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오의 毛나리자(모발 나려면 이것부터 알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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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탈모를 치료하면서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가 ‘모낭 복제’에 대한 것이다. 뒷머리에서 채취한 아주 적은 양의 세포를 수만 개로 증식시켜 다시 심어주는 ‘모낭 복제’는 이론적으로는 매우 명쾌한 탈모 해결책이다. 내가 가진 머리카락 자원은 한정되어 있지만, 몸 밖에서 배양을 통해 그 수를 무한히 늘려 공급하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나무가 자꾸 사라지는 산에, 나무를 자꾸 가져와서 심는 셈이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모발 형성을 유도하는 세포 배양 기술이 처음 보고된 이후, 아직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상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실험실에서 만든 모낭 조직이 이식된 후, 우리 머리카락처럼 정상적으로 자라고 빠지기를 반복하는 ‘생명력’을 유지하지 못했던 탓이다.

기존의 연구들은 주로 두 가지 핵심 세포의 만남에 집중해 왔다. 머리카락의 재료를 만드는 ‘상피 줄기세포’와, 이들에게 머리카락을 만들라고 신호를 보내는 컨트롤 타워인 ‘모유두 세포’가 그 주인공이다. 하지만 이 둘을 섞어서 만든 인공 모낭은 이식 초기에 잘 자라지만, 한 번 빠지고 나면 다시 성장기로 진입하지 못하고 그대로 사라지는 한계가 있었다. 모발은 모발 순환 주기를 거쳐 모발이 빠진 뒤에도 그 자리에서 다시 나게 하는 하는데, 이 사이클을 복제하지 못한 것이다.

최근 일본 국립 이화학연구소(RIKEN)의 츠지 타카시 박사팀이 발표한 연구 결과는 이 끊겼던 재생 주기의 핵심 비밀을 밝혀냈다. 연구진은 기존의 두 세포 외에 모낭 주변을 감싸고 있는 특정 ‘간엽 세포’ 집단이 필수적임을 입증했다. 여기서 간엽 세포란 뼈나 연골, 지방 등으로 분화할 수 있는 일종의 지원군 세포를 말하는데, 이번에 발견된 세포들은 모발이 자라기 시작할 때 뿌리를 피부 깊숙한 곳까지 밀어 넣어 자리를 잡게 만드는 가이드 역할을 수행한다. 뿌리가 충분히 깊게 내려가야만 안정적으로 머리카락이 자라고 빠지는 과정이 반복될 수 있는데, 이 지원군 세포가 바로 그 주기를 돌리는 엔진이었던 셈이다.

연구팀은 이 세 종류의 세포를 정교하게 조합하여 생명공학적인 ‘모낭 씨앗’을 제작했다. 이를 쥐 모델에 이식한 결과, 약 68일 동안 머리카락이 세 번 이상 자라고 빠지는 정상적인 과정을 성공적으로 확인했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재생된 머리카락이 단순히 표면으로 튀어나온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우리 몸처럼 주변 지방이나 신경, 그리고 소름이 돋을 때 머리카락을 세워주는 작은 근육까지 연결되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인공적으로 만든 모낭이 우리 몸의 완전한 일부로 받아들여졌음을 의미한다.


물론 이 성과가 당장 내일의 진료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쥐와 사람의 세포는 엄연히 다르고, 사람 세포를 성질 변화 없이 수만 개로 불릴 대량 배양 시스템과 안정적인 공정이 확보되어야 한다. 초기에는 배양 비용 또한 상당히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번 연구는 막연한 가설에 머물던 모낭 복제를 구현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세포 구성’을 정확히 찾아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머리카락의 본질인 ‘자연스러운 주기’를 인공적으로 재현해냈다는 것은 우리가 탈모 완치라는 목적지에 실질적으로 한발 더 다가섰음을 보여준다.

결국 미래의 이 멋진 기술을 누리기 위해 우리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나의 세포 자원을 건강하게 지키는 것’이다. 복제에 필요한 양질의 원천 세포가 충분히 남아있어야 미래의 기술도 그 가치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낭 복제 시대에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이다.

(*이 칼럼은 뉴헤어 성형외과 김진오 원장의 기고입니다.) 


김진오 뉴헤어 성형외과 원장(대한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수석탈모분과위원장)