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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중 자극에 대한 반응은 뇌가 어떤 자극을 중점적으로 처리하는지, 스트레스, 뇌파, 건강 상태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잠결에 작은 소리에도 잠을 잘 깨는 사람을 ‘잠귀가 밝다’고 일컫는다. 실제로 수면 중 자극에 민감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생물학적 차이가 있는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수면은 단순히 소음에도 안 깨는 사람과 잘 깨는 사람으로 이분화할 수 없다. 수면은 단일하고 정적인 상태가 아닌 끊임없이 변하는 순환 과정이다. 꿈꾸지 않고 깊은 잠을 자는 ‘비렘수면’과 꿈꾸는 수면인 렘수면이 약 90분 주기로 반복된다. 비렘수면 상태에서는 호흡, 뇌 활동, 심박수 등이 느려지고 안구 운동이 멈추며 크게 세 단계로 나뉜다. 깬 상태와 잠든 상태의 중간 단계인 1단계에서 시작해 가장 깊고 느린 수면인 3단계로 이어져 렘수면에 접어든다. 렘수면은 보통 잠든 후 80~100분 사이에 시작된다.

이 과정에서 뇌는 이른바 ‘대기 모드’로 전환해 주변 환경에 대한 정보를 선택적으로 받아들인다. 중요한 신호만 골라 받아들이고 나머지 정보는 차단하는 ‘감각 여과’ 시스템이 작동한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소음은 무시되지만 친숙한 목소리, 아기 울음소리, 자신의 이름 등 의미 있는 자극에는 뇌가 강하게 반응해 잠에서 쉽게 깨게 된다. 즉, 사람마다 뇌가 어떤 자극을 더 중요하게 처리하는지가 수면 중 소음에 반응하는 차이를 만든다.

다른 요인도 수면 질에 영향을 미친다. 사람마다 수면 깊이와 패턴이 다른 데는 유전적 요인이 작용한다. 예를 들어, 아데노신 분해 효소와 관련된 특정 유전자 변이가 있는 경우, 체내에 축적돼 졸음을 유도하는 아데노신을 더 효율적으로 처리해 비렘수면 단계가 더 길고 밤중 각성이 적다.


‘수면 방추파’도 하나의 요인이다. 수면 중 나타나는 뇌파 중 하나로 외부 자극으로부터 수면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수면 중 방추파가 많이 방출되는 사람은 소음이 있는 환경에서도 숙면을 잘 유지한다는 미국 하버드 의과대 연구 결과가 있다.

일부 사람들은 스트레스에 따라 수면이 쉽게 흔들리기도 한다. 이를 ‘수면 반응성’이라 하는데 스트레스를 받은 날에는 긴장이 지속돼 잠들기 어렵고 자주 깨는 경향이 나타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밤에도 높게 유지되면서 수면 질을 저하시키기 때문이다.

주변 환경도 변수다. 취침 중 빛에 노출되면 깊은 수면이 줄어들고 밤중 각성이 늘어난다. 실제로 침실에 조명을 켜둔 채 잠든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깊은 수면 시간이 짧고 더 자주 잠에서 깼다는 삼성서울병원 연구 결과가 있다.

건강 상태도 수면 질을 좌우한다. 수면 중 기도가 부분적으로 혹은 완전히 막히면서 호흡이 불안정해지는 수면무호흡증이 대표적이다. 잠에서 자주 깨고 비렘수면이 늘어나 전반적인 수면 질이 떨어진다. 적절한 치료를 통해 호흡이 안정되면 수면 질이 개선될 수 있다. 


최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