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오의 毛나리자(모발 나려면 이것부터 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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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많은 사람이 정수리 탈모로 병원을 찾는다. 그러나 정작 돌아오는 대답은 “정수리는 심어도 티가 안 난다” 또는 “모발 이식 효과가 떨어지니 약이나 먹으라”는 말일 때가 많다. 심지어 모발 이식을 전문으로 한다는 곳에서도 정수리 수술을 꺼리는 분위기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정수리라는 부위가 가진 독특한 구조와 원리를 오해했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정수리 모발 이식이 난도가 높은 것은 맞지만, 원리만 제대로 알고 접근한다면 그 어떤 부위보다 극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영역이다.

우선 정수리 수술을 고민할 때 반드시 이해해야 할 개념이 바로 ‘가마의 회오리 결’이다. 우리 머리 꼭대기에는 머리카락이 한 점을 중심으로 뱅글뱅글 돌며 퍼져 나가는 고유한 흐름이 있다. 이것을 의학적으로는 복잡하게 부르기도 하지만, 쉽게 말해 ‘머리카락 소용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소용돌이는 머리카락들이 서로 비스듬하게 누우면서 차곡차곡 겹쳐지게 하는 역할을 한다. 지붕 위에 기와를 얹을 때 서로 겹치게 놓아 빈틈을 막는 것과 같은 원리다.

수술할 때 이 회오리 결을 무시하고 빈 곳을 메우는 데만 급급해서 머리카락을 일렬로, 똑바로 심으면 어떻게 될까? 머리카락 사이사이로 빛이 그대로 통과하면서 하얀 두피가 훤히 들여다보이게 된다. 결과적으로 수천 가닥을 심었음에도 여전히 비어 보이는 낭패를 보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원래 가진 가마의 흐름을 정교하게 분석해서 머리카락이 서로의 지붕이 되어주도록 층층이 겹치게 심으면, 똑같은 양을 심어도 훨씬 빽빽하고 풍성해 보이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난다. 이것이 바로 정수리 수술의 성패를 가르는 첫 번째 비밀이다.

두 번째로 기억해야 할 것은 정수리가 가진 ‘블랙홀’ 같은 면적의 문제다. 정수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은 부위이며, 탈모가 진행될수록 그 범위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앞머리는 얼굴이라는 테두리가 있어 조금만 심어도 금방 표가 나지만, 정수리는 끝이 보이지 않는 벌판과 같다. 그래서 한정된 뒷머리 자원을 전략 없이 쏟아붓다가는 소중한 머리카락만 낭비하고 결과는 미흡할 수 있다. 따라서 정수리 수술은 무조건 많이 심는 ‘양의 승부’가 아니라, 가장 효과적으로 두피를 가릴 수 있는 지점을 찾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설계의 승부’가 되어야 한다. 눈에 보이는 풍성함은 개별 머리카락이 서로 겹치며 층을 이루는 데서 나온다. 이런 효과를 노려야 단순히 모발 개수만 늘릴 때보다 훨씬 효율적으로 정수리의 머리숱을 복원할 수 있다.

여기서 많은 환자가 불안해하는 요소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수술 후 기다림의 시간이다. 정수리 수술을 받은 분들은 보통 수술 후 6개월이나 1년이 되었을 때 “아직도 비어 보여요”라며 실망하곤 한다. 하지만 정수리의 풍성함은 머리카락이 자라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자라난 머리카락이 충분히 길어져서 옆 머리카락 위로 누워야 비로소 두피를 가리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갓 자라난 짧고 빳빳한 머리카락은 두피를 가려주는 힘이 약하다. 통계적으로 정수리 이식의 진가는 머리카락이 10센티미터 이상 길어지며 서로 엉키고 층을 이루는 수술 후 1년 반, 즉 18개월이 지나서야 비로소 완성된다. 이 시간의 흐름을 견디지 못하고 조급해하면 실패한 수술이라 오해하기 십상이다.

또한, 정수리는 주변 머리카락과의 관계도 매우 중요하다. 정수리 탈모는 어느 한 부위만 뻥 뚫리는 것이 아니라 주변 부위와 연결되어 서서히 넓어지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이식한 부위만 덩그러니 섬처럼 남지 않도록 주변 머리카락과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수술 후에도 꾸준한 약물치료를 병행하며 기존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이식한 머리는 빠지지 않지만, 그 사이사이의 원래 머리카락이 빠지면 결국 전체적인 풍성함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정수리 모발이식은 ‘안 되는 수술’이 아니라, ‘아주 세밀하고 영리하게 접근해야 하는 수술’이다. 가마의 회오리 흐름을 읽어내는 안목, 한정된 자원을 적재적소에 배분하는 전략, 그리고 머리카락이 길어질 때까지 믿고 기다려주는 인내심이 삼박자를 이룰 때 비로소 다시 빽빽해질 수 있다.

정수리는 심어도 소용없다는 주변의 말에 미리 포기할 필요는 없다. 당신의 정수리가 가진 고유한 결을 이해하고, 그 흐름을 다시 재건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설계도만 있다면 잃어버린 풍성함은 반드시 돌아온다. 정수리 탈모는 극복할 수 없는 저주가 아니라, 과학적인 접근과 정교한 설계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도전일 뿐이다. 이제는 거울 속 비어 있는 정수리를 보며 한숨짓기보다, 나만을 위한 완벽한 회오리 결을 어떻게 되살릴지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다.

정수리 복원의 여정은 나의 가마가 어떤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지 정확히 아는 것에서 시작된다. 지금 본인의 정수리 상태가 고민이라면, 막연한 두려움을 버리고 본인의 가마 결을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것부터 시작해 보길 권한다. 풍성함은 머리카락의 개수가 아니라, 올바른 방향을 향해 자라나는 모발의 흐름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 칼럼은 뉴헤어 성형외과 김진오 원장의 기고입니다.) 


김진오 뉴헤어 성형외과 원장(대한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수석탈모분과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