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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 연기를 장시간 들이마신 80대 남성의 폐에서 검은색 덩어리가 발견된 사례가 보고됐다./사진=뉴잉글랜드 의학 저널
산불 연기를 장시간 들이마신 80대 남성의 폐에서 검은색 덩어리가 발견된 사례가 보고됐다.

중국 의료진에 따르면, 87세 남성은 몇 시간 동안 산불 연기에 노출된 뒤 호흡곤란 증상을 보여 응급실을 찾았다. 검사 결과, 그의 기관과 폐 속에서 나뭇가지 모양의 검은 덩어리가 발견됐다.

당시 남성은 깊게 숨을 쉬지 못하고 짧고 얕은 호흡만 가능한 상태였으며, 혈중 산소 농도도 위험할 정도로 낮아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았다.

의료진은 이 물질을 '기관지 캐스트'로 진단했다. 이는 점액과 세포 물질이 굳어 만들어진 덩어리로, 희귀 호흡기 질환인 증식성 기관지염의 대표적인 증상이다.

이 질환은 일반적인 가래와 달리 크고 단단한 덩어리가 기관지 모양 그대로 형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기관과 기관지 내부에 생기며, 공기가 지나가는 길을 따라 나뭇가지처럼 퍼진다. 보통은 흰색이나 베이지색을 띠지만, 이번 환자의 경우 산불 연기를 흡입한 영향으로 검게 변한 것으로 보인다.

증식성 기관지염은 림프계 이상과 관련이 있다. 림프액은 몸속 노폐물과 남은 액체를 흡수해 다시 혈액으로 보내는 역할을 하는데, 이 흐름에 문제가 생기면 일부 액체가 기도로 새어 들어갈 수 있다. 이후 이 물질이 굳으면서 기관지를 막는 덩어리가 만들어진다.


이로 인해 호흡곤란, 가슴 통증, 기침, 발열 등이 나타나며 심한 경우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초기 증상이 천식과 비슷해 다른 질환으로 오해되는 경우도 있다.

진단은 기관지 내시경, 흉부 CT(컴퓨터단층촬영), 림프관 영상 검사 등을 통해 이뤄진다. 이후 내시경으로 덩어리를 제거하고, 림프액 누출 등 근본 원인을 치료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필요하면 림프관에 염료를 주입해 누출 부위를 확인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 질환이 드물지만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회복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이 남성은 폐렴 치료를 함께 받으며 일주일 만에 퇴원했고, 2주 후에는 호흡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번 사례는 산불 연기와 같은 환경 요인이 드물지만 심각한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의료진은 "화재나 산불 현장에서는 반드시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연기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례는 국제 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 저널(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지난 14일 게재됐다.


장가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