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5월부터 12세 남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HPV 백신 무료 접종이 시행되는 가운데 급증하는 두경부암을 예방하기 위해 백신 접종을 권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흡연만큼 무서운 HPV, 두경부암 지형도 바꾼다
두경부암은 뇌와 안구를 제외한 구강, 코, 침샘, 인두, 후두 등 30여 개 부위에 발생하는 악성종양을 통칭한다. 매년 국내에서 5천 명 이상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며, 먹고 말하고 숨 쉬는 기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환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리는 질환이다.

과거 두경부암의 주범은 단연 흡연과 음주였다. 전체 환자의 70~85%가 흡연과 관련이 있으며, 술과 담배를 병행할 경우 암 발생 위험은 최대 20배까지 치솟는다. 하지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흡연 인구는 줄어드는 반면, HPV 감염에 의한 구인두암(편도암, 설근부암 등)은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두경부암센터장 박준욱 교수(이비인후과)는 “HPV는 흔히 자궁경부암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구인두암의 약 70% 이상과 관련이 있는 주요 원인”이라며 “성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 바이러스 특성상 최근에는 젊은 연령층에서도 발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2026년부터 남학생 무료 접종… 예방이 최선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국내 보건 정책도 전환점을 맞이했다. 오는 5월부터 12세 남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HPV 백신 무료 접종이 시행될 예정이다. 기존 12~17세 여성 청소년 등에게만 지원되던 접종 대상을 남성으로 확대한 것이다. 이는 HPV가 남녀 모두에게 감염될 수 있으며, 남성에게도 구인두암 등 치명적인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반영된 결과다.


전문가들은 HPV 백신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접종 시기‘를 강조한다.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전, 즉 성 경험 이전인 사춘기 전후에 접종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일본 연구에서 최신 HPV 백신을 접종한 남성은 HPV 관련 암 발생 위험이 약 46%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박준욱 교수는 “그동안 남학생은 예방접종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덜 강조돼 왔지만, 이제는 본인의 건강뿐 아니라 사회 전체의 감염 고리를 끊기 위해서도 적극적인 접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두경부암은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발견 시 이미 병기가 진행된 경우가 많다. 전체 5년 생존율은 50~60%대에 머물러 예후가 좋지 않은 편에 속하지만, 역설적으로 조기에만 발견하면 완치율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박준욱 교수는 “두경부암으로부터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생활습관 개선과 예방접종”이라며 “목에 혹이 만져지거나 입안 궤양이 오래 지속되는 경우, 혹은 쉰 목소리가 계속된다면 즉시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HPV 예방접종은 이제 여성만이 아닌, 남성에게도 필수적인 '두경부암 예방 백신'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오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