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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이미지./사진=클립아트코리아
보건복지부가 MRI(자기공명영상) 운영 의료기관에 대한 영상의학과 전문의 근무 기준 완화를 추진하면서 의료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의료취약지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영상 품질 저하와 환자 안전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MRI, CT보다 고도의 상시 감독 필요”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특수의료장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MRI 운영기관의 전문의 근무 기준을 현행 ‘주 4일 32시간 이상 전속’에서 ‘주 1일 8시간 비전속’으로 완화하는 것이다. 이는 CT(컴퓨터단층촬영) 기준과 동일한 수준이다. 의료취약지의 MRI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MRI는 CT와 달리 검사 프로토콜을 환자 상태에 따라 실시간으로 조정해야 하고, 장비 관리와 응급 판독 대응 등에서 더 높은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MRI는 도입 초기부터 전속 전문의 중심의 운영 체계를 유지해 왔다.

정부 방침에 대해 영상의학 관련 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대한영상의학회는 성명을 통해 “MRI는 검사 과정에서 환자 상태에 따른 실시간 판단이 필수적이며, 장비 관리·품질 유지·방사선사 교육 등에서 상시적인 전문의 감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전속 여부 따라 영상 품질 ‘유의미한 차이’
학회는 보건복지부의 특수의료장비 품질관리검사 데이터를 분석해 전속과 비전속 기관 간 영상 품질 차이를 비교한 결과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는 분석 가능한 5개 검사 부위 모두에서 전속 기관이 비전속 기관보다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은 점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선량 흉부 검사(+13.1점)와 비조영 복부 검사(+16.0점)에서 격차가 컸다. 이에 대해 학회는 “CT보다 관리와 표준화가 용이한 검사에서도 전속 여부에 따라 품질 차이가 확인된 만큼, MRI에서는 그 격차가 더욱 클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환자 안전·인력 이탈·‘진단 난민’ 우려
학회는 이번 기준 완화가 이뤄질 경우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주 1회 방문 형태의 비전속 구조에서는 장비 성능 점검, 응급 대응, 검사 프로토콜 관리 등 핵심 품질관리 업무 수행이 어렵다는 것이다.


학회는 “상시 감독이 어려운 구조에서는 환자 안전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도 불분명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제도 취지와 달리 의료취약지 인력 이탈을 가속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비전속 기준이 전국적으로 적용되면 의료취약지에 근무하던 전문의의 이탈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게 학회의 주장이다.

아울러 ‘진단 난민’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MRI 검사 품질이 낮아지거나 판독 정확도가 떨어질 경우, 환자들이 정확한 진단을 받기 위해 상급종합병원이나 수도권 대형병원을 다시 찾는 일이 반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학회는 “영상 품질 저하로 인해 1차 검사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환자들이 여러 의료기관을 전전하는 ‘진단 난민’이 늘어날 수 있다”며 “이는 환자 불편뿐 아니라 의료비 증가와 의료 전달체계 왜곡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기준 완화 아닌 보완 필요”
학회는 의료취약지 접근성 개선이라는 정책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기준 완화가 아닌 보완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비전속 전문의 근무 기준을 최소 주 2일 16시간 이상으로 상향 ▲비전속 적용 지역을 비수도권 의료취약지로 제한 ▲시설 기준 개편과 연계한 단계적 시행 등을 제안했다.

학회는 “국내 품질관리 검사 데이터는 전속 기관이 비전속 기관보다 일관되게 유의미하게 높은 임상영상 품질을 보인다”며 “의료취약지 접근성 개선이라는 목표와 함께 환자 안전, 의료 질, 전문 인력 수급 안정성이 동시에 확보돼야 하므로 균형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