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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태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교수가 2일 열린 메드트로닉 기자간담회에서 마이크라 2의 임상적 가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구교윤 기자
인공 심박동기는 심장의 전기 신호 전달 체계에 문제가 생겨 맥박이 정상보다 느려지는 서맥성 부정맥 환자에게 사용되는 필수 의료기기다. 심장이 제때 뛰지 못해 뇌나 전신으로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을 때 이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전기 자극을 줘 심박수를 정상화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방실 차단이나 동부전 증후군으로 인해 실신, 어지럼증, 숨가쁨을 겪는 환자들에게는 급사 예방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생명줄과 같다.

그동안 의료계에서는 쇄골 아래 피부를 절개해 본체를 넣을 포켓을 만들고 혈관을 통해 심장까지 유선 전극선을 삽입하는 방식이 표준 시술로 통용됐다. 그러나 전극선이 심장 판막(삼천판막)을 관통하며 움직임을 방해하거나 장기간 사용 시 선이 파손되고 포켓 부위가 감염되는 등 물리적 구조에서 기인한 합병증 위험이 상존해 기술적 한계로 지적돼 왔다.

최근 의료 현장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한 '무전극선 심박동기'가 주목받고 있다. 별도의 전극선 없이 기기 자체를 심장 내부에 직접 이식하는 이 방식은 시술이 까다롭거나 감염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 환자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안정성을 고려해야 하는 일반 환자들에게도 획기적인 치료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심장내과 유희태 교수는 2일 열린 메드트로닉 ‘마이크라 2’ 출시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무전극선 심박동기가 지닌 임상적 가치와 향후 발전 방향을 공유했다. 유 교수는 무전극선 심박동기를 “기존 유선 심박동기로 치료가 불가능했던 환자들에게 치료 가능성을 열어준 옵션”이라고 정의했다.

유 교수는 피부 밑에 기기를 매립하고 혈관을 통해 전극선을 잇는 기존 유선 방식의 고질적인 문제로 ‘물리적 충돌’을 지목했다. 유선 방식은 전극선이 심방과 심실 사이의 판막(삼천판막)을 관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 교수는 “선이 판막 사이에 끼어 여닫이 기능을 방해하거나 판막에 눌러붙으면서 심각한 역류를 일으키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이로 인해 심한 부종과 호흡곤란을 겪는 환자들은 결국 판막 성형 수술과 기기 제거라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유 교수가 소개한 54세 여성 사례는 10년간 유선 심박동기를 사용하다 전극선에 의한 판막 손상으로 수술까지 받은 케이스였다. 유 교수는 “해당 환자는 재시술 시 ‘다시는 선이 있는 기기를 넣고 싶지 않다’며 유선 방식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며 “무전극선 마이크라 이식 후 환자의 증상이 즉각 개선됐고 현재까지 매우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메드트로닉의 무전극선 심박동기 마이크라는 기존 심박동기 대비 약 10분의 1 수준인 2.6cm 크기의 기기 안에 배터리와 회로, 센서가 모두 집약돼 있다. 별도의 피하 주머니를 만들거나 전극선을 연결하지 않고 대퇴 정맥을 통해 카테터로 심장 우심실 벽에 바로 삽입된다. 흉곽 절개나 흉터가 남지 않아 시술 후 회복이 빠르고 일상생활의 제약이 거의 없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유 교수는 마이크라 1에서 2로의 업그레이드를 강해진 배터리 성능, 똑똑해진 알고리즘, 높아진 안정성 등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했다. 분석 결과 마이크라 VR2는 중간값 약 16.7년, 마이크라 AV2는 약 15.6년의 수명이 예상된다. 전체 환자의 80% 이상이 재시술 없이 평생 단일 기기만으로 치료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이다. 유 교수는 “고령 환자의 경우 한 번의 시술로 여생 동안 재시술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단일 기기 치료가 가능해졌다”며 “젊은 환자라도 기기 크기가 작아 평생 2~3개까지 추가 이식이 가능하다는 점이 큰 메리트”라고 설명했다.

실제 임상적 근거도 충분하다. 전 세계 1809명을 대상으로 한 5년 추적 관찰 연구 결과, 마이크라 VR은 3년 시점 주요 합병증 발생률 4.1%, 5년 시점 4.5%를 기록했으며 감염으로 인한 기기 제거 사례는 없었다. 국내 8개 기관 100명 대상 코호트 데이터에서도 1년 추적 결과 99%의 이식 성공률과 1%의 낮은 합병증 발생률을 보여 글로벌 데이터보다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그동안 비용 부담으로 망설였던 환자들에게 ‘필수 급여’ 확대는 큰 전환점이 됐다. 지난해 12월부터 혈액 투석 환자, 혈관 접근이 어려운 환자, 감염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 등을 대상으로 본인 부담률이 5%로 낮아지면서 접근성이 크게 향상됐다. 유 교수는 “제도적 뒷받침 덕분에 고위험군 환자들이 경제적 부담 없이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배터리 수명 연장과 시술 안정성 강화는 의료진에게는 정교한 치료를, 환자에게는 평생 안정적인 관리를 제공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구교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