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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독 감염이 각종 심혈관질환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매독 감염이 심근경색과 뇌졸중, 대동맥 질환 등 각종 심혈관질환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매독은 ‘트레포네마 팔리듐균(Treponema pallidum)’이라는 세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성 전파 감염질환이다. 주로 성적 접촉을 통해 전염된다. 1기 매독은 성기, 항문, 구강 등에 피부 궤양이 발생하며, 특별한 치료 없이도 자연히 사라지지만 균은 몸에 남아 있어 전염성이 높다. 2기 매독은 궤양이 사라진 후 수 주 뒤 전신 피부 발진이 나타난다. 발열, 인후통, 림프절 종대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동반된다. 치료하지 않으면 수년에서 수십 년 뒤 심장·혈관·신경계 등 장기에 손상을 일으키는 3기 매독으로 발전할 수 있다.

미국 툴레인대 연구팀은 2011년부터 2025년 사이 매독 진단을 받은 성인 1469명과, 건강 상태가 유사한 비감염자 7345명의 의료 기록을 분석했다. 연구팀은 연령, 성별, 체질량지수(BMI)뿐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 등 심혈관 위험 요인을 최대한 맞춘 뒤 매독과 심혈관질환 발생의 연관성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매독 환자들은 비감염자보다 여러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높았다. 심근경색은 매독 환자의 6.9%에서 발생해 대조군(4.2%)보다 많았고, 허혈성 뇌졸중 역시 10.3%로 대조군(5.7%)보다 높았다. 분석 결과 매독 환자는 허혈성 뇌졸중 위험이 53%, 출혈성 뇌졸중 위험은 92%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동맥류·대동맥박리 위험은 약 2배 높았고, 말초동맥질환 위험도 28% 증가했다. 말초동맥질환은 팔다리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혀 혈류가 감소하는 질환으로, 심근경색·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대표적인 혈관질환이다.

연구팀은 매독균이 혈관 벽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미세 혈관에 만성 염증을 일으켜 혈관 손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혈관 내벽이 붓고 혈류가 감소하면서 장기적으로 혈관 질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위험도가 높았던 집단은 말기 매독 환자였다. 말기 매독 환자는 사망 위험이 약 6배 높았고, 대동맥류·박리 위험은 5배 이상 높았다. 허혈성 뇌졸중 위험은 3배 이상, 심근경색 위험은 2배 이상 증가했다. 증상이 없는 잠복매독 환자에서도 사망과 대동맥 질환, 허혈성 뇌졸중 위험 증가는 확인됐으나, 초기 매독 환자에서는 심혈관질환 위험 증가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후향적 관찰 연구인 만큼 매독이 심혈관질환의 직접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다만 매독 감염은 여러 주요 심혈관질환 위험 증가와 독립적으로 연관돼 있었기에 조기 발견과 치료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매독은 일상적인 접촉이 아닌 주로 성관계나 혈액을 통해 전염되기 때문에 매독 환자와의 성적인 접촉을 피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다. 궤양 부위를 덮을 수 있는 라텍스 콘돔 사용도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JAMA Network Open’에 최근 게재됐다.


최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