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비 지출 매년 증가… 예산 9월이면 소진
고령화·만성질환·수용자 증가 '삼중 부담'
인력 부족에 외부 진료 의존… 비용 악순환
"인력 처우 개선·원격 의료 확대 등 대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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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하는 수감자들./사진=연합뉴스
전국 교정시설에서 수용자 의료비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예산을 매년 초과 집행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 고령 수용자 증가, 만성질환 확대, 의료 인력 부족이 맞물리면서 교정 의료 시스템이 사실상 '버티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비 역대 최대… 예산은 매년 '초과'
법무부에 따르면 2024년 전국 교정시설 진료 건수는 829만9530건으로, 전년보다 11.4% 증가했다. 같은 해 의료비 집행액은 449억5700만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18년(280억6900만 원)과 비교하면 약 60% 늘어난 규모다. 2024년 의료비 예산은 335억1300만 원이었지만, 9월에 이미 소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추가 집행이 이뤄지면서 최종적으로 34.2% 초과 지출됐다. 이 같은 상황은 일회성이 아니다. 최근 몇 년간 교정시설 의료비는 매년 예산을 넘겨 쓰고, 부족분을 연말에 추가 확보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 부족한 재원을 메우기 위해 다른 항목 예산을 전용하는 '돌려막기'도 이어지고 있다. 법무부 교정본부 관계자는 "하반기에 주로 인건비 항목 등에서 예산 전용을 신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화·만성질환 증가… 비용 구조 자체가 변화
의료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수용자 고령화다. 65세 이상 수용자는 2018년 1848명에서 2024년 5054명으로 약 173% 증가했다. 전체 수용자 중 60세 이상 비중도 12.6%에서 17.5%로 확대됐다. 고령화는 곧 만성질환 증가로 이어진다. 실제로 교정시설 환자 가운데 약 63%가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 장기간 관리가 필요한 질환 특성상 의료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수용 인원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하루 평균 수용자는 2024년 6만1366명으로 2018년보다 12.1% 늘었다. 결국 ▲고령화 ▲만성질환 ▲수용자 증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의료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인력난에 내부 진료 축소… 외부 의존 '악순환'
문제는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내부 진료'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2024년 기준 교정시설 의무직 공무원은 정원 116명 중 93명에 그쳤다. 수용자 진료를 지원하는 의료위원도 2018년 90명에서 2024년 74명으로 감소했다. 이로 인해 교정시설 내 진료 건수는 2018년 922만 건에서 2024년 829만 건으로 줄었다. 외부 의료기관 의존이 커지고 있다. 외부 진료는 비용 부담이 크다. 수용자 한 명을 외부 병원에 보내면 교도관 세 명이 동행해야 한다. 진료비 역시 국가 재정으로 충당된다. 수용자는 수감 기간 중 건강보험 자격이 정지되기 때문에, 법무부가 건강보험공단에 예탁한 재정에서 진료비가 지급되는 구조다. 외부 진료비는 2018년 166억 원에서 2024년 290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교정본부 관계자는 "교정시설은 장비와 인력이 제한돼 전문의 진료를 받기 어렵다"며 "수용자 고령화와 인권 문제, 민원·고소 증가도 외부 진료 확대의 원인"이라고 했다.


◇하루 90건 진료… '버티는 의료' 현실
의료진 부담도 이미 한계 수준에 이르렀다. 전국 54개 교정 기관 중 절반인 27곳은 의무관 한 명이 모든 수용자를 담당하는 '나 홀로 진료' 체제다. 의무관 1인당 진료 건수는 하루 평균 60~70건, 많게는 90~100건에 달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4건)의 3~4배 수준이다. 현장의 부담은 크다. 익명을 요구한 의무관 A씨는 "단순 처방은 짧게 끝나지만, 중증 환자는 오래 진료해야 해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과중한 업무 속에서 의료진이 쓰러지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올 1월 의무관 뇌출혈·심정지 사망 사례가 각각 두 건 발생하면서 근무 환경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현재 의무관 평균 연령은 62.8세로, 인력 고령화 역시 심각한 상황이다.

◇"방치하면 결국 사회 부담"… 구조 개편 필요
전문가들은 교정 의료 문제를 단순한 예산 부족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권수진 연구위원은 "교정 의료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공공의료 체계로 편입하면 전체 수용자에 대한 의료서비스의 양과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적절한 치료 없이 출소할 경우 재범이나 추가 의료비 등 직간접적인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인력 확충을 위한 상시 채용과 함께, 교정시설 내 혈액투석 전담 기관 확대 등 비용 절감 방안을 추진 중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체계적인 진료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현 구조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고령화, 과밀 수용, 인력 부족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의료비 증가 자체를 억제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의료 인력 처우 개선 ▲원격의료 확대 ▲공공의료 체계 편입 등 종합적인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장가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