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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 교수는 "신장 치료는 손상된 부분을 스스로 회복하게 돕는 '재생과 수선'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사진=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재생의료는 손상된 조직이나 장기 기능을 근본적으로 회복시키는 첨단 의학 분야다. 환자 자신의 세포나 생체 재료를 활용해 신체 자가 치유 능력을 극대화하고 질환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을 지향한다.

특히 신장(콩팥)은 한 번 손상되면 자연 회복이 거의 불가능해 재생의료 필요성이 절실한 분야 중 하나다. 신장 재생은 그동안 복잡한 장기 구조와 기술 한계로 치료 방식이 드물었으나, 최근 인공지능(AI)과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신장내과 이정표 교수는 13일 본지 인터뷰에서 로킷헬스케어 AI 신장 재생 플랫폼 연구를 총괄하며 환자 자가 조직을 활용해 손상된 신장 기능을 회복시킨 연구 성과를 설명했다.

이 교수가 주도한 이번 연구는 환자 그물망(오멘텀) 조직을 AI와 3D 바이오프린팅 기술로 가공해 '신장 재생 패치'를 제작하는 것이다. 오멘텀은 장기를 덮고 있는 지방 조직으로 혈관 형성을 돕는 인자와 면역 조절 물질이 풍부해 재생 의학 핵심 소재로 평가받는다. 이 교수는 환자 본인 오멘텀을 채취해 AI로 분석한 신장 손상 부위 모양에 맞춰 3D 프린팅으로 입체 패치를 구현했다.

이정표 교수는 이번 연구 주요 성과로 신장이 딱딱하게 굳는 '섬유화' 억제를 꼽았다. 실제로 신장 재생 패치 이식 후 신장 섬유화 지표가 유의미하게 감소했으며 세뇨관 손상 점수 하락과 섬유화 유전자 발현 억제 등 항섬유화 가능성이 확인됐다. 대동물 실험에서는 12주간 면역 거부 반응이나 혈액학적 이상이 없는 안전성 지표를 확보했다.


이 교수는 "신장 섬유화는 여러 질환이 악화돼 발생하는 최종 단계로 일단 진행되면 회복이 매우 어렵다"며 "이 과정을 막는 것이 신장 재생 치료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이러한 재생 기술이 신장 기능이 남아있는 만성 콩팥병 3~4기 환자군에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자가 조직 패치를 통해 투석 시기를 수년이라도 늦출 수 있다면 환자는 일상의 자율성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며 "이는 합병증을 관리하고 전반적인 삶의 질을 보존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의료 현장 도입 가능성도 긍정적이다. 이 교수는 "본인 조직을 사용하면 면역 거부 반응과 면역억제제 복용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안전성도 높다"며 "패치 부착 방식은 외과 의사들에게 익숙한 술기인 만큼 이식술보다 접근성이 좋고 환자 맞춤형 제작을 통해 수술 정밀도를 높인다면 임상 현장에서 새로운 치료 옵션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동물 실험 성과가 임상에서 조정될 수 있다는 보수적인 시각이 존재하지만 대안이 부족한 만성 콩팥병 환자들에게 안전한 치료 선택지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신장 치료는 손상된 부분을 스스로 회복하게 돕는 '재생과 수선'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환자들이 더욱 간편한 방식으로 수명을 연장하고 삶의 질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구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