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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이과학회 기자간담회./사진=오상훈 기자
난청이 치매와 우울증의 직접적 원인이 됨에도 경제적 부담으로 보청기 착용률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국가 차원의 지원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 대한이과학회 기자간담회에서 박시내 회장(서울성모병원 이비인후과)은 노인 보청기 보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회장은 “현재는 장애 이후 보청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경도·중등도 단계에서 사용하는 것이 효과가 좋다”며 “노인들도 충분히 사회·경제 활동이 가능한 만큼, 이들이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령 인구의 증가로 난청, 이명, 어지럼 등 귀 질환이 증가하고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난청은 고령화 시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과제로 규정되는 추세다. 난청이 고립, 우울증, 치매 위험을 높이며 노년층의 사회적 활동과 경제 활동을 제한해서다.

박시내 회장은 “정년이 60세지만 실제로는 더 건강해 사회·경제 활동이 가능한 노인이 많다”며 “이들이 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노인 보청기를 지원하지 않는 국가 중 하나”라고 말했다.

현재 보청기 지원체계는 청각장애 등록자를 대상으로 5년에 1회 등 고도 난청 위주로 짜여 있다. 보청기는 노인성 만성질환 관리 중 가장 비용효과적인 방법으로 통하지만 착용률은 10~15% 수준으로 40~50%에 달하는 유럽 대비 현저히 낮은 상태다.

보청기 지원 확대를 위해 정책 설득과 공론화 역할에 나서겠다는 게 박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국회와 정부를 설득해 임기 내 노인 보청기 지원이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노인 난청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한이과학회 보청기연구회는 난청에 대한 올바른 인식 제고를 위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보청기 사용 가이드 ‘이비인후과 의사가 속 시원히 알려주는 보청기 사용 설명서’ 출간을 앞두고 있다.

본 책자는 난청을 단순한 ‘귀의 문제’가 아닌 삶의 질, 뇌 건강, 정신 건강과 직결된 건강 문제로 인식하고, 보청기를 ‘마지막 수단’이 아닌 적극적인 치료이자 청각 재활의 시작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기획됐다. 대한이과학회 보청기연구회 소속 이비인후과 전문의들이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받는 질문과 오해를 바탕으로, 의학적 근거에 충실하면서도 일반인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정리했다.

한편, 대한이과학회가 지난 4일부터 5일까지 이틀간 귀 전문가들의 학술 성과 및 최신 지견을 공유하는 제72차 대한이과학회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대한이과학회에서는 매년 학술대회를 통해 여러 귀질환에 대한 새로운 학문적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 학술대회로 도약하기 위해 미국 스탠퍼드대 콘스탄티나 스탠코비치(Konstantina Stankovic) 교수의 특별 강연을 마련하고 일본, 대만 이과학회에서 총 15명의 해외 연자를 초청하는 등 국제적 교류의 폭을 넓혔다.

또한 귀의 날 제정 60주년을 맞아 유전자 치료 강화 등 새로운 목표를 이루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최병윤 공보이사는 “1966년 귀 질환은 사실상 치료 불가로 여겨졌으나, 60년이 지난 현재 유전자 진단, 인공와우 이식, 내시경 정밀 수술, 유전자 치료 등 상전벽해를 이뤘다”며 “앞으로 유전자 치료의 임상 적용을 가속화하고, 방치된 난청이 치매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인 청각 건강관리 체계 강화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오상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