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화장실을 드나드는 일이 일상이 된 노인들이 있다. 한 번 가도 소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고, 10분 가까이 서 있어야 겨우 한 줄기가 나온다. 낮에도 밤에도 예고 없이 화장실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외출은커녕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게 된다. 전립선비대증(BPH)은 나이 든 남성에게 매우 흔한 질환이다. 하지만 흔하다는 말이 가볍다는 뜻은 아니다. 삶의 질을 심각하게 갉아먹는 이 질환은, 특히 고령 환자에게서 치료의 선택지가 좁아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얼마 전 외래에서 기억에 남는 환자를 만났다. 90대 남성 환자로, 아들이 모시고 왔다. 하룻밤에 열 번 넘게 화장실을 가야 하고, 막상 가도 10분 이상 서 있어야 소변이 나온다고 했다. 이미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위한 검사를 받았지만, 심장 상태가 좋지 않아 전신마취는 물론 척추마취조차 위험하다는 판정을 받은 상태였다. 진료를 하며 심장내과 선생님과 함께 다시 상태를 살펴봤지만 결론은 같았다. 부득이하게 약물 치료를 이어가자고 설명했다. 몇 달이 지났다. 환자분이 다시 찾아오셔서 말씀하셨다. "수술하다 죽어도 여한이 없으니, 제발 좀 나아질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전립선비대증은 약물로 증상을 조절할 수 있는 경우도 많다. 소변 흐름을 방해하는 전립선 근육(평활근)을 이완시키거나 전립선 자체의 크기를 줄이는 약물이 사용된다. 하지만 약으로도 증상이 충분히 개선되지 않거나, 증상이 심해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면 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문제는 고령 환자의 경우 심장 질환, 고혈압, 당뇨 등 동반 질환이 많아 마취 자체가 큰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술이 필요한 상황임에도 수술을 하지 못하는 상황, 이것이 고령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처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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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의 상태를 다시 들여다봤다. 마취과 선생님과 긴 상의 끝에 한 가지 판단을 내렸다. 홀뮴 레이저를 이용한 전립선 내시경 수술, 즉 홀렙(HoLEP, Holmium Laser Enucleation of the Prostate)으로 수술 시간을 최대한 짧게 잡고, 수술 전후 모니터링을 집중적으로 하는 조건으로 진행해 보기로 한 것이다. 실제 수술 결과, 시작부터 끝까지 단 28분이 걸렸다. 수술 후 이틀간 병원에서 경과를 지켜본 뒤 환자는 퇴원했다. 몇 달이 지나 다시 만난 환자와 보호자는 환하게 웃고 있었다.

홀렙은 레이저를 이용해 전립선 조직을 내시경으로 제거하는 수술이다. 절개 없이 요도를 통해 접근하기 때문에 출혈이 적고, 숙련된 술기를 갖춘 의료진이 집도할 경우 수술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과거에는 유사한 수술에 2~3시간이 소요되기도 했지만, 현재는 30~40분 내외로 시행 가능한 경우도 많다. 고혈압, 당뇨, 심장 질환 등 동반 질환이 있는 고령 환자의 경우 마취와 수술 시간이 짧을수록 전신에 가해지는 부담이 줄어든다. 이 변화가 수술이 어렵다고 여겨졌던 환자들에게 치료의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다만 이러한 고난도 수술일수록 의료진의 숙련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로 ‘세계 비뇨기학 저널(World Journal of Urology)’에 게재된 한 논문에서는 홀렙수술의 숙련도에 따른 임상 결과 차이가 객관적 데이터로 제시된 바 있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한 명의 시술자가 누적 500례의 홀렙수술을 시행했을 때 초기 100례의 평균 수술 시간은 67분이었으나, 마지막 100례에서는 43분까지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출혈량과 감염, 마취 관련 합병증 발생률 역시 숙련도가 높아질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실제로 본원 역시 2023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준 전국 의원급에서 시행된 홀렙수술의 약 40.8%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평균 수술 시간 또한 일반적인 기준보다 약 33분가량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립선비대증 수술은 모든 환자에게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환자의 전신 상태와 동반 질환의 종류, 전립선의 크기와 형태, 마취 위험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특히 심장이나 폐 기능에 문제가 있는 고령 환자라면, 수술 가능 여부 자체를 여러 진료과가 함께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치료를 포기하기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를 먼저 비뇨기과(비뇨의학과) 전문의와 상의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는 계속 발전하고 있으며, 삶의 질을 개선할 기회 또한 이전보다 훨씬 넓어지고 있다. 이를 위해 여러 의료진들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칼럼은 조정호 골드만비뇨의학과의원 강남점 원장의 기고입니다.)


조정호 골드만비뇨의학과의원 강남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