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뇌 생검

뇌질환 진단 위한 '생검', 조직 채취 後 병리·유전자 분석
수술 시 정확성·안전성 최우선… 최소 침습·정밀 접근 필요
로봇, 오차 크게 줄여… 미세 드릴 활용해 절개 범위 축소
조직 손상·부작용 위험 낮아… 수술 시간 단축 효과도
"환자들 높은 비용 부담… 제도 보완하고 지원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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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기 교수는 “뇌 생검은 오차 없이 병변에 정확하게 접근해야 하는 고정밀 수술이다”라며 “최근에는 로봇 보조 시스템이 계획된 경로를 안정적으로 유지해 의료진 편차를 줄이고 정밀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아 헬스조선 객원기자
뇌질환 진단을 위해서는 뇌 조직을 채취·검사하는 '뇌 생검' 과정을 거쳐야 한다. 문제는 뇌가 단 1㎜의 오차조차 치명적인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민감한 장기라는 점이다. 신경 구조가 밀집돼, 조직 채취 과정에서 특정 부위를 잘못 건드리면 언어나 행동 등 신체 기능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이 같은 이유로 뇌 생검은 로봇을 이용한 최소 침습 수술의 활용도가 높은 분야로 평가 받는다. 로봇 수술은 절개 범위를 줄이는 동시에, 필요한 부위에 정밀한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박철기 교수는 "뇌질환은 중증도가 높고, 생검 시 고도의 정밀도를 필요로 한다"며 "정확성과 안전성을 위해 로봇 기반 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뇌 생검, 진단의 핵심… 정밀 접근 필수

뇌질환은 정확한 진단이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출발점이 된다. 특히 뇌종양의 경우 조직을 채취해 병리·유전자 분석을 거쳐 변화 양상과 환자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학적 진단이 정확히 이뤄져야 신경학적 결손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치료나 추적 관찰을 이어갈 수 있다.

박철기 교수는 "뇌종양과 신경계 질환의 병변을 찾아 조직을 확보하는 뇌 생검은 진단의 핵심"이라며 "뇌종양은 고령층, 소아 환자가 많은 만큼, 정확도를 높이면서도 손상을 최소화하는 접근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과거 뇌 생검은 의료진이 직접 좌표를 계산해 수작업으로 접근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수술용 로봇 등 보조 시스템을 활용하더라도 실제 기구 삽입은 의료진의 손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미세한 흔들림이나 오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했다. 좌표 오차까지 고려해 동전만 한 크기로 비교적 넓게 두개골을 열기도 했다.

로봇, 오차 줄이고 절개 최소화

최근에는 로봇이 수술을 보조하며 사전 수립된 계획에 따라 기구를 정확한 위치로 이동·유지하는 수준까지 기술이 발전했다. 5㎜ 미만의 미세한 구멍으로 병변 접근이 가능할 정도로 정밀도가 향상됐으며, 오차 범위를 약 0~0.1㎜로 줄일 수 있어 뇌 심부(深部) 병변도 안정적인 수술이 가능하다. 약 3.2㎜의 로봇 전용 드릴을 활용해 절개 범위를 최소화하기 때문에 환자 입장에서도 조직 손상이 줄면서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부작용 위험이 낮아지는 등 수술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결과적으로는 수술 과정 단순화, 수술 시간 단축, 수술실 운영 효율 개선 등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오스트리아 비엔나 의과대학 연구에 따르면, 이 같은 최소 침습 기술을 활용해 뇌 생검을 진행했을 때 일반 뇌 생검 대비 수술 시간이 20% 단축되고 두개골 절개 범위가 43% 줄었다. 오차 역시 46% 감소했다.

박철기 교수는 "자동화 기술이 도입되면서 의료진 간 편차를 줄이고 불필요한 손상을 줄이는 등 보다 안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게 됐다"며 "뇌처럼 미세한 정확도가 중요한 영역에서는 이러한 기술적 보조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다방면으로 활용 범위 늘어날 것"

향후 로봇 기반 뇌질환 정밀 수술은 적용 범위가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박철기 교수는 "현재는 뇌종양 생검, 뇌전증 뇌파 모니터링이나 전극 삽입 등 뇌 기능성 질환에 국한됐으나, 더 나아가 뇌 신호를 해석하거나 뇌 자극을 통해 뇌 기능을 보완하는 분야에서도 쓰게 될 것이다"고 했다.

다만, 기술이 보다 폭넓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비용 문제가 대표적이다. 뇌종양과 같은 뇌질환은 생존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정밀도와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면 비용보다 효과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적절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박철기 교수는 "환자가 비용 부담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며 "중증도와 치료 난이도를 따져 선택적으로 급여화하거나, 필수 정밀 수술에 대해서는 별도 지원 체계를 두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심한 두통, '뇌질환' 의심해야 할 때는?

두통은 흔한 증상이지만 지속되거나 점점 심해지는 경우에는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두통이 심하거나 진통제를 먹어도 잘 낫지 않는다면 뇌에서 보내는 위험 신호일 수 있다.

서울대병원 신경외과 박철기 교수는 "뇌종양이 있으면 자는 동안 뇌압이 올라 아침 두통이 더 두드러진다"며 "메스꺼움이나 구토, 시야 흐림, 손발 저림, 언어 이상 등이 함께 나타나면 의심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아침 두통이 뇌종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두통은 수면 부족이나 스트레스, 편두통 등 일시적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 그러나 평소와 다른 두통이 지속·반복된다면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안전하다.

☞뇌 생검(腦 生檢)

뇌종양을 비롯한 뇌질환을 확진하기 위해 조직을 채취해 검사하는 수술법.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영상검사로 병변 위치를 확인한 후 두개골에 작은 구멍을 내 조직을 채취한다. 혈액검사만으로 진단 가능한 일부 질환을 제외하고 조직 검사를 통한 확진이 원칙이다. 채취한 조직은 종양 여부와 종류, 악성도 등을 판단한 뒤 상태에 따라 치료 대신 MRI 추적 관찰을 시행하기도 한다.

최지우 헬스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