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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기를 켠 채 잠드는 습관이 수면의 질이나 호흡기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선풍기 틀어놓고 자면 안 된다.” 여름철이면 한 번쯤 듣게 되는 말이다. 선풍기가 실제로 수면의 질이나 호흡기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영국 이비인후과 전문의 마난 샤 박사는 최근 외신 미러(Mirror)와의 인터뷰에서 “잠자는 동안 선풍기를 켜두는 것은 대다수 사람들에게 일반적으로 안전하다”며 “다만 일부 사람들에게는 다양한 불편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막힘 유발 가능… 소음도 수면 방해
특히 선풍기를 얼굴 가까이에 두고 장시간 바람을 직접 쐬는 습관은 주의가 필요하다. 샤 박사에 따르면 선풍기 바람을 얼굴 가까이에서 오래 쐬면 코 안 점막이 건조해질 수 있다. 이 경우 몸이 이를 보상하기 위해 점액을 과다 분비하면서 오히려 코막힘이 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피부와 눈 역시 건조해져 가려움이나 자극감을 느끼기 쉽고, 지속적으로 같은 부위에 찬 바람이 닿으면 근육통이나 몸의 뻣뻣함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소음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샤 박사는 “만성적인 소음 노출은 수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선풍기 소음이 40dB 이상인 경우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일상적인 소음은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비교적 낮은 수준의 소음도 수면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결과가 있다. 이스라엘 바르질라이 의료센터 정신과 연구팀에 따르면 야간 소음이 48dB 수준에서 수면 중 각성을 유발할 수 있으며, 33dB 정도의 낮은 소음에서도 호르몬 변화나 몸 움직임 증가 같은 생리적 반응이 나타날 수 있었다.

◇알레르기·천식 있다면 주의
알레르기나 천식이 있는 사람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선풍기가 실내 먼지와 꽃가루, 반려동물 털 등을 공기 중에 퍼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샤 박사는 “선풍기를 끈 후에도 집안의 알레르기 유발 물질은 공기 중에 남아 있거나 선풍기 날개나 침구류 같은 표면에 쌓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에 따르면 선풍기와 열린 창문은 실내 꽃가루 농도를 높여 야간 천식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 같은 알레르기 유발 물질은 콧물, 기침, 코막힘 등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일부 사람들에게서는 코골이나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증상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폐쇄성 수면무호흡증은 수면 중 기도가 반복적으로 막히며 호흡이 일시적으로 멈추는 질환이다.

◇청소와 거리 두기 중요
다만 선풍기가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샤 박사는 “더운 환경에서는 선풍기가 체온을 낮춰 수면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고, 공기 순환에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갱년기 증상이나 암 치료 과정에서 나타나는 열감 완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선풍기를 사용할 때 몇 가지 생활 수칙을 지키면 불편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우선 선풍기를 얼굴 가까이에 두기보다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회전 기능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타이머 기능을 활용해 잠든 뒤 자동으로 꺼지게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또 선풍기 날개와 침실 내부를 주기적으로 청소해 먼지와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공기청정기를 함께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