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휘의 근거로 알려주는 의학 퀴즈

혈관 건강에 좋고 콜레스테롤을 낮춰준다는 믿음 때문에, 매일 아침 공복에 올리브오일을 한 숟가락씩 챙겨 드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건강을 생각해서 샐러드에 듬뿍 뿌려 먹거나, 요리를 할 때도 다른 기름 대신 무조건 올리브오일만 고집하기도 하죠. 하지만 전 세계의 시험 결과들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상식처럼 믿고 있던 이 행동이 잘못됐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의 퀴즈: 몸에 좋다는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매일 따로 챙겨 먹으면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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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정답은 X입니다.

올리브오일은 어떻게 '심혈관의 보약'이 되었나
올리브오일이 좋다는 통념에 대해 잠깐 짚고 가겠습니다. 2013년 세계적인 의학저널에 발표된 대규모 연구(PREDIMED 연구)가 결정적이었습니다. 심혈관 위험이 높은 7447명을 추적했더니, 올리브오일을 듬뿍 곁들인 지중해식 식단 그룹이 저지방 식단 그룹보다 심근경색과 뇌졸중 위험이 30% 낮게 나왔습니다. 이와 유사한 연구 결과들이 누적되면서 올리브오일은 심혈관에 좋은 오일로 인식이 굳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연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허점이 보입니다. '저지방 식단을 권고를 받았다'는 대조군이 실제로는 저지방 식단을 거의 지키지 않았던 것이죠. 5년 후 추적 결과, 지방 섭취량이 시작 시점과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2018년에는 무작위 배정 절차에 결함이 발견되어 논문이 한 차례 철회되었다가 재출간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따로 있습니다. 올리브오일 그룹의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대조군보다 더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심혈관 질환이 줄어든 진짜 이유는 콜레스테롤이 낮아져서가 아니라, 올리브오일 속 폴리페놀 성분의 항산화 및 항염증 작용 때문이었던 것이죠.

즉 앞선 연구들이 보여준 건 ‘올리브오일이 콜레스테롤을 낮춘다’가 아니라, ‘포화지방 위주 식단보다는 채소와 올리브오일을 챙겨 먹는 식단이 더 낫다’는 비교 결과에 가까웠던 겁니다. 이 미묘한 차이를 모른 채 만들어진 게 지금 우리가 아는 올리브오일에 대한 통념입니다.

핵심 근거1. 올리브유가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처럼 보였던 진짜 이유
올리브오일이 혈관을 청소하는 식품으로 찬사를 받게 된 과거의 연구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올리브오일의 효과를 비교한 대상(대조군)이 버터, 라드(돼지기름), 마가린 같은 몸에 나쁜 포화지방이었다는 점입니다.


버터를 섭취하면 간의 콜레스테롤 수용체가 억제되어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쌓이게 됩니다. 그런데 식단에서 버터를 치워버리고 그 자리에 올리브오일을 채우자, 억제되었던 간의 콜레스테롤 처리 능력이 회복되면서 수치가 좋아진 것뿐입니다. 즉 LDL 콜레스테롤 감소의 상당 부분은 올리브오일 자체의 효과라기보다, 버터를 치우면서 얻은 효과였던 셈입니다.

실제로 60개의 임상시험을 모아 분석한 대규모 연구(Mensink 2003)에서, 평소 식단의 탄수화물을 올리브오일로 바꿔도 LDL 콜레스테롤은 거의 그대로였습니다. 올리브오일의 주성분(단일불포화지방)이 LDL을 낮추는 효과는 사실상 0에 가까웠던 것이죠.

더 흥미로운 건 다른 식물성 기름들과 직접 비교해본 결과입니다. 34개 임상시험, 1730명의 데이터를 종합한 2023년 연구(Jabbarzadeh-Ganjeh 2023)에 따르면, 올리브오일을 10g씩 더 먹어도 LDL 콜레스테롤은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카놀라유와 올리브오일을 직접 비교한 13개 임상시험을 모은 분석(Pourrajab 2023)에서는 결과가 더 극적이었습니다. 카놀라유를 먹은 집단이 올리브오일을 먹은 집단보다 총 콜레스테롤은 평균 8.92 mg/dL, LDL은 6.13 mg/dL 더 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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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it Rev Food Sci Nutr. 2023 Nov;63(33):12270-12284.
핵심 근거 2. 잘 관리되고 있던 식단에 올리브유를 추가하면 생기는 일
그렇다면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깁니다. "올리브오일이 LDL을 못 낮춘다는 건 알겠는데, 만약 저지방 채식으로 식단을 잘 관리하기 시작했다면, 거기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추가로 더 먹는 건 어떨까?"

