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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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맥 환자의 심장을 디지털 트윈으로 재현해 치료 방법을 시뮬레이션한 모습/사진=Johns Hopkins University
기계나 장비의 결함을 예측하던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을 심장병 치료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연구팀은 디지털 트윈 기술을 이용한 심실빈맥 치료 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심실빈맥은 심실에서 전기적인 이상이 발생해 심장이 병적으로 빨리 뛰는 상태를 뜻하며, 심장마비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고위험 부정맥이다. 기존에는 의사가 카테터를 심장에 삽입해 문제가 되는 부위를 직접 찾아가며 태우는 방식으로 수술을 진행했다. 다만 정확한 위치를 찾는 것이 어려워 수술 시간이 길고, 재발이 잦은 등의 문제로 장기 성공률이 60%대에 불과한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디지털 트윈 기술은 환자의 고해상도 MRI(자기공명영상)와 개인별 유전 정보, 심장 구조 데이터를 통합해 컴퓨터상에 실제와 똑같이 작동하는 가상 복제 심장을 만든다. 이 가상 심장에 전기 신호를 흘려보내면, 전기 신호가 정상적으로 흐르지 못하고 손상된 조직에 걸려 부정맥을 유발하는 지점을 시각적으로 정확히 포착할 수 있다.

연구팀은 1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실제 수술 전 디지털 트윈 심장에서 여러 차례 모의 수술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가장 적은 부위를 태우면서도 부정맥을 완벽히 차단하는 최적의 지점을 미리 찾아내고, 이후 이 지점을 수술실 내비게이션 시스템으로 전송해 실제 의사가 해당 지점만 치료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두 명의 환자가 회복 과정에서 짧은 부정맥 증상을 경험했을 뿐 수술 후 1년이 지난 시점까지 참가자 전원이 부정맥 재발 없이 건강을 유지했다. 또한 환자 8명은 부정맥 약물 복용을 완전히 중단했으며, 나머지 2명도 복용량을 크게 줄였다.

연구 책임 저자 나탈리아 트라야노바 교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통해 실제 환자를 치료하기 전에 다양한 치료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해 볼 수 있다”며 “이를 통해 담당 의사에게 심장 손상을 최소화하고 치료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최적의 시나리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결과는 1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인 만큼, 연구팀은 향후 더 큰 규모의 임상 시험을 통해 심장 디지털 트윈을 추가로 검증하고, 다른 심장 질환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결과는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슨(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최근 게재됐다.


최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