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석진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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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석진 교수 / 삼성서울병원 제공
혈액암은 장기에 생기는 암 못지않게 종류가 매우 다양하다. 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게 림프 조직에 생기는 림프종이고, 또 그 중에서도 제일 흔한 형태가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iffuse large B-cell lymphoma, DLBCL)’이다. DLBCL 환자 중 약 3분의 2는 1차 항암 치료만으로 완치가 가능한 반면, 나머지 3분의 1은 항암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치료 후 암이 재발한다. 그런 환자들에게는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이라는 선택지가 남아있지만, 가능한 대상이 제한적이고 그마나도 이식 후 암이 재발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2020년대 들어 개발된 CAR-T(카티) 세포 치료제 등의 신약은 이 같은 ‘재발·불응성 DLBCL’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됐다. 이전까지 손을 쓸 수 없었던 많은 환자들이 이제는 완전 관해를 넘어 장기 생존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김석진 교수는 “신약의 등장은 기존에 치료가 제한적이었던 환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새롭고 효과적인 대안이 나왔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1차 항암 후 40%는 재발·불응… 조혈모세포 이식 제한적”
질환명 앞에 ‘미만성’이라는 말이 붙는다는 것은 그 질환이 넓게 퍼지는 성질이 있다는 뜻이다. DLBCL의 경우 단순히 넓은 부위에 걸쳐 나타날 뿐 아니라, 진행 속도 또한 매우 공격적이고 빠르다는 특징이 있다. 김 교수는 “매우 공격적인 경과를 밟아서, 치료하지 않으면 빠르게 상태가 나빠진다”고 말했다.

-DLBCL은 ‘공격적인 암’으로 알려졌는데?
“주 단위로 종양 변화가 확인될 만큼 암세포 증식 속도가 매우 빠르다. 다행히 다른 암에 비해 1차 항암 치료에 대한 반응이 좋아 약 60%가 진단 후 적절히 1차 치료를 받으면 완치 판정을 받는다. 반면, 치료에 반응하지 않거나 반복적으로 재발하면 기대 수명이 짧다. 치료가 안 되는 병은 아니지만 매우 무서운 병인 것도 맞다.”

-완치율이 60%면 높은 편 아닌가?
“반대로 말하면 40%는 재발·불응성이라는 건데, 문제는 DLBCL이 혈액암 중에서도 발생 빈도가 높은 암이라는 점이다. 60%라는 수치에 만족할 게 아니라, 40%라는 수치를 안타깝게 생각해야 한다. 완치가 가능하기에 너무 낙심해선 안 되겠으나, 경과가 좋지 못한 비율 역시 40%나 되기 때문에 절대 방심해서도 안 된다.”

-재발 환자에게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이라는 선택지가 있지 않나?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은 항암제 투여 용량을 통상적인 수준보다 3~10배 높여 항암 효과를 극대화한 뒤, 미리 채취해둔 환자 본인의 조혈모세포로 골수를 재건하는 방식이다. 결국 환자가 고용향 항암 치료를 견딜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나이가 많거나 콩팥, 심장 등 장기 기능이 안 좋고 여러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는 시행하기 어렵다. 70세가 넘으면 자가조혈모세포 이식 보험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이 말은 70세 이상에게는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이 표준적인 치료가 아니라는 거다. 설령 이식이 가능하다고 해도 이식 후 또 재발하는 비율이 절반이 넘는다. 고용량 항암제 사용에 따른 합병증으로 인해 환자가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전보다 치료 선택지 다양해져… 변화 체감”
2차 치료에도 반응이 없거나 재발한 DLBCL 환자들은 급속도로 예후가 나빠진다. 실제 기대 여명 또한 반년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환자들에게는 CAR-T와 같은 새로운 모달리티(치료 접근 방식)의 치료제들을 활용하는 게 전세계적 추세다. CAR-T는 환자의 혈액에서 채취한 T세포에 특정 유전자를 삽입해, 암세포를 인지·공격하는 유전자 세포치료제다. 김석진 교수는 “외국에서는 1년 이내에 재발한 경우 CAR-T 치료를 하고, 1년 이상 유지되다가 재발했는데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이중특이항체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고 했다.


