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법무법인 화우 권동주 변호사​/사진=이해림 기자
미용 시술에 널리 쓰이고 있는 ‘ECM 스킨부스터’가 모호한 정체성으로 다시 한 번 도마 위에 올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의료기기로 허가받은 주사형 스킨부스터처럼 사용되고 있으면서, 인체 조직으로 분류돼 법망을 피해간다는 지적이다. 이에 16일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국회위원 주최, 사단법인 건강소비자연대 주관으로 열린 ‘제15차 K-바이오 헬스 포럼’에서 인체 조직 관련 법의 개선 방안이 논의됐다.

ECM 스킨부스터는 세포와 세포 사이의 공간을 채워 지지하는 그물망 모양 구조인 세포외기질(ECM)을 주성분으로 한다. 타인의 피부에 주입했을 때 면역 반응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세포나 지방 같은 성분은 제거한 상태다. ECM 스킨부스터처럼 기증자의 몸에서 채취한 생체 조직을 분말화한 인체 조직은 과거부터 있었다. 질병이나 외상 등으로 신체 일부가 소실 또는 훼손된 환자에게 재건술을 할 때, 신체 국소 부위에 인체 조직을 정밀하게 채워넣을 용도로 뼈나 피부를 분말화한 제품이 쓰여왔다.

그러나 ECM 스킨부스터가, 역시 스킨부스터 시술에 쓰는 주사형 ‘의료기기’ 리쥬란처럼 피부 아래에 주입하는 형태임에도 의료기기와는 다른 방식으로 관리된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법무법인 화우 권동주 변호사는 “이미 의료기기로 허가된 타 주사형 스킨부스터 제품들과 사용 목적과 투여 방법이 같은데, 전혀 다른 규제를 적용받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며 “게다가 ‘인체 조직 안전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은 인체 조직의 이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사회적·경제적 조건 등과 관계없이 공평하게 이식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명시하는데, 인체 조직으로 분류되고 있는 ECM 스킨부스터가 한 회 시술에 60만 원에 달하는 고가 시술이라면 법의 기본 이념에도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말했다.

안전성 논란도 불거진 상태다. ECM 스킨부스터 중 하나인 리투오 제조사 엘앤씨바이오는 인체 유래 조직인 만큼 체내 주입 시 안정성은 이미 검증되었고, 각종 감염병 바이러스와 유해 미생물이 검출되지는 않는지를 ‘인체 조직 안전 및 관리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해 관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임상 시험’ 결과가 없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된 끝에 최근 국제 학술지 ‘국제 분자 과학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에 리투오를 사용한 스킨부스터 시술의 효과에 관한 임상 시험 논문도 공개했다. 피험자 20명을 대상으로, 얼굴 좌우에 각각 시험군(리투오)과 대조군을 주입하는 20주간의 임상 시험 결과를 담고 있다. 실험 결과 리투오를 주입한 쪽은 진피 구조가 치밀해지고, 피부 밀도와 탄성이 개선됐으며, 염증성 사이토카인은 감소하는 것이 관찰됐다.


다만, 포럼에서는 피험자 수가 지나게 적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순천향대 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유병욱 교수는 “유산균 임상 시험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건강 기능성을 인정받으려면 적어도 140명 정도의 피험자를 확보해야 한다”며 “피부 아래에 주입하는 제품인데 20명만으로 임상 시험을 하는 것은 다소 부족해보인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체 조직법에 ‘미용 목적’ 사용 금지를 명문화하고, 인체 조직을 가공해 피부에 주입하는 제품은 실질적 위해성과 사용 목적에 따라 의약품·의료기기 허가 체계로 편입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보건복지부 혈액장기정책과 김희선 과장은 “암으로 유방을 절제한 환자들이 삶의 질과 자신감 향상을 위해 유방 재건술을 받듯,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질환 치료 목적과 미용 목적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함께 가는 경우가 많다”며 “ECM 스킨부스터와 같은 인체 조직법 오남용 사례를 잡기 위해 ‘미용 목적’ 사용 금지를 명문화했다간 자칫 이러한 환자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으니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첨단바이오의약품TF팀 임상우 팀장은 “현재 ECM 스킨부스터 같은 인체 조직을 몸에 이식한 후에 발생한 부작용은 시술을 시행한 의료기관이나 해당 인체 조직을 의료기관에 유통한 조직 은행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며 “안전성 강화를 위해 소비자도 직접 부작용을 신고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해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