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토픽]

이미지
루게릭병 진단받기 전의 모습(왼쪽)과 진단 후 휠체어에서 생활하는 에린 테일러의 모습(오른쪽)/사진=니드투노우
손에 힘이 빠지고 근육이 떨리는 증상이 시작된 지 1년 만에 희귀 난치병 진단을 받고, 결국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게 된 20대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영국 매체 '니드투노우'에 따르면, 미국에 거주하는 여성 에린 테일러(26)는 식물학자를 꿈꾸며 대학을 졸업한 뒤 현장 연구를 시작하던 22세 무렵부터 몸에 이상을 느끼기 시작했다. 손에 힘이 빠지고 근육이 떨렸으며, 말하는 데도 어색함이 생겼다. 하지만 당시에는 단순한 피로나 일시적인 증상으로 여겼다.

증상이 계속되자 병원을 찾은 에린은 이듬해 '루게릭병'으로 알려진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 진단을 받았다. 이 질환은 운동신경이 점차 손상되면서 근육이 서서히 약해지고 마비되는 병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움직임은 물론 말하기 기능까지 잃게 된다. 에린은 "ALS라는 병명을 처음 들었고, 무엇인지도 몰랐다"며 "엄마를 보며 '내가 죽는 거냐'고 물었고, 그때 엄마의 표정만으로 상황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진단 이후 에린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혼자 살던 집을 정리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어머니와 함께 지내게 됐다. 그는 "17세부터 독립해 살았는데, 그 삶을 내려놓는 건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현재는 어머니의 돌봄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으며, 가족들도 식사 준비와 모금 활동 등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병이 진행되면서 에린의 몸은 점점 움직이지 않게 됐다. 그는 "근육이 하나씩 죽어가면서 이제는 팔이나 다리를 움직이려고 해도 반응이 없다"며 "내 팔다리가 낯선 존재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양치, 식사, 옷 입기 등 기본적인 일상도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상태다.

질환은 언어 기능에도 영향을 미쳤다. 에린은 "이제는 생각을 말로 표현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며 "짧고 단순한 말만 겨우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나를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고 오해하기도 하지만, 나는 여전히 이전과 똑같이 생각할 수 있다"며 "말할 수 있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잃고 나서야 알게 됐다"고 했다.

의료진은 에린에게 평균적으로 3~5년의 생존 기간을 제시했다. 하지만 그는 삶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죽음만 생각하면 삶이 어두워질 뿐"이라며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에린은 현재 자신의 경험을 온라인에 공유하며 다른 환자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있다. 진단 이후에도 자동차 레이싱, 스카이다이빙, 패러글라이딩, 여행, 하이킹 등에 도전했다. 그는 "몸은 약해지고 있지만, 마음과 의지는 그대로다"라며 "내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작은 용기가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했다.

에린이 앓고 있는 루게릭병은 뇌와 척수의 운동신경세포가 점차 파괴되는 퇴행성 신경질환이다. 근육을 움직이는 신경이 손상되면서 근력이 서서히 약해지고 근육이 위축되며, 병이 진행되면 사지마비와 호흡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정식 명칭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이다. '루게릭병'이라는 이름은 1930년대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 루 게릭이 이 질환으로 사망한 데서 유래했다.

평균 생존 기간은 3~5년으로 알려졌지만, 환자에 따라 10년 이상 생존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까지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은 없으며, 약물치료와 재활치료를 통해 증상 진행을 늦추고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유전적 요인과 함께 산화 스트레스, 면역 이상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적으로 40세 이후에 더 많이 발생하고, 남성에서 다소 높은 발병률을 보인다. 초기에는 단순한 피로나 근육통처럼 보여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조기 발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증상이 비교적 초기 단계일 때 치료를 시작하면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근력 저하, 근육 떨림, 발음 변화 등이 지속된다면 단순한 피로나 노화로 넘기지 말고 신경과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전 세계 루게릭병 환자는 약 20만 명으로 추산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환자 수는 2024년 기준 5326명으로 집계됐다.


장가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