에서 진단·치료부터 환자 관리까지 의료 전반에 걸쳐 다양한 제품들을 선보여 왔다. 최근에는 단순 하드웨어 공급을 넘어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기반 통합 의료 환경 구축에 집중하며 헬스테크 기업으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필립스코리아 최낙훈 대표이사는 "헬스케어 중심 기업으로 방향을 명확히 한 이후,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역량을 계속해서 강화했다"며 "영상진단 장비와 환자 모니터링, 데이터 플랫폼을 연계한 통합 환경 구축에도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진료 데이터 연결… 빠른 의사결정 지원

필립스가 헬스케어 중심 기업으로 전환하기 시작한 것은 2016년부터다. 의료 서비스가 단순 장비 중심에서 데이터와 연결성을 기반으로 진화하는 흐름 속에서 진단과 치료, 사후 관리까지 아우르는 방향으로 기업의 역할을 확장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 시장에서도 동일하게 이어져왔다. 필립스코리아는 영상진단, 환자 모니터링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내 의료기관과 협력했으며, 스마트병원과 데이터 기반 진료 환경 구축 사업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서울대병원 스마트 응급의료 구축 ▲국제성모병원 차세대 스마트병원 구축 ▲원광대병원 벤더 중립형 데이터 플랫폼 구축 등이 대표 사례다.

최 대표는 "현재도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단순한 장비 공급사가 아니라, 의료 현장 문제를 함께 해결하는 전략적 파트너를 지향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의료 현장에서는 진단과 치료, 모니터링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환경 구축이 중요하다. 의료진이 환자 치료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 필립스 조사에 따르면, 국내 의료진 91%는 접근이 어렵거나 불완전한 환자 데이터로 인해 임상 시간을 소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는 의료진이 환자 진료보다 데이터 접근과 행정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는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


필립스가 진단부터 치료, 환자 모니터링에 이르는 전체 과정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하는 데 집중하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이를 통해 의료진의 의사결정 속도와 정확도를 높이고, 병원 운영 효율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최 대표는 "영상 데이터와 환자 상태 정보, 진료 기록 등이 각각 다른 시스템에 분산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의료진 판단을 지원하는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전환… AI 투자 확대

현재 필립스는 소프트웨어 기반 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만 17억유로(한화 약 3조원)를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이는 전체 매출의 9.5%에 달하는 금액이다.

전세계 연구개발 인력 절반을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사이언스 분야에 배치했으며, 유럽특허청(EPO) 의료기술 분야 특허 출원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적 학술데이터 분석 기업 클래리베이트가 정하는 '글로벌 100대 혁신 기업'에도 13년 연속 선정됐다.

특히 필립스는 인공지능(AI)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고령화와 의료 수요 증가로 의료 현장 업무 부담이 커지면서 AI의 역할·활용도가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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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낙훈 대표.
최낙훈 대표는 "필립스는 AI의 역할을 자동화·증강·민첩성 등 세 가지로 정의하고 있다"며 "반복 업무를 줄이고 의료진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한편, 분산된 의료 데이터를 보다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AI는 의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의료진 판단을 돕는 역할"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의료진 의사결정 속도와 정확도를 높여 환자에게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목표다"고 했다.

최근에는 지속가능성과 자원 효율성을 고려한 기술 개발에도 힘을 싣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헬륨 사용량을 줄인 MRI 마그넷 기술 '블루실(BlueSeal)'이다. 블루실은 필립스가 개발한 헬륨 프리 MRI 마그넷 기술이다. 기존 MRI 장비 구동에 필요한 고가의 액체 헬륨 사용량을 99% 이상 절감해 공급 인프라 의존도를 낮춘다. 2018년 이후 전세계에 2220개 이상 블루실 시스템을 설치해 기존 제조 방식 대비 600만리터 이상 헬륨을 절감했다. 기존 MRI는 약 1500L의 액체 헬륨이 필요하지만, 블루실은 약 7L만으로 추가 보충 없이 운영할 수 있다. 최 대표는 "의료 현장 지속가능성과 운영 안정성을 함께 고려해 제품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핵심 테스트베드… 협력 지속"

의료기기 기업 입장에서 한국 시장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테스트베드(기술 검증 무대)'다. 의료진의 임상 수준은 물론, 디지털 수용도 역시 높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에서 검증된 기술은 세계 시장에서도 신뢰를 얻는 경우가 많다.


필립스의 경우 국내 의료기관과 협력해 AI 기반 영상 솔루션과 디지털 헬스케어 기술을 적용·검증했으며, 이 과정에서 축적한 임상 데이터와 운영 경험을 주요 참고자료로 활용했다. 최 대표는 "한국은 디지털 수용도가 높고 의료진 임상 수준도 높아 새로운 기술을 테스트하고 검증하기에 최적 환경"이라며 "필립스는 한국을 단순 판매 시장이 아닌 핵심 테스트베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설립 50주년을 맞은 필립스코리아는 계속해서 국내 의료기관과 협력을 확대하고 투자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최낙훈 대표는 "앞으로도 국내 의료진의 핵심 파트너로서 의료 현장에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함께 고민하고 의료진과 환자가 체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블루실(BlueSeal) 마그넷

필립스가 개발한 헬륨 프리 MRI 마그넷 기술이다. 기존 MRI 장비 구동에 필요한 고가의 액체 헬륨 사용량을 99% 이상 절감해 공급 인프라 의존도를 낮춘다. 2018년 이후 전세계에 2220개 이상 블루실 시스템을 설치해 기존 제조 방식 대비 600만리터 이상 헬륨을 절감했다.

구교윤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