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人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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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용(62)씨는 아들의 재활 과정을 도우며 자신도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사진=황금용 작가 제공
대한민국에서 마약 중독자의 부모는 사회적 낙인 속에 죄인처럼 숨거나 자책하며 함께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황금용(62)씨는 그 고통스러운 과정을 지나오며 새로운 삶을 선택하기로 했다. 숨는 대신 실명을 걸고 신간 ‘아들은 오늘도 늦게 들어왔다’를 펴냈다. 아들에게 매달리는 대신 자신을 먼저 돌보기 시작했다. 아들을 탓하기보다 나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비로소 삶의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아들의 중독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 상황을 들려달라.
“2022년경, 1년 넘게 연락이 끊겼던 아들의 소식을 경찰의 연락을 통해 처음 접했다. 처음엔 그저 당혹스러울 뿐 중독의 실상이 이토록 심각한 줄은 몰랐다. 한 달 정도 병원에 보내 약기운을 빼고, 집으로 데려와 사랑으로 감싸주면 금방 회복될 줄 알았다. 오판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지 한 달 만에 아들은 다시 마약에 손을 댔다. 욕 한마디 않던 아들이 나에게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었다. 그때야 비로소 중독은 일시적인 단약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깨달았다. 아들을 마약으로 내몰았던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 제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 아들이 마약을 선택한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아들은 어린 시절부터 ADHD와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인해 타인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개인의 특성이 우리 사회와 부딪혔을 때 발생했다. 우리 사회는 조금이라도 다르면 도태시키고, 끝없는 경쟁으로 사람을 몰아넣지 않나. 타인과 소통을 어려워하는 아들은 사회생활을 하면 할수록 사회에 대한 불만만 쌓여갔다. 결국 그런 현실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안락함을 찾고 싶었던 마음이 마약을 선택하게 만든 것 아닐까 한다.

무엇보다 뼈아픈 지점은 나 역시 그런 사회의 시선으로 아들을 바라봤다는 것이다. 아들의 다름을 이해하고 보듬기보다, 내 기준과 속도에 맞추라고 아들을 끊임없이 채찍질했다.

나는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은 환경적인 근본 원인의 해결, 그리고 당사자 스스로가 마약을 끊어야 하는 이유를 뼈저리게 절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부의 강요나 설득은 한계가 있다. 아들이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기로 마음먹은 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사는데, 마약으로 극강의 행복을 누린다면 왜 끊어야 하느냐’는 근본적인 물음을 함께 마주했다. 나도 처음엔 답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대화를 통해 마약을 통한 쾌락은 결국 끝이 나고, 그 이후에는 현실이 완전히 망가져 어떤 것으로도 행복을 찾을 수 없는 상태가 된다는 것을 함께 깨달았다. ‘이 길은 끝이 정해져 있다, 그러니 유턴해야 한다’는 걸 아들이 스스로 자각했을 때 비로소 회복의 계기가 마련되었다.”


- 이후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재발 이후에 아들이 경기 다르크(중독자들이 공동체 생활을 하며 회복을 돕는 민간 마약 중독 재활 센터)에 입소해 있는 동안 면회실에서 아들의 자기합리화를 들으며 문득 내 과거를 발견했다. ‘저 한심한 놈, 언제 정신 차리나’ 싶었는데, 가만 보니 저게 바로 내 모습이었다. 내가 살아오면서 가졌던 독단적인 태도, 내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아들을 질책했던 모습이 아들에게 투영돼 있었다. 문제를 아들이 아닌 나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고, 그길로 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미안하다, 그리고 네가 아빠를 깨우치게 해줬다’고 말이다.

그때부터 아들이 아니라 나 자신을 변화시키기로 했다. 평생 마셔온 술을 줄이고, 삶의 태도를 60년 만에 전면적으로 바꿨다. 나의 이러한 변화는 아들과의 관계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내가 아들을 몰아붙이는 대신 중심을 잡고 단단하게 서 있자, 아들 역시 부모의 불안에 동요하지 않고 자신의 문제를 직면할 힘을 얻었다. 부모가 중심을 잡고 서 있어야 아이도 돌아올 자리가 생긴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은 것이다. 덕분에 어느 날 아들이 스스로 돌아왔을 때, 나는 비로소 한 명의 성숙한 부모로서 그를 온전히 품어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

- 실명을 걸고 책을 출간한 계기가 있나?
“중독자 본인만큼이나 곁을 지키는 가족들 또한 깊은 심리적 타격을 입은 ‘재활의 주체’라고 믿기 때문이다. 흔히 가족을 단순히 환자를 돕는 조력자로만 생각하지만, 가족 역시 무너진 자기 삶을 다시 세워야 하는 치유의 당사자다. 나는 다른 자녀에게 ‘네가 동생을 책임질 필요가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어주었다. 가족들이 각자의 삶을 온전히 살아낼 수 있도록 마음의 부채감을 내려놓게 하는 것이 시급했다.

이러한 내부의 치유 노력은 자연스럽게 사회적 연대로 확장되었다. 특히 아들이 머물던 시설(경기 다르크)이 갑작스럽게 해체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가족들이 더 이상 그늘에 숨지 말고 스스로 연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결심했다. 뿔뿔이 흩어져 울고 있는 다른 가족들에게 연결점을 만들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른 가족 모임에 참여하며 얼굴만 봐도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되더라. 내가 실명을 공개한 것은 중독자 가족들이 더 이상 숨지 말고 연대해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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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용 작가가 펴낸 신간 ‘아들은 오늘도 늦게 들어왔다’/사진=정유정 인턴기자
- 그렇게 시작된 연대의 마음이 현재는 어떤 실질적인 활동들로 이어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현재 온라인 카페 ‘민들레 가족’을 통해 같은 처지의 부모들과 소통하고 있으며, 회복 공동체인 ‘소망을 나누는 사람들(소나사)’의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소나사는 마약 중독자들의 실질적인 자립과 사회 복귀를 지원하는 가족 공동체다. 아들 역시 이곳과 연계하여 식당 운영을 준비하며 사회 복귀를 위한 구체적인 단계를 밟고 있다. 중독자가 무언가를 하는 것이 혐오가 아니라 새로운 출발로 박수받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나의 비전이다. 진정한 회복은 단순히 마약을 끊는 ‘단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로 복귀해 자신의 자리를 찾는 과정에서 완성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마약을 끊어도 돌아갈 사회적 자리가 없다면 결국 다시 고립되고 재발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아들이 식당 운영을 준비하며 일상을 되찾으려 노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중독자가 이웃과 섞여 살며 평범한 사회 구성원으로 제 몫을 다하는 것, 그것이 바로 중독을 완전히 끊어내는 유일한 길이다.”

- 긴 시간 아들과 함께 고군분투하며 결국 마음에 새기게 된 것은 무엇인가? 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당부가 있다면.
“나에게 어떤 어려움이 닥쳤다면, 그것은 새로운 발전의 계기가 던져진 것이라 생각한다. 인생은 우상향 그래프와 같은데, 직선으로만 쭉 올라가지는 않는다. 떨어질 때도 있지만 중요한 건 우상향이라는 전체적인 방향이 일치하느냐다. 이번에 출간한 책에서도 강조했듯이, 시련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이 상황은 불치의 ‘천형(天刑)’이 될 수도 있고,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는 ‘천행(天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누군가를 바꾸려 하기보다 본인의 삶을 먼저 회복하고 중심을 잡으라. 시련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다면 반드시 상승할 지점은 나타난다.”




김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