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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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클립아트코리아
최근 SNS에서 모낭충 감염에 대한 언급이 늘어나며 여드름, 주사 피부염, 피부 뒤집어짐 등을 경험한 소비자를 중심으로 모낭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모낭충 화장품’, ‘데모덱스 제거 화장품’이라는 문구를 내세운 제품들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모낭충은 정확히 무엇일까.

◇정상적인 피부에도 존재하는 진드기… 모두 없애야 하는 것 아니야
모낭충은 사람 피부의 모낭과 피지선에 서식하는 미세한 진드기로, 0.1~0.4mm 크기로 눈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현미경으로 확인해야 한다. 피지 분비가 많은 ▲코 주변 ▲이마 ▲턱 등에 많다. 정상적인 피부에도 있는 진드기로 발견된다고 무조건 피부에 이상이 있는 것은 아니다. 모낭충이 과도하게 증식했을 때 피부에 다양한 문제를 유발한다. 피부 장벽이 약해지거나 피지 분비가 증가하면 모낭충 수가 급격히 늘어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염증이 발생해 여드름처럼 붉은 구진이나 농포 등이 생기면서 피부가 뒤집어지는 것이다.

모낭충은 모낭 입구 주변에 무리 지어 존재하는 ‘데모덱스 폴리쿠로룸(D. folliculorum)’과 피지선과 마이봄샘에 단독으로 서식하는 ‘데모덱스 브레비스(D. brevis)’ 2가지 종류로 나뉜다. 암컷 모낭충이 모낭 내부에 알을 낳으면 이 알이 부화하고 성장하며 번식한다. 수명은 대략 2~3주 정도이며, 주로 밤에 활동성이 증가한다.

모낭충은 모낭 피지선을 둘러싸는 각질세포에 침투해 세포 내용물을 먹는다. 모낭충이 먹이를 먹을 때, 타액에 있는 ‘프로테아제 효소’를 사용해 피지와 세포 단백질을 분해해 섭취한다. 이 외에도 모낭충의 ‘리파아제 효소’가 세균이나 다른 미생물을 분해하는 작용에 쓰이기도 한다. 모낭충의 효소 작용으로 분해된 세포 단백질은 모낭 상피에 영향을 줘 모낭 입구를 막거나 주변에 염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모낭 외부에 서식하는 모낭충의 키틴질 외골격으로 인해 육아종성 이물 반응(외부 이물질을 몸이 격리하기 위해 면역세포를 모아 단단한 결절을 만드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한, 죽어가는 모낭충이 키틴질 외골격을 방출하며 나타나는 피부 면역 반응·염증성 변화는 피부에 오돌토돌한 여드름 같은 발진 등을 유발한다.

모낭충 증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면역억제 ▲피지 분비 증가 ▲피지선 증식 ▲피부 장벽 손상 ▲장기간 스테로이드 사용 ▲만성 염증 피부질환 ▲혈관 과형성 관련 요인 등이 있다.

◇완전히 없애기보단 과도한 분비 막아야
모낭충은 정상 피부에도 존재하기 때문에 없애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실제로 일부 업체는 제품을 홍보할 때 ‘얼굴 속 벌레 제거’, ‘피부 속 진드기 박멸’ 등의 표현을 사용해 ‘모낭충은 제거해야 하는 것’이라는 인식을 주기도 한다. 건강한 피부에도 모낭충은 존재하므로 전혀 완전히 제거하지 않아도 된다.

모낭충은 피지 속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진드기로 적절한 ‘균형 유지’가 중요하다. 피지 분비가 과도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피지 분비를 막는 화장품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피부 장벽이 무너지거나 염증 환경이 조성되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지나친 세안이나 강한 항균 제품 사용은 피해야 한다. 피부 장벽을 손상하고 피부 건조를 유발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샘플·테스터 등 나눠쓰는 화장품, 모낭충 감염 원인될 수도
화장품 샘플이나 테스터처럼 불특정 다수와 공유하는 화장품도 모낭충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공유화장품을 통한 모낭충의 감염을 우려한 한 최근 연구에서 파운데이션·마스카라·립스틱 등의 화장품이 모낭충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는지 여부를 실험했다. 연구진은 살아있는 모낭충을 화장품 샘플에 넣어 현미경으로 모낭충의 운동성을 관찰했다. 그 결과, 립스틱 속 모낭충은 148시간, 마스카라 속에선 21시간, 파운데이션은 2시간 동안 생존했다. 연구진은 립스틱에 사용되는 왁스 등 유분 성분과 수분 증발을 방지하는 다양한 연화제가 모낭충의 생존시간을 늘리는 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화장품 가게 테스터, 샘플 등 타인의 입술에 닿은 립스틱을 통해 모낭충이 전파되고, 심하면 입 주위 모낭충증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모낭충은 속눈썹에도 존재하는데, 마스카라의 일부 성분도 모낭충의 생존시간을 늘려 감염 경로가 될 수 있어 마스카라, 아이라이너 등 눈 화장품도 타인과 함께 쓰지 않는 게 좋다. 파운데이션 속 모낭충 생존시간은 비교적 짧았는데 파운데이션의 디메티콘 성분이 모낭충의 저산소증을 일으키고 수분 배설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파운데이션은 모낭충의 생존시간은 짧지만, 얼굴에 넓게 펴서 바르기 때문에 노출 면적이 넓고 피지가 많아 짧은 시간에 여러 사람이 사용하면 모낭충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짧은 간격으로 공유하는 화장품은 모낭충 전파가 빠를 수 있다. 여러 사람이 공유해서 써야 한다면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소분해 사용하자. 공유한 화장품을 썼다면 세안을 꼼꼼히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피부 뒤집어졌다면 화장품 구매보단 전문의 진료를
현재 시중 모낭충 화장품에서 자주 언급되는 성분 중 하나는 티트리 오일(Tea Tree Oil)이다. 티트리 오일의 주요 성분인 터피넨-4-올(Terpinen-4-ol)은 모낭충 활동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황(Sulfur)·살리실산·징크·병풀 추출물 등도 모낭염 관리를 위해 사용되는데, 이러한 성분은 모낭충 제거보단 피지 환경을 조절하고 염증을 완화해 모낭충이 과도하게 증식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드는 데 목적이 있다.

따라서 피부가 뒤집어졌다면, 임의로 모낭충 감염을 의심해 화장품을 구매하기보단 피부과 전문의에게 피부 상태를 먼저 확인받는 게 좋다. 현미경 검사 등을 통해 모낭충 밀도를 확인하고, 필요시 약물 치료를 비롯한 전문적인 치료를 받고 적절한 성분의 화장품을 선택하는 게 바람직하다.

모낭충 밀도가 높아져 피부에 염증반응이 나타난다면 우선 적절한 약제를 사용하여 모낭충 밀도를 균형 있게 만들어야 한다. 주로 바르는 이버멕틴 성분을 활용해 치료한다. 이버멕틴 연고를 사용할 때는 완두콩 크기 이상 충분히 짜서 발라주고, 2주 이상 사용해 피부 균형을 맞춰야 한다. ▲충분한 수면 ▲피부 장벽 회복 ▲피지 늘리는 화장품 사용 중단 ▲과한 항균 성분 화장품 사용 중단 등 피지와 모낭충 증가를 유발하는 생활 습관도 개선해야 한다.



서동혜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원장(피부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