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장비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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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블랙은 강한 햇빛이나 경기장 조명으로 인한 눈부심을 줄여 시야 확보를 돕는다./사진=연합뉴스
야구 경기를 보거나 사회인 야구를 하다 보면 선수들이 눈 밑에 검은 줄을 칠하거나 검은 스티커를 붙이고 나오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얼핏 보면 강해 보이기 위한 멋내기용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아이블랙에는 과학적인 목적이 담겨 있다. 강한 햇빛이나 경기장 조명으로 인한 눈부심을 줄여 시야 확보를 돕기 위해서다.

태양 빛이나 야간 조명은 눈으로 직접 들어오기도 하지만, 광대뼈 부근 피부에 반사된 빛이 시야를 방해하기도 한다. 검은색은 빛을 흡수하는 성질이 강해 눈 밑에 아이블랙을 바르면 피부에서 반사되는 빛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외야수처럼 하늘 높이 뜬 공을 오래 바라봐야 하는 선수들에게 유용하다. 상대적으로 포구 능력이나 타구 판단 경험이 부족한 야구 동호인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강한 빛은 명암 대비 감도를 떨어뜨려 공과 배경을 구분하는 능력을 저하시킨다. 아이블랙은 밝은 하늘이나 강한 조명 아래에서도 공의 윤곽을 조금 더 선명하게 인식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뜬공을 처리할 때 햇빛 때문에 공이 순간적으로 시야에서 사라지는 현상을 줄여 공의 궤적을 끝까지 따라가기 쉽다는 평가도 있다.


실제 연구 결과도 있다. 미국 예일대 의과대학 연구팀은 피험자들에게 아이블랙 그리스(바르는 형태), 눈부심 방지 스티커, 바세린을 각각 사용하게 한 뒤 대비 민감도를 비교했다. 그 결과 아이블랙을 사용한 경우 일부 조건에서 대비 민감도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밝은 계열 홍채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효과가 상대적으로 더 뚜렷하게 관찰됐다.

아이블랙은 야구의 전설 베이브 루스가 눈 밑에 숯을 바르며 사용한 것으로 유명해졌고, 이후 북미 스포츠 문화로 자리 잡았다. 현재는 크림처럼 바르는 타입과 간편하게 붙이는 스티커형 제품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기능성을 넘어 선수들이 이름이나 번호, 메시지를 적어 개성을 표현하는 용도로도 활용한다.

결국 아이블랙은 단순한 패션이 아니라, 강한 빛 속에서 시야 집중력을 높이기 위한 장비에 가깝다. 작은 시야 차이가 큰 실책으로 이어져 경기 결과를 바꾸는 야구에서는 사소해 보이는 장비 하나도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다.


최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