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이나 각종 볶음 요리에 곁들여지는 채소로 여겨지던 당근이 건강식품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값이 저렴하고 흔한 식재료지만 면역력 강화부터 눈 건강, 체중 관리, 심혈관질환 예방까지 다양한 효능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나오면서다. 지난 13일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영국 영양학자들은 “당근은 과소평가된 채소”라며 “영양 밀도가 높고 활용도가 뛰어난 식품”이라고 평가했다.
◇‘베타카로틴’ 풍부… 눈·피부 건강에 도움
당근의 대표 영양소는 베타카로틴이다. 체내에서 비타민A로 전환되며 눈 건강 유지에 핵심 역할을 한다. 특히 어두운 곳에서 시각 적응을 돕고 눈의 빛 민감도를 높이는 데 관여한다. 영양학자 제나 호프는 “당근 속 비타민A와 비타민C는 건강한 면역체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비타민A는 눈 건강뿐 아니라 면역 기능, 뼈 성장, 피부 건강에도 중요하다. 콜라겐 생성을 도와 피부 탄력 유지에도 관여한다.
다만 “당근을 먹으면 밤눈이 좋아진다”는 말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공군이 레이더 기술을 숨기기 위해 퍼뜨린 선전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근 속 베타카로틴이 시력 유지에 도움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다이어트 식품… 혈당 천천히 올려
당근은 열량이 낮다. 중간 크기 당근 1개 칼로리는 약 25~30kcal 수준이며 지방 함량도 거의 없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점도 장점이다. 당근 한 개에는 약 1.5~3g의 식이섬유가 들어 있어 장 건강과 포만감 유지에 도움을 준다.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것을 막는 데도 유리하다.
특히 당근은 뿌리채소 중에서도 혈당지수(GI)가 낮은 편이다. 혈당을 천천히 올려 식후 단 음식이 당기는 현상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주스로 마시면 식이섬유가 제거돼 당 흡수가 빨라질 수 있어 생당근이나 익힌 형태로 먹는 게 낫다.
◇콜레스테롤 낮추고 암 위험 감소 가능성도
당근에 들어 있는 수용성 식이섬유는 장에서 젤 형태로 변해 ‘나쁜 콜레스테롤(LDL)’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LDL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혈관에 플라크가 쌓여 동맥경화, 심근경색, 뇌졸중 위험이 커진다.
암 예방 효과 가능성도 제기된다. 2024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일주일에 세 번 정도 당근을 먹은 사람은 피부 내 카로티노이드 수치가 증가했고, 이는 심혈관질환과 암 등 만성질환 위험 감소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주당 4개 정도의 당근을 섭취한 사람에서 암 발생 위험이 약 17% 낮았다는 결과도 보고됐다.
◇당근, 어떻게 먹는 게 가장 좋을까?
생으로 먹으면 비타민C를 더 많이 섭취할 수 있고, 익혀 먹으면 베타카로틴 흡수율이 높아진다. 특히 올리브유·견과류 같은 건강한 지방과 함께 먹으면 지용성 영양소 흡수가 더 잘 된다.
다만 와파린 등 혈액희석제를 복용 중인 사람은 당근의 비타민K가 약물 작용에 영향을 줄 수 있어, 너무 과다한 섭취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
또 당근을 과도하게 많이 먹으면 피부가 노랗거나 주황빛으로 변하는 ‘카로틴혈증’이 생길 수 있지만 대부분 해롭지 않으며 섭취량을 줄이면 회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