-이 분야에서 신약이 꾸준히 개발되고 있는데?
“재발·불응성 DLBCL 환자들에게는 치료 선택지가 많아야 한다. 환자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나이가 많고 치료가 제한되는 사람들을 위한 치료법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CAR-T 치료제가 하나의 명쾌한 선택지가 됐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국내 CAR-T 치료제 도입 후 5년 정도 시간이 흘렀다. 변화를 체감하나?
“과거였으면 반복 재발하다가 사망했던 환자들이 CAR-T 치료 후 장기간 생존해 현재까지 외래 진료를 받는다. 처음 교수 생활을 한 게 2004년인데, 그때였다면 정말 불가능했을 일이다. 새삼 변화를 체감한다. 현재 국내에서는 전구 19개 의료기관에서 CAR-T 치료를 시행 중인데, 앞으로 시행 기관 수가 늘어나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도 더 좋아질 것으로 본다.”

-CAR-T의 효과가 기대 이하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일각에서 ‘치료 성공률이 40% 밖에 안 된다’고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100%에서 40%로 떨어진 게 아니라 0%에서 40%까지 오른 거다. 과거였으면 모두 사망했지만, 이제는 40%는 살게 됐다는 의미다. 물론 CAR-T 치료도 실패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그 숫자를 줄여나가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1차 항암 치료 완치율 60%도 그동안 수많은 치료의 변곡점을 거치면서 만들어진 수치다.”

◇“치료 접근성 높이고, 혈액암 전문 인력 확충해야”
국내 의료현장에서 CAR-T 치료제가 원활히 활용되기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약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긴 대기 시간이 대표적이다. 현재 수입 CAR-T 치료제는 환자 세포를 해외 제조시설로 보낸 후 다시 들여오기 때문에 보통 4주 이상 소요된다. 공격적으로 진행되는 DLBCL 특성상 환자에게는 이 대기 시간이 치료 기회를 좌우할 수 있다.

-CAR-T 치료 시행 전에 긴 대기 시간이 발생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환자의 T세포를 채취해 CAR-T를 만들고, 그 CAR-T가 인체에 들어가는 게 적절한지 평가하는 기간이 발생한다. 여기에 외국에서 제조하는 CAR-T 치료제의 경우 국내외를 오가는 시간까지 더해진다. 실제 이 같은 이유로 약효가 소폭 떨어진다고 보고들도 있다. 그래도 현재는 CAR-T 치료가 국내에 잘 정착됐고, 치료를 기다리는 동안 시행해볼 수 있는 다양한 가교요법들도 활용하면서 대기 과정에서 생기던 문제가 많이 해소됐다.”

-최근 국산 CAR-T 치료제가 처음으로 허가됐는데?
“국내에서 생산하는 CAR-T 치료제는 지리적 접근성이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새로운 CAR-T 선택지가 생겼기 때문에 사용하는 의료기관과 수요도 늘 수 있다. 효과의 경우 기존 CAR-T 치료제와 직접 비교한 임상 결과가 없기 때문에 어떤 게 더 좋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고, 임상 연구에서 확인된 완전관해율이나 생존기간 등을 기존 CAR-T 치료제의 임상 결과와 비교해볼 수 있다. 실제 기존 치료제와 비교 가능한 수준의 성적을 보였고, 하나의 선택지로서 충분히 효과를 입증했다고 생각한다.”

-치료제는 있지만 치료할 의사가 부족하다고?
“좋은 약, 좋은 시설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의료는 사람이 하는 일이다.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이나 CAR-T 치료, 이중특이항체 등의 제한된 자원을 이용해 최적의 치료법을 결정·시행하는 건 숙련된 의료진의 몫이다. 그런데 학회 차원에서 조사해보면 이쪽 의료 인력이 계속 줄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전문 인력 육성을 위해 의료계·학계는 물론, 국가적으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전종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