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기상 직후는 심혈관 및 뇌혈관 질환 위험이 정점에 달하는 시간대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른 아침, 평온해야 할 기상 시간이 일부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순간이 될 수 있다. 기상 직후는 우리 몸에서 가장 큰 생리적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로, 심혈관 및 뇌혈관 질환 위험이 정점에 달하는 시간대다.

몸이 잠에서 깨어나 활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코르티솔·아드레날린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급증한다. 이로 인해 심박수와 혈압이 빠르게 상승하며 심장에 가해지는 부담도 커진다. 최근 외신 뉴욕포스트(New York Post)는 아침 시간대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주요 질환들을 소개했다. 서로 다른 장기에서 발생하지만, 모두 심혈관 부하 증가라는 공통된 기전을 가진다.

▷심장마비=심장마비는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지만, 아침은 특히 위험한 시간대다. 몸이 잠에서 깨어나 활동을 준비하면서 교감신경이 활성화되고, 코르티솔과 아드레날린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급증한다. 이 과정에서 심박수와 혈압이 상승하며 심장에 가해지는 부담이 평소보다 약 40%가량 높아진다. 미국 하버드대 의과대학 연구팀이 심장마비 환자 2999명을 분석한 결과, 오전 6시부터 정오 사이 발생 빈도가 가장 높았다. 미국 러쉬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과 윌리엄 엘리엇 교수 역시 미국 고혈압 저널에 기고한 글을 통해 “심혈관 질환은 겨울철, 매달 초, 직장인 기준 월요일, 그리고 이른 아침 시간에 더 흔하게 발생한다”고 말했다.

▷뇌졸중=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뇌졸중 역시 아침에 치명적이다. 뇌혈관은 다른 신체 부위의 혈관에 비해 얇아 급격한 혈압 상승에 견디는 힘이 약해 쉽게 손상될 수 있고, 손상 속도 또한 빠르다. 미국 심장협회에 따르면 허혈성·출혈성 뇌졸중 모두 아침 시간대 발생 확률이 유의미하게 높았다. 1만1816건을 분석한 31개 연구를 종합한 결과, 오전 6시부터 정오 사이 발생률은 예상치보다 49% 증가했다. 엘리엇 교수는 “이 결과는 뇌졸중이 수면 중 발생한다는 기존 인식과는 차이가 있으며, 기상 직후 생리적 변화가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했다.


▷복부대동맥류 파열=복부 대동맥류 파열은 복부를 지나는 주요 동맥이 비정상적으로 팽창했다가 터지는 질환으로, 매우 높은 사망률을 보인다. 심장에서 나온 혈액이 흉부 대동맥을 거쳐 복부 대동맥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해당 부위 혈관이 약해지며 발생한다. 복부 대동맥류 파열은 수축기 혈압 및 고혈압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으며, 특히 아침 시간대 혈압이 급격히 상승하는 시기에 위험이 커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일랜드 코크대학병원 연구팀에 따르면 관련 응급 입원은 오전 8시부터 9시 59분 사이에 가장 집중됐다.

▷폐색전증=폐색전증은 하체 정맥에서 생긴 혈전이 폐동맥을 막는 질환으로,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밤사이 수분 섭취가 이뤄지지 않고 호흡과 발한으로 체내 수분이 감소하면서 아침에는 혈액 점도가 높아진다. 여기에 기상 직후 교감신경이 활성화되며 혈압이 상승하고 혈관이 수축하면서, 기존에 형성된 혈전이 떨어져 나와 이동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탈리아 페라라 종합병원 연구팀은 폐색전증 역시 다른 심혈관 질환과 마찬가지로 아침 시간대 발생 경향이 뚜렷하다고 보고했다. 성별과 연령도 발생 시기와 중증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질환은 발생 부위는 다르지만 모두 혈압 상승과 혈액 점도 변화에 민감한 심혈관계 질환이다. 따라서 아침 시간대 위험을 줄이려면 기상 직후 행동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눈을 뜨자마자 일어나기보다 누운 상태에서 몸을 풀고 몇 분 뒤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혈압 변동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수면 중 감소한 수분을 보충해 혈액 점도를 낮추고, 계절과 관계없이 급격한 온도 변화는 피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 등 기저질환이 있다면 약을 규칙적으로 복용해 아침 혈압 상승을 관리해야 하며, 일정한 수면 패턴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