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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구로병원 안과 서영우 교수./사진=오상훈 기자
국내 소아·청소년의 근시 유병률이 위험 수준에 도달함에 따라 이를 단순한 시력 저하가 아닌 적극적 치료가 필요한 ‘질환’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콘택트렌즈 제조사 쿠퍼비전은 22일, 서울 삼성동 파크하얏트호텔에서 ‘쿠퍼비전 미디어클럽’을 열고 한국형 근시 관리 가이드라인과 최신 치료 지침을 공유했다.

◇실명 유발하는 근시… 망막박리·녹내장 위험 높인다 
근시는 단순히 안경을 쓰는 불편함을 넘어 눈의 앞뒤 길이인 안축장이 비정상적으로 길어지는 현상이다. 한 번 길어진 안축장은 다시 줄어들지 않으며, 이는 성인이 되었을 때 녹내장, 망막박리, 황반변성 등 실명을 유발할 수 있는 치명적인 안질환의 원인이 된다.

고려대 구로병원 안과 서영우 교수는 “실제로 고도 근시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망막박리 위험이 80배 이상, 녹내장 위험이 3~4배가량 높다”라며 “실명을 유발하는 근시성 황반변성 위험도 40배 이상 높아진다”고 말했다. 

문제는 근시 유병률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8~2012년 경 군 신체검사를 받은 19세 남성의 근시 유병률은 약 50%, 고도근시는 12% 가량이었다. 그런데 2013~2022년에 근시 유병률은 70.7%, 고도근시 유병률은 20.3%로 치솟았다.

서영우 교수는 “추세를 보면 2050년에 19세 인구의 90% 이상이 근시, 31%가 고도 근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라며 “근시는 한 번 발병하면 사라지지 않으므로 그보다 더 미래에는 국민 대부분이 근시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형 가이드라인 발표 “야외활동 매우 중요”
이에 따라 어릴 때부터 근시 진행을 억제하는 전략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미 길어진 안축장은 줄일 수 없지만 근시가 진행되는 6~10세 때 억제하면 고도근시로 진행하는 걸 예방할 수 있다. 서 교수는 한국 소아·청소년에게 특화된 근시 관리 가이드라인을 소개했다. 가이드라인은 한국사시소아안과학회 산하 한국소아청소년근시연구회가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근시 관리 방법은 생활습관 개선, 광학적 치료, 약물 치료, 병합 치료로 나뉜다. 하루 2시간 이상의 야외활동, 적절한 근거리 작업 거리 유지와 시간 조절 등은 기본적인 예방 전략으로 권고된다. 서 교수는 “야외 활동은 근시가 없는 아이들에게 예방 효과가 탁월하며, 이미 근시가 진행 중인 경우에도 진행을 늦추는 데 도움을 준다”라며 “또한 과거에는 안경 도수를 실제보다 낮게 처방하기도 했으나, 최신 지침은 정확한 초점을 맺게 하는 ‘완전 교정’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


치료 측면에서는 ▲근시 억제 안경(DIMS·HAL 렌즈) ▲듀얼포커스 콘택트렌즈 ▲드림렌즈(Ortho-K) ▲저농도 아트로핀 점안 등이 효과적인 방법으로 제시됐다. 특히 아트로핀은 농도에 따라 효과가 증가하되 부작용과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필요 시 여러 치료법을 병합하면 단독 치료보다 더 높은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서 교수는 “근시 치료의 목적은 고도근시로의 진행을 막는 것으로 굴절이상 –5~-6디옵터 미만, 안축장 26mm 미만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라며 “이러한 치료는 안구 성장이 완만해지는 만 15세까지 지속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근시 관리는 표준 치료, “콘택트렌즈 활용 효과적”
호주의 임상 전문가이자 근시 관리 교육 플랫폼 ‘마이오피아 프로파일(Myopia Profile)’ 설립자인 케이트 기포드 박사는 근시 관리가 이제 선택이 아닌 전 세계 안과 및 검안 분야의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았음을 강조했다.

기포드 박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근시 발생 연령은 과거 평균 10.5세에서 최근 7.5세로 낮아지는 추세다. 그는 “발병 연령이 어릴수록 성인이 되었을 때 고도 근시로 진행될 위험이 압도적으로 높다”며 “부모가 통제할 수 없는 유전적 요인 외에 우리가 바꿀 수 있는 환경적 요인, 즉 ‘하루 두 시간 야외 활동’과 같은 시각적 환경 조절이 아이의 평생 안 건강을 결정짓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포드 박사는 근시 억제 방법 중 하나인 소프트 콘택트렌즈의 임상적 유용성을 상세히 소개했다. 국내 도입된 듀얼포커스 콘택트렌즈는 근시 진행을 50% 이상 늦출 수 있다는 임상 데이터가 확보돼 있다. 그는 “콘택트렌즈는 안경과 달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임의로 벗기 어려워 치료 효과가 하루 종일 일정하게 유지되는 ‘순응도’ 측면에서 매우 유리하다”며 “또한 안경보다 높은 활동성과 자신감을 부여해 삶의 질을 개선하는 효과도 크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근시 관리는 단순히 시력을 교정하는 것을 넘어 미래의 시력 손실을 막기 위한 장기적인 투자”라며, 한국의 부모들이 근시를 질환으로 인식하고 전문가와 함께 조기에 최적의 치료법을 선택할 것을 당부했다.


오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