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예술을 만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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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은 교수 그림
때 이른 더위가 시작되는 5월 말입니다. 지난 5월은 어떻게 지나오셨는지요. 어린이날과 어버이날, 스승의 날까지 감사를 표현해야 하는 날이 가득한 지난 5월의 일정이 조금 버겁지는 않으셨나요?

유난히 가족 모임과 안부 인사가 많아지는 계절.
어른들에게 죄송한 마음을 전하고 주변의 연락에는 애써 답장을 보내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따뜻한 관심마저 버겁게 느껴지는 날도 있습니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과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과 더불어 혼자 조용히 쉬고 싶은 마음이 함께 찾아오는 것은 어쩌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특히 병원 일정이 있거나 항암 이후에 컨디션 회복이 어려운 상황에서 5월을 맞이하는 환자분들을 늘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시곤 하는 것 같습니다. 나의 아픔이 혹시나 가족들의 모임에 짐이 되지는 않을까 염려하면서 말이지요.

주변에 카네이션을 선물했던 여러분의 손에 저는 ‘메리골드’라는 붉고 노란 잎의 꽃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모양을 보면 5월의 상징인 카네이션과 무척 닮았지만 이 둘은 전혀 다른 꽃말을 품고 있습니다. 카네이션이 누군가를 향한 ‘감사와 사랑’을 뜻한다면, 메리골드의 꽃말은 ‘반드시 찾아올 행복.’ 마음 한구석을 뭉클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치료 과정을 지나며 “나에게도 다시 좋은 날이 올까”라는 답답한 마음을 느끼는 분들에게 아주 다정한 약속을 해주는 꽃말입니다. 지금은 좀처럼 끝날 것 같지 않은 긴 터널을 지나는 것처럼 막막할지라도, 메리골드의 꽃말은 우리에게 언젠가 좋은 날은 꼭 다시 온다는 희망을 넌지시 건넵니다.

오직 나만을 위한 꽃다발을 그리는 시간
5월의 마지막 자락, 타인을 향했던 나의 관심과 시선을 온전히 나에게로 돌려주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오직 나만을 위한 메리골드 꽃다발을 직접 손으로 그려보는 건 어떨까요?

1) 천천히, 한 잎씩: 동글동글하고 메리골드의 잎을 한 잎씩 얹어가듯 그려보세요. 완벽하게 그리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삐뚤빼뚤한 선마저도 지금 나의 소중한 움직임의 흔적입니다.

2) 나의 빛깔로: 마음이 이끄는 대로 메리골드의 색을 채워보세요. 메리골드가 품은 노랗고 주황빛의 화사한 색채들은 그 자체로 우리 마음에 따뜻한 기운을 전해줍니다. 만약 마음에 다시 환한 생기를 채우고 싶다면 태양을 닮은 노란색을 칠해보세요.


밝고 순수한 노란색은 오랜 투병으로 지친 마음에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다정한 응원의 기운을 건넵니다. 그동안 가슴속에 쌓인 지치고 미안한 감정들을 포근하게 안아주고 싶다면 주황색으로 칠해보세요. 따뜻한 온기를 품은 주황색은 억눌렸던 슬픔을 부드럽게 녹여내고 마음을 편안하게 토닥여주는 치유의 힘이 있습니다.

붓이나 색연필로 이 빛깔들을 채워가는 동안만큼은, 그동안 지고 있던 무거웠던 책임감과 미안함은 잠시 내려놓아 봅니다. 지금 당신의 손길이 닿은 그 색이, 바로 오늘 당신의 마음이 보내는 다정한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3) 나에게 주는 선물: 다 그린 꽃 아래에 예쁜 리본을 묶어 나만의 꽃다발을 완성해 줍니다. ‘반드시 찾아올 행복’ 그런데 사실, 심리학에서는 행복이란 저 멀리 미래에서 찾아오기를 막연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스스로 찾아내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오직 나만을 위해 메리골드 꽃다발을 그리고 있는 지금, 당신의 기분은 어떠신가요?

어쩌면 언제 찾아올지 모를 미래의 행복을 기다릴 필요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고른 따뜻한 색들로 종이를 채워가는 이 고요한 순간, 하얀 종이 위에 피어난 꽃송이들을 바라보는 이 시간 자체가 이미 당신에게 찾아온 작은 행복일 수 있으니까요.

찾아오길 기다리던 그 행복은 이미 오늘 우리의 마음속에 소리 없이 와 있는지도 모릅니다.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마음을 담아, 지금 여기의 나에게 이 꽃다발을 기쁘게 선물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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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은 드림(서울여자대학교 교양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