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의 미래]
김해복음병원, 스마트 병상 모니터링 '씽크(thynC)' 도입
실시간 환자 모니터링으로 응급 상황 선제 대응
업무 부담 줄이고 의료진 돌봄 집중 가능하게 해
디지털 플랫폼으로 지역 의료 격차 벽 해소
제약산업은 지금 '약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신약 개발의 경쟁을 넘어 AI, 디지털 의료기기, 데이터와 플랫폼으로 무대를 넓히며 새로운 성장 공식을 찾는 중이다. 헬스조선이 [제약의 미래] 시리즈를 통해 제약사들이 그리는 미래 사업의 청사진과, 그 가능성을 들여다본다.
대웅제약의 스마트 병상 모니터링 시스템 '씽크(thynC)'다. 과거라면 중환자실에서나 가능했던 실시간 집중 관리가 이제는 일반 병동의 일상이 됐다. 수도권 대형병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료 인프라가 제한적인 지역 병원이 '기술'을 통해 의료 공백을 메우고 있는 현장을 직접 찾았다.
◇'점'에서 '선'으로… 병동 모니터링의 진화
373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인 숭인의료재단 김해복음병원은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이 없는 김해와 인근 지역의 응급 대응과 만성질환 관리를 담당하는 핵심 인프라다. 병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전체 병상의 절반이 넘는 약 200병상에 '씽크'를 구축했다.
기존 일반 병동의 환자 관리는 간호사가 정해진 시간마다 병실을 방문해 활력징후를 측정하는 '점'의 방식이었다. 의료진이 자리를 비운 사이 환자 상태가 급격히 변하면 발견이 늦어질 위험이 늘 존재했다. 하지만 씽크 도입 이후 병동 관리는 24시간 이어지는 '선'의 형태로 바뀌었다. 김해복음병원 7층 B병동 김동주 수간호사는 "일반 병동은 중환자실처럼 환자를 밀착 관찰하기 어려워 모니터링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씽크는 의료진의 눈이 닿지 않는 순간에도 환자 상태를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이상 징후를 추적하는 '제2의 눈'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큰 변화는 데이터의 연속성"이라며 "잠깐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이상 징후까지 놓치지 않고 추적할 수 있어 임상적 판단의 정확도가 높아졌다"고 했다.
씽크의 진가는 응급 상황에서 드러났다. 최근 경동맥 스텐트 시술 후 일반 병동으로 옮겨진 한 환자는 겉보기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씽크 모니터에는 심박수가 분당 40회 이하로 떨어졌다는 급성 서맥 알람이 떴다. 김 수간호사는 "환자 본인은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했지만 맥박이 반복적으로 끊기는 위험한 상태였다"며 "즉시 심장내과 협진을 진행해 중환자실로 옮겼고, 위급 상황을 넘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격리병실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항암치료 중이던 환자의 심정지 전조가 먼저 감지됐고, 의료진이 즉시 대응해 응급처치와 중환자실 전동이 이뤄졌다. 병원 측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도입 이후 이처럼 시스템이 이상 징후를 포착해 조기 대응으로 이어진 사례는 벌써 수십 건에 달한다. 환자가 직접 호출 벨을 누르거나 의료진이 우연히 발견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시스템이 먼저 신호를 보내 '선제 대응'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간호사는 '돌봄'에 집중하고, 환자는 '자유'를
의료 인력 부족은 지역 병원이 해결해야 할 고질적인 숙제다. 씽크는 환자의 생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시각화해 간호사 스테이션과 의료진 모바일 기기로 전송한다. 이를 통해 간호사는 환자 상태 확인을 위해 불필요하게 병실을 오가던 동선을 최적화하고, 관찰이 시급한 환자에게 간호 역량을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부정맥으로 입원 중인 정용윤(60)씨는 "예전 유선 장비는 여러 선이 몸에 연결돼 움직이기 불편했지만, 지금은 작은 패치만 붙이면 복도를 걷거나 화장실을 가는 데도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씽크는 패치형 센서를 활용해 환자의 이동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실시간 감시라는 안전망을 유지한다.
심리적 안정감도 크다. 정씨는 "병동 복도 모니터에 내 심전도가 실시간으로 표시되는 걸 직접 확인할 수 있다"며 "간호사실에서도 계속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혹시 모를 위급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훨씬 줄었다"고 했다.
씽크는 단순한 단일 장비를 넘어 심전도, 산소포화도, 혈압, 혈당 등 다양한 생체 신호 측정 기기와 유기적으로 연동되는 '플랫폼' 구조로 설계됐다. 김해복음병원 역시 씽크를 중심으로 반지형 연속혈압계, 웨어러블 심전도기 등 다양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기를 유기적으로 연동해 운영하며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정밀한 환자 관리 체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대웅제약의 씽크는 지난해 전국 1만 2000병상 이상에 보급되며 스마트 병동의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대웅제약은 향후 씽크에 연속혈당측정(CGM) 솔루션과 AI 음성인식 기반 의무기록 솔루션 등을 결합한 '올뉴씽크(All-New thynC)'를 통해 통합적인 환자 관리 환경을 구축할 계획이다. 제약사가 약을 공급하는 단계를 넘어 환자 관리 전 과정을 지원하는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병원 관계자는 "스마트 시스템은 지역 의료 인프라의 한계를 보완하고 의료 서비스의 질을 평준화하는 가장 실질적인 해법"이라며 "웨어러블과 AI 데이터가 병원 간 유기적으로 연동되는 시대가 오면, 수도권 대형병원이 아니더라도 지역 내에서 충분히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