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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김영민 회장​/사진=이해림 기자
의료기기 유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의료기기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지난해 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의료기기 업계에서는 이를 유통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고무적인 성과로 보지만, 여전히 사각지대가 많다는 입장이다.

이에 의료기기법 개정안 개선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가 28일 더불어민주당 이수진·김남희·이정문 국회의원과 조국혁신당 김선민 국회의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현재 의료기기는 여러 법령과 다수의 주체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의료기기 관련법으로는 ‘의료기기법’ ‘체외진단의료기기법’ ‘국민건강보험법’ 등이 있다. 의료기기법이 의료기기 일반을 다룬다면, 체외진단의료기기법은 ‘사람이나 동물에게서 유래하는 검체를 체외에서 검사하기 위해 사용하는 의료기기’에 관해 세부적으로 다룬다. 국민건강보험법은 진료에 사용되는 ‘치료재료’를 일부 조항에서 다루는데, 이 치료재료의 한 항목이 바로 의료기기다. 의료기기법과 체외진단의료기기법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민건강보험법은 보건복지부가 주로 담당한다. 동국대 의료기기산업학과 권지연 교수는 “부처 간 협의가 필요하다 보니 의료기기 유통 구조에 대해서 효율적인 관리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유통 과정에 관여하는 이해관계자가 많다는 것도 문제를 키운다. 현재 의료기기는 크게 세 가지 방식으로 유통된다. 의료기기 제조사가 의료기관과 직거래하거나 대리점(유통업체)을 사이에 두고 의료기관과 거래하는 식이다. ‘제조사-대리점(유통업체)-간접납품회사(중간유통업체)-의료기관’ 구조로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효율적인 의료기기 유통을 위해 유통업자가 필요한 때도 있음은 제조사도 인정한다. 문제시되고 있는 것은 마지막 구조다. 간접납품회사가 별다른 역할은 수행하지 못하면서, 거래 길목을 지키고 서서 부당한 수익을 가져간다는 것이다. 의료기관에 의료기기를 공급한 주체는 의료기관으로부터 돈을 받고, 의료기관은 자신이 의료기기를 구매하는 데 쓴 돈을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한다. 간접납품회사까지 유통 단계에 끼면 의료기관은 제조사와 직거래하거나 대리점을 통해 구매할 때보다 높은 단가에서 의료기기를 사게 되고, 따라서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는 비용도 커진다. 게다가 간접납품회사의 실질적 지배자가 의료기관장의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일 때도 있다. 이에 의료기기 제조·유통업계에서는 ‘간접납품회사’가 의료기기 거래 질서를 교란하는 동시에 건강보험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결과, 의료기기 유통 구조와 관련된 의료기기법 일부 개정안이 2025년 12월 30일 본회의를 통과했으며, 2027년 12월 31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은 18조에 의료기기 판매업자 등이 자신과 특수한 관계에 있는 의료기관에 직접 또는 다른 판매업자 등을 통해 의료기기를 판매하거나 임대하지 못하게 했다. 거래 질서가 유지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의료기기 판매질서 실태조사도 보건복지부 장관이 3년마다 시행하고 그 결과를 공표하도록 했다. 아울러, 의료기기 구매 또는 임차 시 의료기기 관련 정보, 거래 대금, 지급 기한 등을 포함해 계약서를 작성하고 교부해야 한다고 명시했으며, 보건복지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협의해 만든 ‘표준 계약서’의 사용을 권장한다고도 했다. 이 밖에도 거래대금 지급 기한을 의료기기 구매일로부터 6개월 이내로 지급하라고 명시하는 동시에, 대금 지급이 기한 내에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해서 고시하는 이율에 따라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아직은 큰 뼈대만 존재하는 법이다. 세부 사항을 마련하고, 하나의 관리 주체를 두지 않고서는 법의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권지연 교수는 “실태 조사 결과 공표 방식, 조사 업무 위탁 대상, 수행 인력 선정 기준 등에 대해서도 논의가 되어야 업계에서 원하는 만큼의 실효성이 있을 것이다”며 “정당한 사유 없이 유통 실태 조사에 필요한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등 개정법을 위반했을 때의 처벌 규정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권 교수는 “지금은 복지부와 식약처가 분담하는 체계이므로 공동 위탁 업무 수행 기관을 선정함으로써 단일화된 의료기기 유통 관리 주체를 두는 것이 좋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법을 회피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개정법은 의료기관 개설자 또는 실질적 지배자가 의료기기 판매자 혹은 판매업체의 실질적 지배자와 ‘2촌 이내 친족’이거나 ‘간접납품업체의 총출연금액·주식·지분 50% 이상을 소유’하는 경우 등을 특수관계로 본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이황 교수는 “3촌 이상인 사람을 간접납품업체 대리인으로 세우거나, 지분율을 50% 이하로 완화하는 식으로 법을 회피함으로써 여전히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를 이어나갈 수 있다”며 “어떠한 경우에 ‘실질적인 지배자’로 볼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더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유통구조위원회 전동환 전문위원은 “대금 지급 기한이 6개월이고, 이를 넘겼을 때에 이자를 지급해야 함을 명시했지만, 이자 지급 기한이나 대금 미지급 시 처벌 규정에 대한 언급이 없다”며 “법을 더 다듬어나가야 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언급된 내용은 하위 법령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김영민 회장은 “오늘 토론회가 향후 의료기기법 개정안이 산업계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데 실질적인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해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