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근경색을 흔히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만 걸리는 질환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고지혈증 진단을 받은 적 없는 사람에게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지난 21일 김지만 한의사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심근경색 환자 대부분 고지혈증 진단조차 받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동맥경화는 단순히 한 가지 요인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요인에 의해 생긴다”고 했다. 이어 그는 “식이를 중심으로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심혈관질환 발생률을 무려 80%까지 낮아지는다는 연구가 있다”며 혈관 건강에 도움되는 음식들을 소개했다. 혈관 건강 관리에 도움이 되는 음식들에 대해 알아본다.
◇호두
호두는 혈관 내피 기능 개선과 항염 효과에 도움되는 견과류다. 김 한의사는 “견과류 중에서도 호두는 식물성 오메가-3 함량이 압도적으로 높다”며 “산화질소 생산에 필요한 L-아르기닌과 장내세균을 강력한 항염 분자로 바꿔주는 폴리페놀까지 갖췄다”고 했다. 실제로 호두는 혈관과 염증 관리에 도움이 된다. 유럽식품안전청(EFSA)에 따르면 호두는 혈관 내피 기능 유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혈관 내피는 혈관 안쪽을 감싸는 세포층으로, 혈관을 확장하고 혈류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 기능이 떨어지면 혈관이 딱딱해지고 동맥경화 위험이 커진다.
게다가 호두 속 오메가-3 지방산은 혈중 중성지방과 염증 반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폴리페놀은 산화 스트레스를 낮춰 LDL 콜레스테롤 산화를 막는다. 하루 30g 정도의 호두를 꾸준히 섭취하면 LDL 입자 수가 감소한다는 사실이 연구를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호두는 하루 한 줌(약 28~30g) 정도 섭취하는 게 적당하다. 다만 지방 함량과 열량이 높은 만큼. 다른 간식이나 지방 섭취를 호두로 대체하는 방식이 권장된다. 산패가 빠른 식품이어서 냉동 보관 후 1~2개월 안에 먹는 게 좋다.
◇귀리
귀리는 콜레스테롤과 염증 관리에 도움되는 통곡물이다. 김 한의사는 “귀리 속 베타글루칸이 장에서 콜레스테롤을 붙잡아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단순히 LDL 수치만 낮추는 게 아니라 ApoB 수치 감소에도 도움을 준다”고 했다. ApoB는 LDL 입자 개수를 반영하는 지표로, 동맥경화 위험을 평가할 때 활용된다.
귀리의 핵심 성분 베타글루칸은 수용성 식이섬유다. 물과 만나면 끈적한 점성 물질로 변한다. 담즙산과 콜레스테롤을 흡착해 배출시킨다. 원래 담즙산은 대부분 장에서 재흡수돼 다시 콜레스테롤 합성에 활용되는데, 귀리가 이 재활용 과정을 차단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간이 콜레스테롤을 혈액에서 끌어오게 되고 혈중 LDL 농도가 낮아진다.
최근 귀리가 장내 미생물 환경에도 영향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2026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단기간 귀리 중심 식단만으로도 콜레스테롤 감소 효과가 나타났고, 효과도 수주간 그 효과가 유지됐다. 연구진은 장내 미생물이 귀리를 분해해 생성한 디하이드로페룰산 같은 대사산물이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한 것으로 분석했다.
다만, 귀리를 오트밀 제품을 통해 섭취한다면 제품 선택이 중요하다. 오트밀 제품이라고 모두 건강한 것은 아니다. 귀리를 지나치게 잘게 가공한 퀵 오트밀이나 첨가당이 많은 제품은 혈당을 빠르게 올릴 수 있다. 건강 관리를 위해서는 스틸컷 오트밀이나 롤드 오트밀처럼 가공을 덜 거친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
◇차전자피
차전자피는 콜레스테롤과 혈당, 장 건강을관리하는 데 도움되는 식품이다. 김 한의사는 “차전자피는 귀리보다 점성이 더 강한 식이섬유를 함유해 콜레스테롤 배출 효과가 뛰어나다”며 “변비와 혈당, 콜레스테롤 문제를 함께 관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식품”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귀리와 함께 차전자피를 심혈관질환 위험 감소에 도움될 수 있는 식품으로 인정하고 있다.
차전자피에는 아라비노자일란 계열 수용성 식이섬유가 풍부하다. 장에서 물을 흡수해 젤 형태로 변하면서 콜레스테롤과 담즙산을 강하게 붙잡아 배출시킨다. 김 한의사에 따르면 스타틴 계열 콜레스테롤 약을 복용 중인 사람이 섭취해도 추가적인 수치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혈당 조절 효과도 있다. 차전자피는 음식물 흡수 속도를 늦춰 식후 혈당 급상승을 완화한다. 또 식이섬유 함량이 높아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키기 때문에 체중 관리에도 도움이 된다.
다만 차전자피를 섭취할 때는 반드시 물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물 없이 먹거나 충분히 불리지 않고 섭취하면 식도나 장이 막힐 위험이 있다. 김 한의사는 “차전자피 5g당 최소 물 250mL를 함께 마시는 게 중요하다”며 “물에 충분히 불려 섭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과다 섭취 역시 주의한다. 복부 팽만감이나 복통이 발생할 수 있다. 처음에는 소량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