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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출력 레이저 포인터를 가지고 놀던 10대 소녀가 망막 손상을 입은 사례가 보고됐다. 해당 사진은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임./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고출력 레이저 포인터를 가지고 놀던 10대 소녀가 망막 손상을 입은 사례가 보고됐다.

벨기에 생뤼크대학병원 안과 의료진에 따르면 13세 여아가 휴가 중 선물로 받은 레이저 포인터를 사용한 뒤 시력 저하와 암점(시야 일부가 보이지 않는 증상)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았다.

환자는 레이저 포인터를 거울에 비춰 얼굴과 눈 방향으로 여러 차례 반사되게 했다고 진술했다. 다만 정확한 노출 시간과 횟수는 환자와 보호자 모두 기억하지 못했다. 해당 제품은 중국산 비인증 녹색 레이저 포인터로, 출력은 100mW 수준이었다. 이는 일반적인 프레젠테이션용 레이저 포인터(1mW 이하)보다 훨씬 높은 출력이다.

의료진은 고출력 레이저 노출 이력과 병변, 안구 단층촬영(OCT) 검사에서 나타난 소견 등을 종합해 환자에게 ‘레이저 유발 황반병증’ 진단을 내렸다. 황반은 망막 중심부에 위치해 시력을 담당하는 핵심 부위다. 특히 이 환자는 기존에 약시와 사시가 있었으며, 상대적으로 시력이 좋았던 눈에 더 큰 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은 약시가 있는 어린이는 추가적인 망막 손상에 더 취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행히 염증이나 신생혈관 같은 심각한 합병증은 발견되지 않아 약물 치료 없이 경과를 관찰하는 보존적 치료가 시행됐다. 의료진은 환자와 보호자에게 레이저 기기에 대한 추가 노출을 엄격히 피하도록 지도했다. 한 달 뒤 추적 관찰에서는 암점 증상이 일부 호전됐고 시력도 개선됐다. 3개월 후에는 손상된 눈의 시력이 대부분 회복됐지만, 망막 바깥층 손상이 일부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레이저 유발 황반병증은 일반적으로 갑작스러운 중심 시력 저하, 시야 왜곡, 암점 등의 증상으로 나타난다. 특히 고출력 녹색 레이저는 망막 색소층에 더 강하게 흡수돼 손상 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온라인이나 비공식 경로를 통해 판매되는 고출력 레이저 포인터로 인한 소아·청소년 망막 손상 사례가 증가하는 추세다. 일부 제품은 장난감처럼 판매되지만 실제 출력은 안전 기준을 크게 초과하는 경우도 있다.

의료진은 “고출력 레이저 포인터는 짧은 노출만으로도 심각한 황반 손상과 영구적 시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보호자와 교육자 모두 인식해야 한다”며 “예방 가능한 손상을 줄이기 위해서는 고출력 레이저 기기에 대한 규제 강화와 대중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고출력 레이저 제품에 대한 관리가 강화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2022년 ‘휴대용 레이저용품 안전기준’을 개정해 레이저 포인터뿐 아니라 거리측정기·레저용품·사무용품 등 휴대용 레이저 생활용품 전반을 KC 인증(안전확인) 대상으로 포함했다. 이에 따라 제품의 레이저 출력은 국제 기준에 따라 1mW 이하로 제한됐다.

한편, 이 사례는 ‘큐레우스(Cureus)’ 저널에 지난 19일 게재됐다.


최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