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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을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한 영국 50대 여성이 조력 존엄사 기관에서 생을 마감하기로 결정한 사연이 전해졌다./사진=뉴욕포스트
아들을 잃은 슬픔을 견디지 못한 영국 50대 여성이 조력 존엄사 기관에서 생을 마감하기로 한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23일(현지시각) 외신 뉴욕포스트(New York Post)에 따르면 영국 웨스트미들랜즈 주에 거주하는 웬디 더피(56)는 4년 전 아들이 사망한 이후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어왔다. 더피의 아들 마커스는 잠자던 중 토마토가 기도에 걸려 질식사해 2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9개월 후, 더피는 약물 과다 복용으로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고, 2주 동안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했다. 치료 이후에도 약물치료와 심리치료를 받았지만 상실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피는 스위스의 조력 존엄사 비영리 단체 ‘페가소스(Pegasos)’에 1만3500달러(한화 약 1800만 원)를 지불했고, 조력 존엄사 절차가 승인돼 스위스로 이동할 예정이다. 영국에서는 조력 사망 합법화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제도화되지는 않은 상태다.

그는 임종 때 입을 옷을 미리 준비했고, 특정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사후에는 자신이 가져간 소지품을 기증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스위스에 도착하면 가족에게 마지막 전화를 할 것”이라며 “힘든 통화가 되겠지만 작별 인사를 하고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의사 조력 자살’로도 불리는 조력 존엄사는 본인의 의사에 따라 의사의 처방을 받아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방식이다. 스위스·호주 등 일부 국가에서 제도적으로 허용된다. 스위스는 1942년부터 이를 허용해 왔으며, 외국인에게도 적용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4년에는 캡슐 형태의 조력 사망 기기가 등장했으나, 당국은 안전성과 관련 법적 요건 문제를 이유로 공식 승인을 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는 관련 법이 마련돼 있지 않으며, 자기결정권과 생명 보호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이처럼 상실 이후 장기간 극심한 슬픔이 지속되는 상태는 ‘지속애도장애(Prolonged Grief Disorder, PGD)’로 분류된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이후 최소 1년 이상 강한 슬픔과 심리적 고통이 지속되며,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특징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슬픔의 강도가 완화되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흐름을 보이는 일반적인 애도와 달리, 지속애도장애는 떠난 존재에 대한 생각과 감정에 과도하게 몰입된 상태가 이어진다. 상실 대상에 대한 기억이나 부재에 대한 인식이 반복되면서 강한 정서적 고통을 경험하고, 수면 장애나 무기력 등의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이스라엘 텔하이대 연구팀에 따르면 지속애도장애는 사별한 부모에게 특히 큰 영향을 미친다. 부모가 자녀를 잃은 경우 발생 위험은 일반적인 사별보다 2~3배 높고, 어머니는 아버지보다 약 2배 높은 발생 위험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슬픔으로 인해 일상 유지가 어렵거나 죄책감·수치심·자기 파괴적 사고 등 감정의 동요가 심한 경우에는 정신건강의학과 상담과 치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또한 떠난 이와 함께했던 긍정적인 기억을 되짚고 주변 사람들과 감정을 공유하거나 사별자 지원 모임 등을 활용하는 것도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최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