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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생리통이 점점 심해지는데도 이를 단순한 월경통으로 여기고 넘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참기 힘든 생리통이 반복되고 골반 통증이 지속된다면 ‘자궁내막증’을 의심해야 한다. 자궁내막증은 가임기 여성의 약 10~15%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부인과 질환으로, 월경을 하는 모든 연령대에서 나타날 수 있다.

◇난임 환자 25~50%는 자궁내막증 동반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 조직이 난소, 복막, 장 등 자궁 외부에 존재하며 증식하는 질환이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월경혈이 난관을 통해 복강 내로 역류하는 ‘역행성 월경’이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은 면역체계에 의해 제거되지만, 일부에서는 이 조직이 복강 내에 착상해 병변을 형성한다. 여기에 면역 이상, 유전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대표적인 증상은 심한 월경통과 만성 골반 통증이다. 특히 월경 시작 전부터 통증이 나타나고, 월경이 끝난 후에도 통증이 지속되는 양상이 특징이다. 성관계 시 통증, 배변 시 통증, 허리 통증 등이 동반되기도 한다. 반면 환자의 약 3분의 1은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난임 검사 과정에서 뒤늦게 질환을 발견하기도 한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산부인과 엄혜림 전문의는 “자궁내막증은 환자가 단순 생리통으로 오인해 방치하다가 병을 키운 뒤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치료 후에도 재발률이 높고 난임과 직결될 수 있는 질환인 만큼, 의심 증상이 나타났을 때 조기에 진단하고 체계적인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궁내막증은 난임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보건복지부와 인구보건복지협회 자료에 따르면 난임 환자의 25~50%에서 자궁내막증이 동반되는 것으로 보고된다. 난소와 난관에 유착이 생기면 배란과 난자 이동이 방해되고, 염증물질이 난자와 배아의 질을 떨어뜨려 임신에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양쪽 난관이 막히면 자연 임신이 어려워질 수 있다. 또한 병변이 심해도 통증이 크지 않을 수 있어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심한 생리통이나 지속적인 골반 통증, 배변, 성관계 시 통증이 있다면 단순한 생리통으로 넘기지 말고 반드시 산부인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


◇조기에 치료해야 재발 막는다
진단은 문진을 비롯해 혈액검사(CA-125), 초음파 검사, MRI 등을 통해 진행되며, 최종 확진은 복강경 조직 검사로 이뤄진다. 치료는 약물치료와 수술치료로 나뉘며 환자 연령, 임신 계획, 질환 진행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약물치료는 통증 완화와 수술 후 재발 방지를 위해 경구피임약, 황체호르몬 제제 등 호르몬 치료로 병변의 성장을 억제한다.

수술은 병변 제거와 골반 장기 기능 회복을 위해 시행된다. 일반적으로 복강경 수술이 적용되지만, 최근에는 보다 정밀한 절제와 정상 조직 보존이 가능한 로봇수술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가임기 여성의 난소와 자궁 기능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엄혜림 전문의는 “최근 자궁내막증 치료는 단순히 병변을 제거하는 것을 넘어, 환자 가임력과 삶의 질을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특히 로봇수술은 정밀한 병변 제거와 정상 조직 보존 측면에서 치료의 새로운 대안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자궁내막증은 치료 후에도 재발 가능성이 높은 질환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치료 후 5년 내 재발률은 약 40%에 달한다. 뚜렷한 예방법이 없는 만큼 월경 주기와 통증 양상의 변화를 꾸준히 확인하고, 3~6개월 간격의 정기적인 산부인과 검진을 통해 재발 여부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엄 전문의는 “특히 가족력이 있거나 월경통이 점차 심해지는 경우, 만성 골반통이 지속되는 경우에는 조기 진료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오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