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용의 藥이 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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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한약재라고 하면 선뜻 생각나는 것이 아마도 녹용과 감초가 아닐까 싶다. 녹용은 가장 익숙한 보약 재료로서의 한약재이고, 감초는 ‘약방의 감초’라는 속담에 나오기 때문일 것이다.

속담에 쓰일 정도로 유명한 감초는 정말로 약방의 감초라는 말이 어울릴까?

실제로 그러하다. 실제 조사 결과 한약 처방의 60%에 감초가 포함된다고 하니 약방의 감초라는 말이 한의학적으로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다면 감초는 어떠한 역할을 하기에 이렇게 어지간한 한약 처방에 빠지지 않는 걸까?

감초의 재미있는 점은 생(生)감초와 자(炙)감초의 효능이 다르다는 점이며, 약방의 감초처럼 일반적인 처방에서는 대부분 자감초를 사용한다. 자감초는 한약 처방 속 약재 각각의 부작용을 억제하고 약효를 조화롭게 만든다. 즉 처방의 주요 성분 약재로 작용하기보다는 각기 다른 약재들의 효능을 더욱 균형을 잡게 만들어준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감초가 다른 한약의 성분 추출을 증가시키거나 새로운 화합물을 형성한다는 근거도 속속들이 밝혀지고 있는데, 일례로 계지와 감초를 함께 끓이면 계지의 일차성분이 증가하며, 시호소간산이라는 한약의 경우 감초가 핵심 약재인 시호의 성분 추출을 증가시킨다는 보고도 존재한다.

스포츠로 치면 스타플레이어나 최전방 공격수라기보다는 그 밑에서 온갖 궂은 일을 맡아 팀을 유기적으로 조율하며 스타 플레이어들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존재라고 할 수 있으니, 어지간한 처방에는 감초가 들어갈 수 밖에 없다.

생감초는 효능이 약간 다르다. 생감초는 조금 더 대량으로 쓰여 강한 해독 및 항염증 효과를 낸다. 얼마 전 언급한 적이 있는 부자의 아코니틴 성분은 상당히 강력한 심장독성을 가지는데, 예전부터 한의학에서는 부자의 독성을 제어하기 위하여 감초와 배합하여 사용해 왔다. 실제 감초와 부자를 함께 끓이면 부자의 아코니틴 함량이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감초의 또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너무나도 익숙한 약재이지만 국산 한약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감초는 건조한 곳에서 주로 재배되어 다습한 우리나라 기후와는 잘 맞지 않는 것.


세종대왕 시절부터 감초를 국내에서 재배하기 위해 노력해 봤지만 21세기가 된 아직까지도 완벽한 국산화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최근에는 조금씩 국산 감초도 모습을 보이고 있어 언젠가 약방의 감초가 전부 국산으로 바뀌는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이런 감초가 최근 누명을 쓴 일도 있다. 요새는 덜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약 먹는다고 하면 한약에 스테로이드가 들어있다고 떠들던 사람들이 있었던 것.

이는 감초에 천연스테로이드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서 발생한 오해, 또는 음해였는데, 감초의 천연 스테로이드 성분인 무기질 코르티코이드와 양약에서 사용하는 합성스테로이드(당질코르티코이드)는 전혀 다르다.

가장 직접적인 비교로 양약에서 사용하는 합성 스테로이드는 도핑 금지 성분이지만 감초는 도핑 금지 한약재가 아니다. 또한 감초만 아니라 마, 콩에도 감초와 같은 천연 스테로이드성분이 함유되어 있으니 충분히 안심하고 복용해도 된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는 잘 먹지 않지만 유럽에서는 감초 사탕이 상당히 많이 섭취되고 있으며, 특히 네델란드의 경우 1인당 연평균 2kg의 감초를 섭취한다고 하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초를 너무 많이 복용하면 가성 알도스테론혈증이 나타나 고혈압, 저칼륨혈증, 부종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와 같은 병태가 발생하려면 감초를 하루 100g 이내로 수십 일간만 복용하여 과다 복용, 장기간 복용은 피하는 것이 좋다.

감초의 경우 감초 자체만을 집에서 연하게 끓여 차처럼 마셔도 좋지만, 목이 아픈 경우에 도라지 30g, 감초 10g를 물 2리터에 넣고 끓여 차처럼 마시면 좋은 식으로 다른 한약재와 함께 배합하여 차처럼 마시면 더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최윤용 한의사(으뜸생약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