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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종양으로 인해 좌측 편마비 발생했던 85세 환자의 뇌 MRI./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어서는 초고령 사회에 진입함에 따라, 뇌종양 고령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뇌는 인간의 생각과 감정, 운동 기능을 조절하는 핵심 기관인 만큼, 뇌종양은 발생 위치에 따라 삶의 질과 생존에 직결되는 질환이다. 최근에는 MRI(자기공명영상)와 CT(컴퓨터단층촬영) 등 영상 진단이 보편화되면서 증상이 모호했던 고령 환자들의 진단율이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고령 뇌종양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증상이 전형적이지 않다는 사실이다. 젊은 환자들은 대개 심한 두통이나 구토, 마비 등으로 병원을 찾지만, 고령 환자는 두통보다 기억력 저하, 성격 변화, 판단력 저하, 의욕 상실 같은 인지기능 및 행동 변화가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보호자들은 이를 단순한 노화나 치매, 혹은 노인성 우울증으로 오인해 치료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 실제로 진료 현장에서는 "갑자기 사람이 달라졌다"는 이유로 검사를 받다가 전두엽 종양이나 전이성 뇌종양을 발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서울성모병원 양승호 감마나이프센터장은 “노년기에 나타나는 인지 저하를 모두 자연스러운 노화 현상으로 치부하는 것은 위험하다”라며 “특히 인지기능이 수주에서 수개월 사이에 급격히 나빠지거나,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는 증상, 혹은 평생 없던 경련이 새로 발생한다면 이는 단순 치매가 아닌 뇌의 구조적 문제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라고 말했다.


고령층에서 흔히 발견되는 뇌수막종은 대부분 양성으로 천천히 자라지만, 위치에 따라 언어 장애나 실행기능 저하를 유발해 치매와 유사한 양상을 보일 수 있다. 반면 악성인 교모세포종은 치료가 까다로운 편이나, 최근에는 분자유전학적 정보를 활용해 환자별 예후를 예측하고 맞춤형 치료 전략을 세운다. 또한 다른 장기의 암이 전이된 전이성 뇌종양의 경우, 정상 뇌 손상을 줄이면서 병소만 정밀하게 타격하는 정밀 방사선 치료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원칙은 단순히 나이만으로 치료 여부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80대 환자라도 신체 기능이 충분하다면 적극적인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 최근에는 수술 현미경과 신경내비게이션 등 첨단 기술의 발달로 과거보다 훨씬 정밀하고 안전한 수술이 가능해졌다. 만약 수술 부담이 크거나 종양 위치가 위험하다면 '감마나이프' 수술이 훌륭한 대안이 된다. 이는 전신마취나 절개 없이 고에너지 감마선을 병소에만 집중시키는 비침습적 치료법으로, 일상 복귀가 빠르고 정상 조직 손상을 최소화한다는 장점이 있다.

양승호 센터장은 “고령 뇌종양 치료의 궁극적인 목표는 단순한 종양 제거를 넘어 '환자의 존엄한 일상 유지'에 있다”라며 “모든 환자에게 일률적인 강도의 치료를 적용하기보다, 생물학적 나이와 기저질환, 그리고 환자와 가족이 지향하는 삶의 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수술과 방사선 수술, 경과 관찰 사이의 균형을 찾는 맞춤형 전략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결국 고령층에서 새롭게 발생한 두통이나 경련, 갑작스러운 보행 장애나 인지기능 저하는 뇌가 보내는 중요한 경고 신호다. 이를 단순 노화로 넘기지 않고 조기에 발견한다면, 고령이라 할지라도 충분히 적절한 치료를 통해 삶의 질을 지켜낼 수 있다. 고령이라는 이유만으로 치료를 포기하기보다는, 종양의 특성과 환자의 전신 상태를 고려한 최선의 선택지를 전문의와 상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오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