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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멘즈헬스(men's health uk)
간혹 스포츠경기 카메라에 조금은 보기 쑥스러운 장면이 잡힌다. 명승부를 연출하고 팬들의 환호성을 한 몸에 받던 스타 선수들이 경기 후 헐렁한 슬리퍼를 터덜터덜 끌면서 ‘퇴근’하거나 인터뷰에 나서는 모습이다. 공식 석상치고 너무 격식 없는 거 아닌가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여기엔 발의 자존심 회복을 도와주려는 ‘스포츠 과학’적 배려가 숨어 있다.

격렬한 운동을 하면 가장 많이 혹사당하는 부위가 발이다. 운동선수들은 경기 전 발을 단단히 잡아줘야 하므로  거의 피가 통하지 않을 정도로 끈을 강하게 조인다. 경기 중 발이 안에서 흔들리면 부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그런 상태에서 중력을 거스르듯 점프하고, 순간적으로 방향을 틀고, 급정지와 질주를 반복하면서 경기 내내 체중과 충격을 받아 낸다. 이 과정에서 발바닥과 발목 주변에 엄청난 열과 압력이 쌓인다. 여기에 혈액과 체액이 몰리면서 발이 부어 발이 커졌다는 느낌을 받는다.


만약 경기 후에도 계속 꽉 조이는 운동화를 신고 있으면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 못하고, 발의 작은 근육들이 계속 긴장 상태로 남아 피로 회복이 더뎌진다. 여기에 땀이 차고 습도까지 유지되면 피부가 짓무르거나 물집, 무좀이 생기기 쉽다.

반대로 운동화를 벗고 슬리퍼나 샌들로 갈아신으면 발가락이 자연스럽게 퍼지면서 발바닥 긴장이 풀린다. 운동 중 꽉 조인 신발 안에서 정지되거나 제한된 ‘에어백’ 기능이 살아나 땅에서 올라오는 충격을 흡수하거나 분산시킨다. 발바닥 근육이 다시 움직이면서 경기 중 혹사당한 무릎 연골로 가는 타격을 먼저 막아준다. 또 발바닥 긴장이 풀려야 종아리와 허벅지까지 혈액이 잘 돌면서 근육이 회복되기 시작한다.

특히 선수들이 많이 신는 슬리퍼는 대부분 충격을 흡수하도록 제작된 회복용 샌들, 리커버리 샌들이다. 바닥이 지나치게 딱딱하고 평평한 일반 슬리퍼는 발바닥 아치를 받쳐주지 못해 오히려 무릎과 아킬레스건에 무리를 줄 수 있다. 하지만 리커버리 샌들은 인체공학적으로 발바닥 아치 모양에 맞춰 가운데가 툭 튀어나와 있어 무너진 발의 균형을 더욱 편안하게 만들어준다.


강호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