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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클립아트코리아
봄철은 일조량이 늘고 야외활동이 증가하는 시기지만, 역설적으로 자살률이 높아지는 ‘스프링 피크(spring peak)’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 국내 통계에서도 이러한 경향이 확인된 가운데, 정신건강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수면’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봄철에는 일조량 증가와 기온 변화로 생체리듬이 급격히 흔들리면서 수면장애를 호소하는 사람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낮 시간이 길어지면 멜라토닌 분비 시점이 늦춰져 잠드는 시간이 지연되고, 일교차와 환경 변화로 인해 수면의 질도 떨어지기 쉽다. 여기에 학기·업무 변화 등 계절적 스트레스까지 겹치면서 불면증이나 수면 유지 장애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불면증은 대표적인 수면 문제로 ▲잠들기 어려운 경우 ▲자다가 자주 깨는 경우 ▲지나치게 일찍 깨는 경우 등 세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수면은 단순히 잠든 시간뿐 아니라 충분한 시간 동안 연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중요하다. 새벽에 반복적으로 깨고 다시 잠들지 못하면 전체 수면 시간이 부족해지고 깊은 잠의 비율도 줄어든다. 특히 예정된 기상 시간보다 1~2시간 이상 일찍 깨는 상태가 지속되면 피로감, 집중력 저하, 기분 변화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대표적인 ‘조기 각성형 불면증’으로 분류된다.

증상이 장기간 지속돼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칠 경우에는 치료가 필요한 상태로 본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불면증 치료에서 약물에만 의존하는 접근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준희 교수는 “수면제는 단기적으로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장기 복용 시 내성이나 의존성, 인지 기능 저하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만성 불면증에는 인지행동치료가 1차 치료로 권고된다”며 “잘못된 수면 습관과 인지를 교정하는 근본적인 치료법으로, 치료 효과가 장기간 유지되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이러한 인지행동치료를 모바일이나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디지털 인지행동치료’가 도입되면서 접근성이 개선되고 있다. 이준희 교수는 “약물 복용에 부담을 느끼거나 약을 줄이고 싶은 환자에게 디지털 치료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스스로 수면 습관을 교정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한 번 패턴이 자리 잡으면 효과가 1~2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일상 속 수면 관리 역시 중요하다. 취침 전 스마트폰 사용을 줄이고,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이 기본이다. 카페인과 음주를 줄이고, 규칙적인 신체활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운동은 항우울제에 준하는 효과를 보인다는 연구도 있다.

이 교수는 “불면증과 함께 자해나 자살 충동이 들거나 학업·직장생활에 지장이 생긴다면 반드시 전문가의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한편, 암 경험자는 신체 질환과 함께 정신적 스트레스가 크기 때문에 봄철 정신건강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필요 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병행하면 우울, 불안, 불면 등 다양한 증상을 함께 관리할 수 있으며, 약물치료 역시 안전성이 높고 중독 위험이 낮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오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