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망막 혈관 폐쇄 명의’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우세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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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서울대병원 안과 우세준 교수​/사진=분당서울대병원
일상생활의 중심인 눈. 그런 눈이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게 혈액이 드나드는 통로가 막힌다면 시력이 손상될 수밖에 없다. 쉽게 뚫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치료법도 제한적이고, 그 제한적인 치료법이나마 적기에 시행하기 어려운 때가 부지기수다. 이에 많은 환자가 망막 혈관 폐쇄로 영구적인 시력 손상을 입는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는 마음으로 자포자기해서는 안 된다. 사람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치료로 시력이 회복되는 사람이 분명 존재한다. 게다가 시력 손상 말고도 망막 혈관 폐쇄에 뒤따를 수 있는 다른 건강 문제가 많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라도 노련한 주치의를 만나야 한다. 망막 혈관 폐쇄 발생 시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 다년간 치료 경험을 누적해온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우세준 교수에게 물었다.

- 망막 혈관 폐쇄는 크게 망막 동맥 폐쇄와 망막 정맥 폐쇄로 나뉘는데, 증상 차이는?
“망막 동맥 폐쇄는 보통 갑작스럽게 생기고, 시력 저하도 훨씬 심하다. 세포에 산소를 공급하는 동맥이 막히면 시신경 세포가 죽고, 한 번 죽은 세포는 다시 재생되지 않으니 영구적인 시력 저하가 발생한다. 시야 손상 정도는 동맥 어디가 막혔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눈으로 들어가는 동맥의 큰 줄기가 막히면 눈에 혈액 공급이 아예 불가능해지니 실명이고, 큰 줄기에서 갈라져 나온 분지 단계에서 막히면 세포가 일부만 죽으니 시야도 일부만 결손된다.

망막 정맥 폐쇄 역시 갑작스럽게 생기기는 하지만, 동맥 폐쇄에 비하면 중증도가 낮다. 정맥은 몸에 산소를 전달한 혈액이 빠져나가는 일종의 하수구다. 이에 정맥이 막히면 동맥으로의 혈류 공급이 저하돼 시력이 감소한다. 정맥으로 빠져나가지 못한 피가 모세혈관으로 새어나오며 망막이 붓는 것도 시력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중심부 망막이 많이 붓기 때문에 눈 중심부 시력이 감소하기 쉽다. 다만, 동맥이 막힐 때만큼 시신경 세포들이 많이 죽지는 않는다. 몸이 막힌 정맥을 우회하는 혈관을 새로 만들어내면 증상이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 망막 동맥 폐쇄는 치료법이 있나?
“사실 치료 방법이 제한적이다. 뇌졸중을 치료할 때처럼 혈전 용해제를 투여해 안구로 가는 동맥을 막은 혈전을 녹여볼 수 있다. 문제는 시간이다. 혈류가 차단된 상태에서 망막의 신경 세포들이 죽지 않고 오래 살아있기가 어렵다. 길어봤자 6~12시간이다. 시력이 회복될 작은 가능성이나마 노려보려면 아무리 늦어도 24시간 내로 진단하고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동맥 혈관 폐쇄이기는 하나 작은 혈관 분지에 경미하게 온 환자라면 일주일 이내에 치료하는 것으로 좋아지는 경우도 더러 있기는 하다.

단, ‘치료하면 좋아진다’는 말이 손상된 시력을 100% 회복한다는 말은 아니다. 정상 시력으로 되돌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현재의 시력 손상 상태가 약간 개선되거나 실명을 막는 정도다. 최악의 상황으로 가는 것을 막아보기 위해 치료를 시도하는 데에 의의가 있다.”

- 망막 정맥 폐쇄는 어떻게 치료하나?
“막힌 정맥을 뚫는 방법은 아직 없다. 정맥이 막힘으로써 생기는 후속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치료의 주요 목표다. 정맥이 막히면, 그 정맥에 이어져 있는 모세혈관들이 파괴돼 버린다. 눈에 피가 잘 공급되지 않으므로 시력이 저하된다. 그럼 망막은 혈관이 자라게 하는 물질을 분비하는데, 이 때문에 눈에 비정상적인 신생 혈관이 자라면 망막이 붓는 문제가 생긴다. 이에 망막 정맥 폐쇄 환자를 치료할 때에는 ▲눈에 비정상 혈관을 자라게 하는 물질을 억제하는 항체 약물을 주입하거나 ▲레이저를 이용해 피가 잘 통하지 않는 망막 일부를 레이저로 태워 없애는 방식을 쓴다. 항체 약물을 주입하는 주사 치료는 망막 부종에 의해 세포가 파괴되는 것을 막을 목적이다. 레이저 치료는 혈액 공급이 부족해진 상황이니, 어차피 혈액이 잘 공급되지 않고 있던 망막 일부를 태워 없앰으로써 혈액 수요를 줄여 균형을 맞출 목적이다. 시야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부분을 포기함으로써 남은 시야나마 최대한 보존하는 전략이다.

레이저 치료는 한 번으로 끝나지만, 주사 치료는 주기적으로 해야 한다. 3회차까지는 한 달 간격으로 약물을 주입하고, 그 이후부터 환자의 눈 상태를 고려해 주입 주기를 서서히 늘려간다. 막힌 정맥 주변으로 우회로가 생기거나 막혔던 혈관이 조금이나마 뚫릴 때까지는 계속 주기적으로 맞아야 한다. 최근에는 임플란트를 눈에 삽입한 다음,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씩 임플란트에 약물을 충전하면 눈에 약물이 저절로 주입되게 하는 방식도 시행되고 있다. 현재 우리 병원에서 이 임플란트에 대한 임상 시험을 시행하고 있다.”


