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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아기 주먹이 들어갈 것 같은, 동굴 같은 욕창이었다.” 코로나 이전, 치매 어머니를 간병하던 김은자(59·서울시)씨는 어머니의 엉덩이 위쪽에 생긴 욕창을 이렇게 회상했다. 김은자씨의 어머니는 거동이 가능했지만, 움직일 때 엉덩이 위쪽이 침대 모서리에 계쏙 쓸리며 피부에 상처가 난 것이 욕창으로 악화했다. 어머니는 병원에서 욕창을 치료하고 요양원에 입소했다. 간호사가 상처를 소독하고, 체위를 수시로 바꾸었으며, 자는 동안 무의식중에 욕창 부위에 손을 대는 것을 막기 위해 취침 시간에 종종 손을 묶어야 했다. 김은자씨는 “피부 깊은 층까지 염증이 생긴 상태여서 ‘어머니가 돌아가실 때까지 안고 가야 하는 상처인가’ 생각했는데, 생활부터 영양 관리까지 다방면으로 신경 쓰니 아물기 시작했다”며 “회복을 위해 2~3년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김씨의 어머니처럼 거동이 가능한 환자가 아니라면, 욕창은 더 흔한 문제가 된다. 급성기 치료 환경에서 욕창의 유병률은 6.0%~18.5% 수준이라고 알려졌다. 병원에 입원한 성인 환자 10명 중 1명 이상이 욕창의 영향을 받고 있는 셈이다. 김씨는 “욕창이 한 번 생기니 증상이 무서울 정도로 빠르게 악화했고, 낫는 데에도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예방만이 방법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요양원에는 스스로 거동이 힘들어 욕창에 취약한 입소자들이 특히 많다. 그러나 이들을 치료하고 돌볼 뾰쪽한 수가 없어 문제다.

◇치료 비용 보전 어렵고, 인력도 부족
요양병원에서의 욕창 관리를 어렵게 만드는 가장 큰 원인은 수가 체계다. 대한요양병원협회 안병태 수석부회장(포항 더조은요양병원장)은 “급성기 질환을 치료하는 병원이 행위별 수가제를 따른다면, 요양병원은 일당 정액 수가제를 따른다”며 “행위별 수가제에 따르면 환자에게 시행하는 치료 행위의 가짓수가 많아질수록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이 커지지만, 일당 정액 수가제는 얼마나 많은 치료를 행하느냐에 관계 없이 환자 한 명마다 치료 단가가 정해져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욕창 치료와 예방에 수많은 인력과 재료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노인간호사회 최종녀 부회장(함춘너싱홈 시설장)은 “체위 변경을 두 시간마다 하는 것이 의학적 권고지만, 사람에 따라서는 30분마다 한 번씩 하기도 한다”며 “욕창은 면역, 영양 상태, 체력, 신체 조직 상태 등 건강과 관련된 각종 요인을 모두 챙겨야 예방·호전되기 때문에 정성이 많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요양병원들이 책임감 때문에 욕창 환자를 돌보고는 있지만, 드레싱, 영양 공급, 항생제 치료 등 다방면으로 치료를 시행하더라도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이 상승하지 않는다. 대한노인병학회 가혁 요양병원협력정책이사(인천은혜병원장)는 “요양병원으로서도 치료 효과가 좋은 대신 비싼 새 치료재료를 쓰자니 병원 운영이 어려워지고, 그렇다고 기본적인 치료재료를 쓰자니 환자 회복이 더뎌지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도 말했다.


요양원에서의 관리 역시 나름의 어려움이 있다. 욕창은 간호·간병인의 전문성에 따라 돌봄 성과가 달라진다. 경험 많은 간호사·요양보호사의 손길이 누구보다 필요한 질환이지만, 최종녀 부회장은 “병원보다 급여가 적으면서, 인당 돌봐야 하는 사람이 많은 요양원 특성상 전문성 높은 인력을 붙잡아두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건강보험공단이 발간한 ‘2024년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요양원 등 노인요양시설 1곳당 인력은 간호사가 0.33명(총 2055명), 간호조무사가 1.67명(총1만 569명), 요양보호사가 16.01명(총 10만 1276명)으로 나타났다.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수가 지나치게 적어 요양보호사의 수가 충분해 보이는 착시 효과가 있지만, 노인요양시설 실제 입소자 수가 82만 5514명이라는 통계를 고려하면 세 직군 모두 인원이 극도로 부족하다.

◇‘행위별 수가제로 전환’, ‘전문요양실 확산’ 등 다양한 해법
하나의 해결책으로는 욕창 치료가 어려운 현실을 타개할 수 없다. 다방면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요양병원 측에서는 “욕창만이라도 일당 정액 수가제에서 행위별 수가제로 전환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안병태​ 수석부회장은 “대학병원, 종합병원, 중소병원, 요양병원의 대표격으로 대한병원협회가 수가 협상 협의체에 참여하는데, 회원 병원 중 요양병원만 수가 체계가 달라 협상 시 요양병원의 목소리는 잘 반영되지 않는다”며 “대한병원협회가 협의체에 참여하는 것과 별개로 대한요양병원협회 역시 참여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요양원 측에서는 욕창 예방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해달라는 목소리가 있다. 현재 건강보험공단에서 일부 요양시설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하고 있는 ‘전문요양실’ 신청 기준을 낮춰달라는 것이다. 전문요양실은 노인요양시설 입소자 중 의료 간호 처치가 필요한 사람에게 의료와의 연계를 통한 체계적인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요양병원을 의료 거점으로, 요양원을 돌봄 거점으로 삼은 당초의 정책 구조에 반하므로 요양병원 측과의 협의가 필요하지만, 시행하면 요양시설 입소자의 욕창·폐렴·요로 감염 등 합병증이 효과적으로 예방된다고 알려졌다. 최종녀 부회장은 서울요양원에서 근무하던 당시 처음으로 ‘치매 전문요양실’을 만든 장본인이다. 그는 “전문요양실 시범사업을 신청하려면 시설 최소 입소자가 50명 이상이어야 한다”며 “제도가 널리 시행될 수 있게 경력 5년 차 정도 되는 간호사가 대표자로 있는 요양시설은 최소 입소자 수와 무관하게 전문요양실을 만들 수 있도록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돈과 정책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마지막 공백은 사람의 마음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최종녀 부회장은 과거 박봉을 받으며 양로원에서 일하다가 대학병원으로의 이직을 고려했다. 그러나 ‘잘 돌보아줘서 고맙다’며 양로원 어르신마다 그에게 자판기 커피를 하나씩 선물하는 바람에, 매일 커피 열 두 잔씩을 받고서는 노인 간호·돌봄에 일생을 바치기로 했다. 그는 “돈이 안 되는데도 30분에서 두 시간마다 가서 체위를 바꿔주는 것이 벅차게 여겨질 수도 있다”며 “그러나 내가 마주한 대상이 환자이기 전에 ‘사람’이고, 이 사람의 존엄을 위해 책임을 다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자연스레 자주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해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