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新명의] 부산대병원 흉부외과 조정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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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병원 흉부외과 조정수 교수​/사진=신지호 기자
암을 진단받았는데, 수술이 가능하다면 다행이란 말이 있다. 폐암도 마찬가지다. 초기에 진단받아야 수술로 완치를 기대해볼 수 있다. 암이 상당히 커진 상태라면 당장은 수술하기 어렵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신 항암 치료를 일차적으로 하고, 암이 줄어들면 수술을 시도해보는 전략도 시행되고 있다. 몸속을 돌아다니던 잔존 암세포가 암을 다시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해, 수술이 잘 끝난 후에도 전신 항암 치료를 이어가기도 한다.

항암 치료와의 ‘협업’을 통해 폐암 수술 전략이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지, 부산 지역 고난도 암 치료를 책임지는 부산대병원의 흉부외과 조정수 교수에게 물었다.

- 폐암 수술 방식은 어떠한가? 
“가장 표준적인 치료법은 ‘엽 절제술’이다. 폐는 해부학적으로 5개의 엽으로 구분된다. 오른쪽 폐가 3개의 엽, 왼쪽 폐가 2개의 엽으로 나뉘어 있다. 암 병변이 크면 두 개의 엽을 동시에 절제하는 ‘쌍엽 절제’나 한쪽 폐를 전부 제거하는 ‘전폐 절제’까지 가기도 하지만, 보통은 암이 있는 엽 하나를 절제하는 ‘엽 절제술’을 한다. 다행히 암 병변의 지름이 2cm 미만으로 매우 작을 때 발견했다면, 암이 있는 엽을 통째로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종양이 있는 구역만 절제하는 ‘구획 절제술’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수술은 대개는 흉강경 수술로 시행한다. 가슴에 작은 구멍을 2~4개 뚫고, 내시경을 집어넣어 폐를 절제하는 방식이다. 로봇 수술도 최근 들어 시행되고 있다. 환자가 회복하기에 로봇 수술 쪽이 더 편할 수 있지만, 두 수술법에서 예후 차이는 크게 없다.”

- 몇 기까지 수술이 가능한가?
“1~2기는 수술로 암을 절제하는 것이 완치에 다가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 병기에 시행하는 수술을 ‘근치적 수술’이라 한다. 암이 더 악화된 상태인 3기부터는 수술의 역할이 줄어든다. 암이 다른 곳으로 전이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수술로 폐에 있는 암 조직을 절제하는 것만으로는 치료 효과가 떨어져서다. 항암제를 이용한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적절하게 조합해서 시행하는 것이 중요해진다. 3기 중에서도 말기 단계인 3B기 이상이면 암 조직이 너무 커 수술로 병변을 다 절제하기조차 힘들 수도 있다. 원래는 수술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요즘은 이 단계에서도 수술을 시행해보기도 한다. 항암 치료를 했더니 암 조직이 줄어 국소적으로만 남는 경우에 그렇다. 이때 하는 수술을 ‘구제 수술’이라 한다.”

- 전신 항암 치료를 시행한 다음에 수술하는 경우는?
“보통은 3~4기인 경우다. 암 조직이 너무 커서 당장 수술하기는 어려울 때, 세포 독성 항암제, 면역 항암제 또는 표적 항암제를 우선 써 본다. 약을 써서 암 조직이 줄어드는 경우 수술을 시도해볼 수 있다. 환자 개개인의 몸 상태 그리고 암 유형에 따라 어떤 약을 쓸지는 달라진다. 예컨대,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경우, 세포 독성 항암제나 면역 항암제보다 표적 항암제인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를 쓰고 수술할 때 수술 난도가 낮아진다. 환자의 몸 상태가 다른 약을 쓸 때보다 잘 유지되는 편이라서다.”

- 수술로 폐 일부를 절제한 후에 숨쉬기가 힘들어지지는 않나?
“폐암 수술 후에 일상생활이 어려울 지경이 되지는 않는다. 수술 전에 폐 기능 검사를 해서, 환자가 어느 정도까지 절제를 견딜 수 있을지를 평가한 다음 일상생활이 가능한 범위 안에서 수술한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폐암 수술 직후에 숨이 조금 답답한 것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이상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남아있는 폐를 훈련해서 폐활량을 늘릴 수도 있다. 수술 후에 호흡 재활을 했더니 오히려 수술하기 전보다 폐활량이 더 좋아지는 사람도 있다.” ​


- 폐암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수술 후 보조요법’은 어떤 기준으로 시행하나?
“폐암 수술 후에 암세포 종류와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온다. 자신의 암세포가 지닌 특성과 유전자 검사 결과 그리고 수술 당시 병기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발률을 예측한다. 높을 것으로 예상되면 수술 후에 재발을 의심할만한 이상 증상이 없더라도 선제적으로 보조요법을 시행한다. 폐암 조기 발견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폐에 통각 신경이 없어 환자가 이상 증상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라서다.

재발률이 낮게 평가되는데, 환자가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재발 예방을 위한 전신 항암 치료를 시행하지는 않는다. 세포 독성 항암제는 사용 시 정상 세포까지 타격을 입기 때문에 몸에 가는 무리가 크다.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에 쓰는 타그리소 같은 표적 치료제는 세포 독성 항암제에 비하면 독성이 적지만, 그래도 치료의 득과 실을 따져서 득이 실보다 클 때에만 시행해야 한다.”

- 폐암 재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검사는 몇 개월 주기로 받기를 권장하나?
“수술 직후 2~3년은 재발이 특히 쉬운 시기다. 이 기간에는 3~6개월마다 영상 검사를 할 것이 권장된다. 수술 후 2년가량 지나면 안정기에 접어든다. 그래도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씩은 영상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

나는 개인적으로 수술 후 첫 2년까지는 4개월마다, 3년째부터 수술 후 5년이 지나기까지는 6개월 간격으로 영상 검사를 하도록 권하고 있다. 또한, 보통은 5년까지 정기적으로 관찰하지만, 나는 5년을 채운 환자라도 수술 후 10년이 지날 때까지는 건강 검진을 한다는 생각으로 1년에 한 번씩은 병원에 오길 권장한다.”

- 향후 폐암 치료 전략이 어떻게 바뀔 것으로 보나?
“폐암은 조기 진단이 어렵다 보니 병기가 높은 상태에서 오는 환자가 많다. 3기 중반부터는 사람에 따라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라, 치료를 시작할 때 수술을 가능한 선택지에서 아예 배제해두기도 한다. 다행히, 처음 폐암을 진단받았을 때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라면 표적 치료제로 항암 치료를 시행하는 것에 건강 보험이 적용된다. 일단 약을 써 보다가 다행히도 암 조직이 줄어들면 예정에 없던 수술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처럼 항암 치료를 선제적으로 시행해 암 조직을 줄이면 수술로 암을 절제하기도 쉽고, 추후에 재발 방지 치료를 할 때 내성 돌연변이가 생길 확률도 줄어든다. 암세포가 100만 개 있을 때보다 100개 있을 때 돌연변이 발생 가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1~2기처럼 병기가 낮을 때에도 항암 치료를 선제적으로 해 암 조직을 줄여놓은 상태에서 수술에 들어가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본다.”

- 폐암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요즘은 폐를 최대한 많이 남기는 방식으로 수술이 이뤄지고, 로봇 수술 등 환자 회복 부담이 적은 수술 방식도 있다. 폐암 수술 전후로 시도해볼 수 있는 치료제도 많으니 너무 낙담하지 말고 함께 적극적으로 치료해보자.”


이해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