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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중이 줄지 않는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비만한 상태 자체가 당뇨병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급격한 체중 감소는 당뇨병의 전형적인 증상 중 하나다. 하지만 최근 진료실을 찾는 20~30대 젊은 당뇨병 환자들은 열 명 중 일곱 명이 비만이다. "살이 빠지기는커녕 오히려 찌고 있는데 당뇨병이냐"라며 의아해하는 환자가 많지만 전문가들은 체중 감소 증상이 나타났다면 이미 위험 단계에 접어든 것이라고 말한다.

젊은 당뇨병 환자의 증가세는 뚜렷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당뇨병 환자 수는 2014년 207만8650명에서 2024년 360만2443명으로 73.3% 늘었다. 특히 20~30대 젊은 층 환자 수는 같은 기간 8만7273명에서 15만6942명으로 79.8%라는 평균보다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당뇨병은 우리 몸의 주 에너지원인 포도당이 세포 속으로 흡수되지 못하고 소변으로 빠져나가는 대사 질환이다. 이때 포도당을 세포 내부로 들여보내는 '열쇠' 역할을 하는 호르몬이 바로 인슐린이다. 당뇨병 환자의 체중 감소는 인슐린이 제 기능을 못 해 세포가 포도당을 쓰지 못하면서 시작된다. 에너지가 고갈된 몸이 비상 수단으로 저장된 지방과 근육을 태워 에너지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는 잘 먹어도 살이 빠지며 과도한 당이 소변으로 배출되는 다뇨와 이로 인한 갈증(다음), 허기(다식) 증상이 동반된다.

하지만 이러한 기전과 달리 최근 2030세대 젊은 층에서는 비만형 당뇨병 환자가 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조선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류영상 교수는 "건강검진의 보편화로 증상이 나타나기 전 단계에서 질환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병색이 짙어지기 전, 인슐린 저항성으로 살이 찌고 있는 단계에서 질환이 포착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류영상 교수는 "당뇨병에 걸리면 혈당이 서서히 오르다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상승하는 구간이 있다"며 "이는 인슐린 기전이 무너지며 몸 구성 성분을 소모하는 시기인데 이때 비로소 체중 감소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어 "체중 감소 증상 발현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지만 오랜 기간 높은 혈당을 방치하다 보면 어느 순간 췌장 기능이 급격히 떨어지며, 불과 수일 만에도 증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체중이 줄지 않는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비만한 상태 자체가 당뇨병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젊은 환자들이 자신의 건강을 과신한다는 점이다. 2030세대의 당뇨병 인지율과 치료율은 전체 평균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대한당뇨병학회에 따르면 50대 환자의 진단 후 병원 방문율은 40% 이상인 반면 2030세대는 20% 내외에 머무는 등 치료 순응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시기에 당뇨병을 방치하면 유병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합병증 노출 위험이 커진다. 당뇨병 합병증은 뇌경색, 망막병증, 만성 콩팥병, 당뇨병성 족부궤양 등 전신에 걸쳐 치명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류영상 교수는 "수년 동안 검진을 받지 않다가 뒤늦게 체중 감소 증상을 느껴 병원을 찾으면 이미 인슐린 저항성이 극대화돼 약물치료만으로는 조절에 한계가 온다"며 "비만하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증상을 기다리지 말고 정기적으로 혈당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