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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모유 수유 경험이 영유아기의 영양 상태를 넘어, 이후 유전자 활동 방식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국제 학술지 Clinical Epigenetics에 게재된 출생 코호트 기반 분석에서 모유 수유 여부와 아동의 유전자 발현 간 차이가 확인됐다.

연구진은 11개국에서 구축된 출생 코호트 자료를 활용해 약 3400명의 아동 혈액 데이터를 분석했다. 출생 이후와 학령기 시점의 혈액 데이터를 비교해 DNA 메틸화 변화와 유전자 발현 수준을 함께 살펴봤다. 그 결과 생후 최소 3개월 이상 완전 모유 수유를 한 경우, 5~12세 시기에도 일부 면역·대사 관련 유전자에서 단백질 생성 수준의 차이가 확인됐다.

이 차이는 DNA 메틸화 변화로 설명된다. DNA 일부에 메틸기라는 화학 물질이 붙으면 특정 유전자가 활성화되는 정도가 달라지고, 그 결과 단백질 생성 수준도 함께 달라질 수 있다. 쉽게 말해 DNA 메틸화가 유전자의 작동 강도를 조절하면서 발현 정도의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이번 연구의 공동 책임저자인 영국 엑서터대 도레타 카라마스키는 “완전 모유 수유를 한 아이들에서 해당 경험과 관련된 DNA 메틸화 변화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차이는 출생 직후에는 나타나지 않다가 모유 수유 이후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초기 영양 환경이 유전자 발현 방식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글로벌보건연구소의 마리오나 부스타만테는 “다양한 집단에서 동일한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지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며 “현재 단계에서는 이러한 변화와 실제 건강 문제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모유 수유가 영아의 감염 위험을 낮추고, 천식·비만 등 일부 질환 발생 위험 감소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이번 연구에서 확인된 유전자 수준의 변화가 이러한 건강 효과로 직접 이어지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특정 수유 방식이 장기적인 건강을 결정한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영양과 환경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조재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