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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사진=중앙대병원 제공
전 세계 비수술 안면 미용 시장은 2024년 125억 달러에서 2030년 350억 달러로 연 1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중에서도 '스킨부스터'는 15억 달러에서 40억 달러로 확대되며 가장 빠른 성장세가 예상되는 분야다. 한국은 이 거대한 물결의 중심에 서 있다.

2024년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환자는 사상 처음 100만 명을 돌파해 117만 명에 이르렀고, 진료 분야의 절반 이상이 피부과였다. 일본·중국·대만의 피부과 방문 환자 수는 전년 대비 각각 155%, 279%, 1017% 증가했다. 의료관광 지출액은 7조5000억 원, 생산유발 효과는 13조8000억 원에 달한다. '한국에서 피부 시술을 받는 것'은 이미 K-컬처의 한 축이 됐다.

이 같은 성과는 결코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2009년 의료법 개정을 통해 외국인환자 유치 등록제를 도입한 이래 '메디컬코리아(Medical Korea)' 브랜드를 일관되게 육성해 왔으며,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을 중심으로 의료관광 종합지원 체계와 메디컬 비자 제도를 정착시켰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ICH·PIC/S 등 국제 규제협력기구 가입을 통해 글로벌 규제 신뢰도를 확보했고, HA 필러 등 미용의료기기 분야에서 비교적 신속하고 명확한 허가 체계를 구축해 국산 제품의 해외 진출 토대를 마련했다. 정부가 바이오헬스를 국가 핵심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첨단재생의료법을 시행한 것 또한 차세대 미용의료 산업의 든든한 제도적 기반이 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토대 위에서 K-뷰티와 K-메디컬은 세계 시장에서 'K-시술'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다만 이 성과를 지속 가능한 국가 성장 동력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지금이 매우 중요한 시기다. 글로벌 경쟁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차세대 스킨부스터의 핵심 원료인 재조합 콜라겐 분야에서 중국은 15년에 걸친 기초연구 투자 끝에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했다. 자이언트바이오진·진보바이오·트라우텍이 NMPA 허가 주사제를 잇달아 상용화했고, 로레알은 대표 안티에이징 라인에 진보바이오의 재조합 콜라겐을 채용했다. 시세이도와 LVMH 계열 L Catterton은 트라우텍에, 독일 에보닉은 Jland Biotech에 각각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글로벌 톱 뷰티 기업들이 차세대 원료 확보를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임상 역량, 숙련된 미용의료 의료진, K-뷰티 브랜드의 글로벌 신뢰도, 그리고 풍부한 실사용 데이터가 이미 존재한다. 여기에 정부의 전략적 제도 정비와 산업 육성이 더해진다면, 한국은 '시술 목적지'를 넘어 '차세대 미용의료 바이오 플랫폼'으로 도약할 수 있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학계가 긴밀하게 협력해 다음 세 가지 과제를 해결한다면 급성장하는 글로벌 스킨부스터 시장에서 한국도 함께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첫째, 주사용 스킨부스터에 특화된 허가 트랙의 신설이 필요하다. 유럽과 중국은 스킨부스터 카테고리를 신설했고, 미국은 의료기기 카테고리에서 피부거칠기 등 주름·볼륨 이외의 허가 트랙을 만들어 육성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현재 스킨부스터는 의약품·의료기기·화장품·인체조직이식재 등 서로 다른 법제도 아래 분산돼 있다. 식약처가 그동안 축적해 온 미용의료기기 허가 노하우를 바탕으로, 주사용 스킨부스터의 고유한 특성을 반영한 독립된 심사 체계, 임상시험 가이드라인, 환자보고결과(PRO) 중심 유효성 평가 기준, 장기 안전성 레지스트리가 마련된다면 국내 기업들이 보다 명확한 방향성을 갖고 개발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재조합 콜라겐·엑소좀·ECM 등 차세대 바이오 원료에 대한 국가 R&D 지원 확대와 GMP 생산 인프라 구축 지원이 절실하다. 중국이 정부 차원의 장기 투자로 원료 주권을 확보한 것처럼, 한국도 화장품·의료기기·스킨부스터 등 재생미학 원료 플랫폼을 국가 전략 기술로 지정하고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도 주요 에스테틱 기업들이 이미 이 분야에 진입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마중물 역할이 더해진다면 글로벌 원료 공급자로서의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

셋째, 외국인 환자 유치 제도와 국산 스킨부스터 허가·수출 제도를 연계한 선순환 생태계 설계가 필요하다. 복지부가 구축해 온 외국인 환자 유치 인프라와 식약처의 허가 체계를 보다 긴밀하게 연동해, 국내에서 임상시험과 정식 허가를 마친 국산 제품이 의료관광 수요를 통해 축적된 실사용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근거로 FDA·EMA·NMPA 인허가로 이어지는 글로벌 진출 경로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된다면, 한국 미용의료 산업은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성장하는 구조를 갖출 수 있다.

K-뷰티와 K-메디컬은 이미 경계가 허물어진 하나의 산업이다. 재조합 콜라겐 사례에서 보듯, 화장품·주사제·의료기기는 원료 단계에서 융합되고 있다. 마침 정부도 바이오헬스를 국가 핵심 전략 산업으로 지정하고 다양한 육성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스킨부스터를 포함한 재생미학 분야를 명시적으로 포함시키고, 산업계·의료계·학계가 함께 참여하는 협의체가 가동된다면 그 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다. 인천공항에 내리는 외국인 환자들의 발걸음은 그동안 정부와 식약처, 의료현장이 함께 쌓아온 신뢰의 결과다. 이 귀한 기회를 차세대 바이오 미용의료 산업의 도약으로 연결할 수 있도록, 정부의 선제적이고 전략적인 지원을 기대한다.

(*이 칼럼은 중앙대병원 피부과 김범준 교수의 기고입니다.)


김범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대한피부과학회 대외협력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