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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익 매일연안과 원장
눈은 신체 기관 중 통증 없이 서서히 변화가 진행되는 곳 중 하나다. 만약 시야가 점차 좁아지거나 주변 사물을 인지하지 못해 부딪히는 일이 잦아졌다면, 이미 녹내장이 상당 부분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녹내장은 시신경 손상으로 시야가 결손 되는 질환으로,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이라 불린다. 한 번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이 불가능하므로 조기 발견과 꾸준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각 어려운 초기 증상, 급성일 땐 응급
녹내장 초기에는 시신경 손상이 진행되어도 중심 시력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아 환자가 이상을 느끼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다만 ▲계단을 오르내릴 때 발을 헛디디는 경우 ▲운전 중 측면 사물이 갑자기 나타나는 느낌이 드는 경우 ▲주변부 시야가 안개 낀 듯 흐릿하다면 즉시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만약 뿌옇게 보이면서 안구 통증과 두통이 동반된다면 이는 ‘급성 녹내장’의 신호일 수 있으므로 즉시 응급 진료가 필요하다.

한국인에게 흔한 정상 안압 녹내장과 고도근시
일반적으로 녹내장은 안압이 높아야 발생한다고 생각하지만,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에게는 안압이 정상 범위(10~21mmHg)임에도 발생하는 ‘정상 안압 녹내장’이 매우 흔하다. 이는 안압 수치만으로는 감지가 어려워 시신경의 입체적인 구조를 확인하는 정밀 검사가 필수다.

또한, 젊은 층에서 주의해야 할 것이 바로 ‘고도근시 녹내장’이다. 근시가 심할수록 안구의 길이가 길어지면서 시신경 주변 조직이 얇고 약해지는데, 이로 인해 정상적인 안압에도 시신경이 쉽게 손상될 수 있다. 단순히 시력이 나쁜 것으로 치부하지 말고 정기적인 검진을 권장하는 이유다.


진단과 치료, 안압을 다스리는 것이 핵심
녹내장 진단은 안압 측정과 더불어 시신경의 상태를 파악하는 시야 검사, 시신경 빛간섭단층촬영(OCT) 등을 종합하여 이루어진다. 치료의 주된 목표는 안압을 낮추어 시신경 손상의 진행을 늦추는 데 있다.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점안약을 이용한 약물 치료다. 처방된 안약을 임의로 중단하면 안압 변동으로 인해 증상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으므로 정해진 용법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약물로 조절이 어렵다면 레이저 치료나 수술적 방법을 고려하게 된다.

생활 속 관리로 지키는 시야
녹내장은 약물 치료로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며, 아래와 같은 행위들은 녹내장을 악화시킬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어두운 곳에서 스마트폰 장시간 사용 ▲머리를 거꾸로 하는 자세(물구나무서기 등) ▲목을 조이는 옷차림은 안압을 높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혈류 흐름을 방해하는 흡연은 피하고,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녹내장은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대응하면 일상생활에 지장 없이 시력을 유지할 수 있는 질환이다. 가족력이 있거나 고도근시, 당뇨, 고혈압이 있다면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이 칼럼은 김재익 매일연안과 원장의 기고입니다.)


김재익 매일연안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