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문준일 센트럴병원 소화기내과 센터장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위암이 흔하게 진단되는 국가 중 하나다. WHO(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위암 유병률은 10만 명당 약 21.9명으로 전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는 미국(약 2.2명)에 비해 약 10배 높은 수준이다.

위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발견 시점이 늦고 치료 부담이 급격히 커지는 만큼, 조기 진단과 함께 발병 위험 요인을 사전에 관리하는 예방적 접근이 중요하다.

위암은 가족력, 식습관, 흡연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지만, 일부 위험 요인은 관리가 가능하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감염이다. 국내 성인 감염률이 약 50% 수준으로 추정될 만큼 흔한 이 균은 위 점막에 만성 염증을 유발하며 장기적으로 위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하지만 대부분 특별한 증상이 없어 감염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가 많아 의료현장에서는 이러한 무증상 감염의 조기 발견과 관리에 주목하고 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위 점막에 기생하는 1군 발암요인
헬리코박터균은 강한 위산 환경에서도 스스로 암모니아를 생성해 생존할 수 있는 특징이 있으며, 주로 어린 시절 감염된 뒤 별도의 치료가 없을 경우 위 점막에 지속적으로 기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감염이 장기간 지속되면 염증이 반복되면서 위 점막에 구조적 변화를 유발한다. 이는 위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환경을 만든다. WHO는 이러한 점을 근거로 헬리코박터균을 위암의 1군 발암요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헬리코박터균 관련 진료 인원은 2014년 2만2000명에서 2024년 7만3000명으로 약 3.3배 증가했다. 연령대별로는 40~60대 이상에서 증가가 두드러졌으며, 특히 60대는 약 4.6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0대 이하에서는 감소 양상을 보여 세대별 차이를 보인다. 이는 과거 감염 노출 빈도가 높았던 세대가 고령층에 진입하면서 수십 년간 잠복해 있던 균이 위염이나 궤양 등의 질환으로 뒤늦게 드러나는 한편, 위생 환경 개선으로 젊은 세대의 신규 감염은 감소한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의료 현장의 진단과 치료 기준도 변하고 있다. 헬리코박터균과 위암과의 연관성이 명확해지면서 제균 치료의 건강보험 급여 기준이 확대되었다. 과거 소화성 궤양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시행되던 치료가 위암 가족력, 위축성 위염, 장상피화생 등 위암 고위험군 전반으로 넓어졌다. 또한 국가건강검진 및 위내시경 검사의 보편화로 무증상 상태에서 발견되어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사례도 늘었다.

◇자각 증상 없는 점막 손상, 정기 위내시경 검진의 중요성
헬리코박터균 감염의 가장 큰 특징은 증상과 질환 진행 정도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거나 소화불량, 간헐적인 속쓰림, 복부 불편감 등 비교적 경미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일시적인 문제로 오인되기 쉽다. 구취 역시 연관될 수 있으나 치과적 원인과 구분이 어려워 위장 질환과의 연관성이 간과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자각 증상이 경미하더라도 위 점막에서는 염증과 손상이 지속되며, 장기간 방치될 경우 세포 구조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실제 임상에서도 증상으로 인한 내원보다 건강검진 내시경 과정에서 우연히 감염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에서는 이미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 등 전암성 변화가 동반된 상태로 확인되기도 한다. 따라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위내시경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특히 40세 이상에서는 2년 간격으로 위내시경 검진이 권장된다.

◇전문의 진단 기반 제균 치료와 정기적 추적 관리가 관건
위내시경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확인되면 조직검사(CLO 검사), 요소호기검사, HPS 타액신속검사 등을 통해 헬리코박터균 감염 여부를 확인한다. 감염이 확인되더라도 모든 환자가 즉시 치료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환자의 증상과 점막 상태, 위암 위험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의 필요성과 이득을 평가한 뒤 전문의 판단에 따라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위궤양·십이지장궤양 환자, 위암 치료 후 환자, 위축성 위염이나 장상피화생이 확인된 경우나 위암 가족력이 있는 고위험군에서는 적극적인 제균 치료가 권고된다.

치료는 보통 1~2주간 항생제와 위산 억제제를 병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복용을 임의로 중단할 경우 약제 내성이 발생해 치료 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 반드시 처방한 약을 다 먹어야 한다. 치료 후에는 제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재검사가 필요하며, 이후에도 재감염 예방을 위한 위생 관리가 중요하다. 제균 치료만으로 위암 발생 위험이 완전히 차단되는 것은 아니므로 정기적인 검진과 함께 식습관 관리, 금연 등 생활습관 관리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헬리코박터균 관리는 암으로 이행되기 전 단계에서 개입할 수 있는 중요한 예방책이다. 따라서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정기적인 위내시경을 통해 위 점막 상태를 확인하고, 진단에 따른 적절한 치료와 사후 관리를 지속하는 것이 위암 예방을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이 칼럼은 문준일 센트럴병원 소화기내과 센터장의 기고입니다.)


문준일 센트럴병원 소화기내과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