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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이니 박사는 정자 건강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흡연과 약물 사용, 과도한 음주, 초가공식품 위주의 식습관을 꼽았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임신과 출산은 흔히 여성의 건강 문제로 여겨진다. 하지만 남성의 정자 건강 역시 임신 성공률과 태아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남성들이 무심코 반복하는 생활 습관이 정자의 질을 떨어뜨려 여성의 임신 유지와 유산 위험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전문가 조언이 나왔다.

영국 버밍엄대 인간생식센터의 에일린 딜레이니 박사는 최근 영국 매체 '니드투노우'와의 인터뷰에서 "정자의 질은 수정 성공 여부뿐 아니라 임신 유지와 태아 발달에도 영향을 준다"며 "남성 역시 임신 전부터 적극적으로 건강과 생활 습관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딜레이니 박사에 따르면 정자는 초당 약 1000개씩 새로 만들어지며, 완전히 성숙하는 데 약 3개월이 걸린다. 지금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 약 3개월 뒤 정자 건강이 좋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딜레이니 박사는 정자 건강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흡연 ▲약물 사용 ▲과도한 음주 ▲초가공식품 위주의 식습관을 꼽았다. 이런 습관은 정자의 DNA를 손상시키거나 운동성을 떨어뜨리고, 형태 이상을 유발할 수 있다. 정자의 운동성이 낮으면 난자까지 제대로 도달하지 못하고, 머리 부분이 손상됐거나 비정상적인 모양이면 수정 가능성이 크게 떨어진다.

특히 정자 DNA 손상은 반복 유산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난자와 수정되더라도 배아가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해 임신이 유지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딜레이니 박사는 "여성이 임신 기간 대부분의 신체적 부담을 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남성이 해야 할 중요한 준비는 임신 전 정자를 최상의 상태로 만드는 것"이라며 "이는 여성 건강뿐 아니라 태어날 아이의 건강에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성의 생식 건강은 태반 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태반은 태아에게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기관으로, 발달 상태에 따라 임신 유지와 태아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즉 남성의 정자 상태가 여성의 임신 경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흥미로운 점은 '금욕이 정자 건강에 좋다'는 통념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딜레이니 박사는 "일부 난임 부부의 경우 오랜 기간 사정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임신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규칙적으로 사정하면 더 신선한 정자가 계속 생성되지만, 지나치게 오래 정체된 정자는 질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긴 금욕 기간이 임신율 저하와 유산 위험 증가와 관련 있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그렇다면 정자 건강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딜레이니 박사는 특별한 보충제에 의존하기보다 균형 잡힌 식사와 규칙적인 운동, 충분한 수면, 금연, 절주 같은 기본적인 생활 습관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난임과 생식 건강은 여전히 여성만의 문제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를 만드는 과정에는 남성과 여성 모두가 중요한 만큼, 남성도 임신 준비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가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