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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 활동은 치매 증상 발현을 늦추는 강력한 보호 인자로 작용한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평생에 걸친 지적 자극이 노년기 알츠하이머병 발병을 수년 이상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서, 글쓰기, 새로운 기술 습득 등 평생 학습이 뇌를 보호하는 강력한 방패가 된다는 분석이다. 특히 뇌 속에 치매 원인 물질이 축적되더라도 평소 지적 활동이 활발했던 사람은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회복 탄력성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러쉬대 의료센터 안드레아 잠밋 박사팀은 최근 치매 증상이 없는 평균 연령 80세 성인 1939명을 대상으로 약 8년간 추적 조사를 실시했다. 연구팀은 대상자들의 생애를 유년기(18세 이전), 중년기(40세), 노년기(80세 이후) 세 단계로 구분해 각 시기별 인지 자극 노출 정도를 정밀 측정했다.

유년기 분석에는 독서 빈도, 가정 내 신문·지도 비치 여부, 5년 이상 외국어 학습 경험이 평가지표로 활용됐다. 중년기에는 박물관·도서관 방문 횟수와 잡지 구독 등 지적 자원 접근성을, 노년기에는 현재의 독서·글쓰기·게임 활동 빈도와 경제적 수준을 종합해 인지 강화 점수를 산출했다.

연구에 따르면 연구 기간 중 전체 약 28%인 551명에게서 알츠하이머병이 발생했다. 이 중 연구팀이 인지 강화 점수 상위 10%와 하위 10%를 비교 분석한 결과, 상위 집단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은 하위 집단보다 38% 낮았다. 경도인지장애 발병 위험 역시 36%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발병 시기에서도 유의미한 차이가 드러났다. 지적 자극이 가장 높았던 집단 알츠하이머병 평균 발병 연령은 94세로, 가장 낮았던 집단(88세)보다 6년가량 늦게 나타났다. 경도인지장애 발병 시점 역시 상위 집단은 85세, 하위 집단은 78세로 7년의 격차를 보였다. 이는 평소 지적 활동이 치매 증상 발현을 늦추는 강력한 보호 인자로 작용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는 사망한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부검 데이터가 포함돼 학계 주목을 받았다. 뇌 조직 검사 결과, 평소 인지 강화 활동이 활발했던 이들은 뇌 속에 알츠하이머병 핵심 징후인 아밀로이드 베타나 타우 단백질이 상당량 쌓여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생전 기억력과 사고력 측정에서 훨씬 완만한 저하 속도를 보였다. 연구팀은 이를 인지 예비력 이론으로 설명한다. 지속적인 지적 자극이 뇌세포 간 연결망을 조밀하게 만들어 일부 뇌세포가 질병으로 손상되더라도 다른 신경망이 이를 보완해 기능을 유지하게 한다는 논리다.

안드레아 잠밋 박사는 "이번 연구는 아동기 교육부터 노년기 취미 활동까지 전 생애에 걸친 지적 환경이 노년기 인지 건강 핵심 변수라는 점을 보여준다"며 "도서관, 평생 교육 프로그램 등 지적 자극을 극대화할 수 있는 사회적 인프라에 대한 공공 투자가 치매 발생률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신경과학회 학술지인 ‘신경학(Neur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구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