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세 헬스트레이너 A씨는 평소 웨이트트레이닝을 꾸준히 해왔다. 일상 속 자세 관리에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 초 갑자기 허리를 펼 수 없을 정도의 극심한 통증이 찾아왔고, 결국 119를 타고 응급실로 실려 왔다. MRI(자기공명영상) 검사 결과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디스크는 수분이 빠져 검게 변해 있었고, 척추 곳곳엔 이미 퇴행성 변화까지 진행된 상태였다. 나이만 빼면 전형적인 중장년층 디스크 환자 영상에 가까웠다.
서울현대병원 신경외과 허준영 원장은 “허리디스크는 원래 퇴행성 변화 때문에 중장년층에서 흔한 질환이었는데, 최근엔 20~30대 환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며 “외래에서도 20대 환자가 많고, 요즘은 10대 후반 학생 환자도 적지 않게 본다”고 말했다.
젊은 층 허리디스크 증가는 생활 방식 영향이 크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사용 시간이 길어지면서 고개를 숙인 자세가 일상이 됐고, 오래 앉아 있는 생활 역시 허리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허리를 구부정하게 한 채 장시간 앉아 있으면 디스크 내부 압력이 높아지고 척추 정렬이 무너지면서 디스크가 약해질 수 있다.
여기에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강도 높은 운동까지 시작하면 디스크 손상을 키울 수 있다. 특히 데드리프트·고중량 스쿼트처럼 순간적으로 허리에 강한 압력이 실리는 운동은 젊은 환자들에게서 자주 문제가 된다. 골프나 테니스처럼 반복적으로 허리를 비트는 운동도 마찬가지다. 허준영 원장은 “평소 잘못된 자세로 디스크가 약해진 상태에서 무리하게 중량 운동을 하면 마지막 충격을 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단순 근육통과 허리디스크는 통증 양상에서도 차이가 있다. 근육통은 허리 주변이 뻐근하거나 뭉친 느낌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대개 1~2주 안에 호전된다. 반면 통증이 엉덩이와 다리 쪽으로 내려가거나 찌릿하고 저린 증상이 동반되면 디스크를 의심해야 한다. 허리 통증이 줄어드는 대신 다리 저림, 감각 이상, 근력 저하가 나타난다면 신경 압박이 심해졌다는 신호일 수 있다.
장시간 앉아 있어야 하는 직장인이라면 자세 관리가 중요하다. 아무리 바른 자세라도 오래 유지하면 허리에 부담이 될 수 있어 중간중간 일어나 몸을 움직이는 게 좋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도 고개를 깊게 숙여 보기보다 눈높이에 가깝게 들어 올려 보는 편이 목·허리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모두 수술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근육과 인대가 유연하고 회복력이 좋아 약물치료나 물리치료, 생활 습관 교정 같은 비수술 치료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허준영 원장은 “젊은 층은 실제 척추 상태보다 통증을 덜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지금 안 아프다고 방심한 채 무리한 운동이나 잘못된 자세를 반복하면 어느 순간 갑자기 허리가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