- 필러 시술 후 아주 드물게 망막 혈관 폐쇄가 생기기도 하는 이유는?
“얼굴에 있는 동맥과 눈 동맥 사이에 통로로 작용할 수 있는 경로가 있다. 원래라면 통로로 이용되지 않는 곳이나 주삿바늘이 우연히 동맥을 뚫고 들어간 상태에서 필러를 밀어넣으면, 압력에 의해 필러가 이 통로를 타고 눈 동맥으로까지 흘러들어 가버릴 수 있다. 필러 시술 후에 망막 혈관 폐쇄가 생긴 사람의 3분의 2가량은 미간과 콧대에 필러를 맞은 사례다. 팔자 주름 시술 후에 생기는 사례도 간혹 있기는 한데, 극히 드물다. 관자놀이나 턱 쪽은 필러를 시술하기에 비교적 안전한 부위다.

2010년대에는 필러 시술 후에 망막 동맥 혈관이 폐쇄된 환자를 거의 한 달에 한 번씩은 봤다. 피부·성형외과 의사들이 모인 학회 등을 찾아 수차례 강연했더니 지금은 필러로 인한 망막 동맥 폐쇄 건수가 이전보다 줄었다. 우리 병원으로 찾아오는 환자는 현재 1년에 2~3명 정도다.”

- 망막 동맥 폐쇄 환자에게 시력 손상 이외에 다른 이상 증상이 생기기도 한다는데?
“눈 주변 혈관이 같이 막히면 근육이 마비돼 눈이 안 떠지거나, 사시가 되기도 한다. 눈 주변 피부 쪽도 혈관이 막히면 살이 괴사해 피부 이식도 필요해진다. 뇌혈관으로까지 혈전이나 필러가 흘러들어 가 뇌졸중이 발생하는 사례도 있다. 이에 망막 동맥 폐쇄가 발생했다면 뇌졸중 발생 위험도 확인해야 한다.”

- 필러로 눈 동맥이 막혔을 때, 시력 회복 가능성이 낮은 때에도 치료를 시도하나?
“막힌 눈 동맥을 뚫기 어려운 경우 다른 치료를 우선적으로 한다. 피부 괴사가 생길 수 있으므로 성형외과 그리고 피부과와 협진하고, 뇌로 필러가 흘러들어 갔을 경우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신경과 협진도 한다. 갑작스러운 시력 저하로 우울 증상이 매우 심하게 나타나는 사례가 많아 정신건강의학과 상담도 병행한다.

미용 시술 이후에 폐쇄된 안구 동맥을 뚫기 어렵기는 하지만, 여러 시도를 해보고 있다. 과거에 자가지방 이식을 하다가 안구 동맥이 막힌 환자를 진료했는데, 동맥 혈관으로 카테터를 넣어 지방 조직을 최대한 변두리로 밀어냈더니 눈 주변 혈류가 개선되는 동시에 피부 괴사도 완화된 적이 있었다. 필러를 녹이는 효소를 동맥으로 주입해보니 안구 혈류가 일부 개선되는 것도 관찰했다. 시력을 개선할 정도까지는 아녔어서 이 치료법에 회의적이었는데, 최근 중국에서 비슷한 시도를 한 후에 시력이 좋아진 환자 사례가 보고됐다. 그래서 지금은 환자 10명 중 1~2명이라도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으로 이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눈 주변 혈류가 개선되면, 기대만큼 시력이 회복되지는 않더라도 안구 위축이나 피부 괴사를 막을 수는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 망막 동맥 폐쇄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많지 않다고 들었다. 이유는?
“우리 병원은 10여 명의 교수가 망막 동맥 폐쇄 팀을 운영하고 있다. 망막 동맥 폐쇄 환자가 오면 단체 카톡방에서 시술이 가능한 교수를 찾아 최대한 빨리 연계하고, 환자의 MRI를 찍은 다음 동맥 혈전 용해술에 돌입한다. 이렇게 동맥 혈전 용해술을 할 수 있는 의사들이 항상 대기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어렵다 보니, 시술이 가능한 병원이 그리 많지 않다.

우리에게 치료받는 모든 망막 동맥 폐쇄 환자가 시력을 회복하는 것은 아니다. 치료를 시도한 10명 중 1~2명이다. 소수의 환자일지언정 시력을 조금이나마 회복한다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 2008년에 처음 이 시스템을 만든 이후로 지금까지 치료를 이어오고 있다.”

- 예방법은 없나?
“뇌졸중 예방법을 똑같이 지키면 된다. 혈압과 혈당 수치를 관리하고, 심장 건강이 나쁜 등의 이유로 혈전이 생기기 쉬운 사람은 혈전방지제 등을 의사에게 처방받아 복용하는 것이 좋다.”

우세준 교수는…
서울대병원 의과대학에서 학사를, 동 대학원에서 안과 석·박사를 졸업하고 현재 분당서울대병원 안과 과장으로 진료하고 있다. 한국망막학회 학술이사이기도 하다. 망막 혈관 폐쇄뿐 아니라 황반 변성, 당뇨 망막 병증, 망막 박리, 유전성 망막 질환 등 다양한 망막 질환을 폭넓게 진료한다. 이미 망막 동맥 폐쇄로 한쪽 눈을 실명한 환자가, 다른 쪽 눈에도 망막 동맥 폐쇄가 발생한 채로 우 교수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동맥 혈전 용해술을 시행하니 혈류가 회복돼, 0.3까지 떨어졌던 시력이 1.0으로까지 개선됐다. 우 교수는 지금도 환자 한 명의 시력이라도 더 지키겠다는 마음으로 치료에 임하고 있다.


이해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