그 해답이 2024년 미국심장협회지(JAHA)에 실린 한 연구에 나옵니다. 연구진은 심혈관 위험이 있는 성인들에게 동물성 지방을 일절 뺀 저지방 채식을 제공하면서, 각 참가자가 두 가지 식단을 번갈아 경험하게 했습니다.

• A 기간 (4주): 저지방 채식 +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하루 4큰술(약 60mL) 추가
• B 기간 (4주): 저지방 채식 +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하루 1티스푼 미만으로 거의 배제


결과는 흥미로웠습니다. 저지방 채식만 했을 때 LDL이 잘 잡혀 있던 사람들이, 거기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 4큰술을 추가하기 시작하자 LDL 콜레스테롤이 평균 15.8 mg/dL 올라간 것입니다. 이미 잘 관리되고 있던 식단에 갑자기 다량의 올리브오일을 추가했을 때, LDL이 오히려 오를 수 있다는 신호가 포착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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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Am Heart Assoc. 2024 Jul;13(15):e035034.
연구진은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식단에 갑자기 다량의 기름이 들어오자, 간이 이 기름을 온몸으로 나르기 위해 콜레스테롤 운반 입자를 더 많이 만들어낸 적응 반응으로 해석했습니다.

핵심 근거 3. 다른 임상시험과 유럽식품안전청의 판단
이건 단 한 번의 우연이 아닙니다. 호주에서 진행된 또 다른 임상시험(OLIVAUS, 2023)에서도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매일 60mL씩 3주간 먹은 그룹의 LDL이 평균 5.4 mg/dL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유럽연합의 식품 안전을 책임지는 유럽식품안전청(EFSA)이 2025년 5월, "올리브오일 폴리페놀이 LDL 콜레스테롤을 낮춘다"는 식품 표시 신청을 "근거가 부족하다"며 공식 거부했습니다. (다만 "올리브오일 폴리페놀이 LDL 산화를 막아준다"는 별도의 표시는 여전히 인정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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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FSA J. 2025 May 23;23(5):e9470.
그렇다면 올리브오일은 나쁜 기름인가?
오해하지 마셔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이 ‘올리브오일은 나쁜 기름’이라는 뜻은 절대 아닙니다. 요리에서 버터나 라드 같은 포화지방 대신 사용하는 용도로는 여전히 가장 좋은 선택지 중 하나이고, 올리브오일에 풍부한 폴리페놀은 이미 혈관에 있는 LDL이 산화되어 혈관 벽에 들러붙는 것을 막아주는 항산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핵심은 따로 있습니다. 건강한 사람이 올리브오일은 적절히 먹었을 때 몸에 좋은 요리 기름이지, 심혈관 질환이 있는 환자의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약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둘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요리에 적당히 쓰는 올리브오일과, 콜레스테롤을 낮추겠다며 매일 공복에 따로 들이켜는 올리브오일은 전혀 다른 행위인 것입니다.


오늘의 결론
1. 올리브오일이 콜레스테롤을 크게 낮춘다는 통념은, 상당 부분 버터 같은 포화지방과 비교했을 때 나타난 효과를 올리브오일 고유의 효과로 오해한 데서 비롯됐다.
2. 다른 식물성 기름(카놀라유, 옥수수유 등)과 비교하여 올리브오일이 LDL을 더 낮추지는 않는다.
3. 특히 식단 관리를 잘하고 있던 사람이 콜레스테롤을 낮춰보겠다며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매일 별도로 챙겨 먹으면, LDL이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
4. 올리브오일은 적당량 먹었을 때 몸에 좋은 요리 기름은 맞지만, 심혈관 질환 환자의 건강을 돕는 콜레스테롤 개선 영양제는 아니다.
5. 콜레스테롤이 걱정된다면 올리브오일을 더 먹기보다, 포화지방(버터·삼겹살·치즈 등) 섭취를 줄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김연휘 의사·유튜브 ‘근알의’ (근거를 알려주는 의사)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